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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경 인문책방

인문학 키워드 _ 평판경제란 무엇인가

온라인 플랫폼 기반 새로운 감시체제의 등장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03-09 10:34:04

▲ 문화평론가 고태경
중국에서 최근 사회신용시스템이라는 것이 도입되며 논란이 일었다. 주변 500미터 인근에 신용불량자가 등장할 경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려주는 시스템인데, 이 애플리케이션의 도입으로 사생활의 영역들이 총체적으로 감시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감시사회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으며, 인터넷의 발달과정에서 사생활 보호는 주된 인권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오늘날 이 문제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등장으로 한결 심화되었다. 예컨대, 인스타그램에는 수없이 많은 사생활 사진들이 올라오고, 페이스북은 사적인 친분관계를 필두로 인간관계망 일체와 사생활 정보들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빅데이터 기업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 개인정보를 얻어내는 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비단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 뿐 아니라 오늘날 공유경제라는 이름하에 형성되고 있는 플랫폼 노동시장 역시 비슷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 대리운전기사들 혹은 가사서비스 노동자들은 매순간의 노동 후 고객 평가를 받게 되고 플랫폼 기업들은 이 평가를 기반으로 업무량 할당을 조율한다. 이들의 노동은 온라인 플랫폼에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다 기록될 수 있고 이것은 자연스레 노동시장 내의 새로운 감시시스템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개인정보 시대인 셈인데, 여기서는 개념을 조금 더 심화시켜서 평판경제라는 화두에 주목해보자.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할 때 접하는 것은 단순한 개인정보만이 아니라 좋아요공유’, ‘친구 추천등의 기능을 통해 개인과 개인 사이에 전달되는 내밀한 감정이기도 하다. 이 감정들은 개개인을 해당 플랫폼(페이스북 등)으로 끌어들이는 힘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타인에 대한 평판을 실어나르며 그들의 사회적 존재감을 규정하기도 한다.
 
빅브라더와 자기경영의 세계
    
감시시스템의 등장과 관련해 숱하게 언급되는 조지 오웰의 빅브라더와 연관지어 보자. 오웰의 소설 <1984>에서는 각 가정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사생활이 감시되고, 언어가 조작되며, 이웃과 이웃이 상호 감시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여기서 빅브라더란 소설 속 독재자의 명칭이자 국민들의 모든 삶을 총체적으로 감시하는 감시자의 이름이기도 하다.
 
세계대전의 참극을 경험하고 전체주의 국가의 등장을 목도하며 오웰이 상상한 이 빅브라더 체제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독재권력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다. 이 체제 역시 이웃들의 감시와 평판이 일상을 지배하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시민사회 바깥에 존재하는 독재정치권력에 의해 통제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온라인 플랫폼 시대의 평판경제는 개개인의 자기경영 원리와 온라인 빅데이터 통계에 기반해 있다. 일본에서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신조어 중 하나가 분중’(分衆)이라는 것이었다. 근대 이후 등장한 대중(mass)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을 거대하고 막연한 하나의 덩어리(mass)로만 본 것이었는데, 이것은 80년대 이후 세분화된 사람들의 욕망을 따라갈 수 없다고 간주되었다. 1980년대 일본의 마케팅 기법에서는 이들을 보다 세분화해서 분석했고, 그것은 덩어리가 아니라 쪼개어져 세분화된 존재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세분화된 욕망의 장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단연 빅데이터였다. 온라인 데이터가 무수히 쌓이면서 사람들의 개별 정체성(성별/지역별/학력별/인종별 등)에 따른 생활패턴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또 행동과학이나 심리학이라는 이름하에 추적되던 개개인의 욕망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의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보다 세밀하고 정확하게 인지되기 시작했다. 이제 상품생산 역시 어떤 상황에서 얼마만큼의 수요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게 되었으며 누가 그 수요자가 될지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사람들 역시 자신들의 모든 것이 노출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이제 사생활을 보호되어야 할 영역보다는 관리하고 경영해야 할 영역으로 사고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과거의 나쁜 기록들을 지우고(게시물을 삭제하고) 새로운 기록들이 온라인의 전면에 등록되도록 자신들의 블로그와 SNS 기록들을 정렬한다. 인적 네트워킹을 확장하기 위해 세간의 주목을 받을 게시물을 올리고 친구 추천을 통해 관계망을 확산하기도 한다. 일종의 자기 데이터에 대한 새로운 경영기법이 등장한 셈인데, 이것을 보통 평판경제라고 부른다.
 
평판경제가 등장하는 것은 온라인 플랫폼이 새로운 인적 네트워킹의 장이자 사회적 자본이 만들어지는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웰식의 독재체제와는 다르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경영에 탐닉케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와 연관되어 나타난 또 다른 용어가 바로 정서경제. ‘좋아요에 집착하는 개개인은 그 좋아요의 평판에서 자존감의 등락을 확인한다. 평판경제는 플랫폼 속 개인들의 자존감을 규정하는 정서적 견인력이자 인적 자본의 경쟁력을 감식하는 새로운 감시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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