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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금강 세종보(洑)의 철...'))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행복도시) 내 금강 세종보(洑)의 철거문제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무성하다. 해당 사안을 두고 주민들 간에 의견이 갈려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현재 ‘행복도시의 친수환경 기능은 붕괴될 것’이라는 철거 반대여론과 ‘금강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주민 간 갈등은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주민 간 갈등에 대한 책임의 화살은 정부를 향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상명하달 식 사업추진 행태가 주민 간 갈등을 야기시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세종보 철거 반대 여론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는 배제됐고 주민반대에 대한 후속 대응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주민의견 배제된 세종보 철거 추진…“상명하달식 행정” 비판
세종보 설치는 지난 2006년 7월 당시 건설교통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기본계획’에 처음으로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행복도시 시민들의 여가활동과 어메니티(어떤 장소나 기후 등에서 느끼는 쾌적함) 증진을 위해 환경친화적 수변공간을 조성하기로 하고 필요한 수량은 수중보 설치 등을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행복도시를 ‘물이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다.
2177억원이 투입된 세종보는 총 길이 348m(가동보 223m, 고정보 125m)의 구조로 2011년 설치됐다. 이로 인해 130만 톤의 수량 확보가 가능지면서 세종보 주변엔 자전거 길, 산책 길, 각종 공원 등 수변공간들이 조성됐다. 금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세종보 상류의 자연습지는 수면 아래로 잠겼다.
지난해 6월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정책수립의 일환으로 전국의 보를 개방하면서 세종보 철거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수질오염과 녹조 등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이하 평가위)는 금강 수계 3개 보에 대한 △수질과 생태의 개선 △물 이용과 홍수대비 효과의 변화 △비용편익 분석 등을 평가해 세종보와 공주보는 철거, 백제보는 상시개방 등의 방안을 각각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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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희라 기자] ⓒ스카이데일리 |
세종보 철거의 근거로는 △지역 물이용에 어려움이 없고 △수질・생태는 크게 개선될 뿐 아니라 △보의 구조물 해체 비용보다 수질·생태 개선, 유지・관리비용의 절감 등을 제시했다.민간 전문가 43명의 검토와 외부전문가 합동회의, 수계별 연구진 회의 등 총 40여 회에 회의를 통해 다각적인 분석과 평가를 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환경부 평가위 관계자는 “세종보 개방 이후 충남연구원을 통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한 결과 녹조발생을 유발하는 클로로필에이, 물 안에 있는 산소 빈도, COD 화확적 산소요구량 등이 보 개방 후 더욱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문가들의 논의와 지표분석 결과(보 개방 후) 수질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편익값(BC)은 2.92로 보 해체 후 얻는 편익이 비용보다 3배가량 더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BC값이 1.0 이상이면 경제성을 충족한다는 의미다.
환경부 평가위 발표 후 세종시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주민들 간에 찬·반 의견이 갈려 갈등이 생겨났다. 세종보 철거를 반대하는 ‘세종보 살리기 시민연대’, ‘세종바로 만들기 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세종보가 없으면 세종시는 물이 없는 죽은 도시가 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답을 정해놓고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정부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반대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18일 성명을 통해 “세종보는 세종시민들의 여가활동 등을 위한 도심 친수공간을 조성하고 호수공원·수목원·방축천·제천 등 도시기반시설 운영·유지를 위해 조성된 것이다”며 “금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세종보 해체 대신 오염물 유입을 차단하고 수질 정화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태청 세종바로만들기 시민연합 대표는 “세종보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유일한 보라는 특징이 있는데 도심에 있는 보로써의 기능과 관련된 검토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정부가 발표한 세종보의 철거 이유 중 ‘논에 물을 델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필요가 없다’고 돼 있는데 세종보는 논에 물을 데려고 만든게 아니다”며 “정부가 세종보의 설치목적과 관련 없는 내용을 평가 한 만큼 정확한 평가로 볼 수 없다”고 피력했다.
특히 “정부는 이견이 있는 분야의 결정과정에서 (자신들과) 다른 견해를 가진 학자들을 배제해 독선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반대되는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평등권을 침해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도덕적이라고 기대했던 정부의 공정하지 못한 사업진행 행태가 더 문제다”고 피력했다.
선량한 주민들 간 갈등만 키운 환경부·세종시 불도저식 사업추진
정부 정책추진 방식의 부작용은 지난달 19일 세종시 한솔동사무소 대강당에서 열린 환경부의 지역주민 설명회에서 일어났다. 참석 주민들은 “정부가 결정을 다 해놓고 이제와 주민들을 만나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22일 대평동 주민설명회에서도 험악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한솔동 주민 이재복(48) 씨는 “세종보 철거와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절차도 없이 무슨 주민설명회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혼자 룰을 정해놓고 혼자 경기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피력했다.
지난 2006년 세종보 설치 계획 수립당시 행복청장을 맡았던 이춘희 현 세종시장의 행보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역주민 간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시장이 입장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장 대변인실 관계자는 “시장님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4월에 환경부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환경문제와 관련해 세종보 건설 당시 논리와 현재의 논리가 상충된다는 지적에 대해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부는 민·관 협의체를 통해 지역주민들과 소통을 계속하는 한편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찬성하는 분도 계시고 반대하는 분도 계신다”며 “다 똑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위가 집중했던 부분은 녹조라든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고 국가예산도 계속 투입되는 상황에서 어떤 것이 더 낫겠느냐에 대한 합리적인 접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매일같이 지역별로 의견을 듣고 있다”며 “주민의견들을 있는 그대로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제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지자체가 지역사업 추진과정에 발생하는 갈등의 사전 예방을 위해 사전진단제·갈등경보제 등을 시행하는가 하면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공론화 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환경부의 정책추진 절차가 지자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연구소 한 연구원은 “지방자치 시대에서 지역주민과 공공기관 간의 갈등은 자연스런 현상이다”며 “이에 대비해 갈등사안에 대한 진단과 등급결정, 대응체계 구축 등은 광역단체에서 중앙정부로 갈수록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분야의 경우 기초단체별로 접근하는 것보다 광역단위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세종보 철거 여부는 올 7월 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그 사이 주민들은 세종보 철거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피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보 철거 반대 단체들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환경부 제시안에 대한 모순점과 세종보 건설 취지를 알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손태청 대표는 “환경부 안은 세종보의 순기능을 완전히 배제하고 나쁜점만 지나치게 지표화 시켰다”며 “시민들이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아 이를 적극 알려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반면 세종환경운동연합·세종교육희망네트워크 등 세종보 철거 찬성 시민단체들은 “세종보는 수질개선과 홍수예방 등의 목적에 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금강을 오염시키는 결과만 가져왔다”며 세종보 철거를 위한 홍보활동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역에서 세종보 철거와 관련한 가짜 뉴스나 잘못된 정보가 유포가 되고 있다”며 “오는 26일 세종보의 진실을 알리고 금강을 살리기 위한 시민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강의 원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주말마다 호수공원에서 진행할 예정이다”며 “세종보의 진실을 담은 카드뉴스를 시리즈로 제작해 여론을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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