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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리학자 김태규 칼럼니스트
그런 북한이 작년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더니 며칠 전에는 제3차 핵실험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국제사회는 강력 제재를 외치고 나섰고 또 이행하겠지만, 이미 북한에 대한 제재가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다는 점 또한 그간의 경과를 볼 때 분명하다.
지금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이미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다. 2006 년 제1차 핵실험만으로도 우리의 안보는 이미 충분히 無力(무력)해졌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일본과 미국을 위협해보자는 것이다.
핵무장을 완료한 북한은 미국 외교 관리들에겐 그저 ‘환멸’일 뿐이고, 우리에겐 지극히 엄중한 눈앞의 위험이다.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지만 당장 우리로선 사실 그 어떤 실효적인 대안이 없다.
단 하나 위안거리가 있다면 1945 년 핵폭탄이 일본에 투하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제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런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에서 북핵은 우리에게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극도의 위험이다.
따라서 이 위험이 위험으로 그치느냐 아니면 현실의 일이 되느냐의 여부는 딱 한 가지 사항에 달렸다.
그것은 북한 김정은과 그 추종 집단에게 어떤 희망이 지속적으로 주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어느 날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그리하여 충동적으로 모든 것을 끝내고 싶어지면 서울 한 복판에서 핵폭탄이 터지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극도로 높아질 것이다.
아직은 다행스럽게도 김정은과 추종 집단들이 그렇게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리고 실은 이것이야말로 유일한 위안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는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해야 하는 推論(추론)의 영역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단언컨대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나지 않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은 비록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우리로선 당연히 한 번 시도해봄직한 좋은 정책이었다.
김대중 정부가 건넨 돈은 물론 북한의 핵개발에 대단히 유용하게 쓰였겠지만, 그렇다고 그를 놓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책 당사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가 않다.
북한은 1990 년대 말 기근으로 인해 수십 수백만이 굶어죽는 참혹한 사태, 이른바 ‘고난의 행군’ 당시에도 핵개발에 드는 비용 지출만큼은 포기한 적이 없다.
그런 북한이기에 김대중 정부가 건넨 돈을 떠나서 어쨌거나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핵개발에 다소의 도움이야 되었겠지만, 당시 우리로선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함으로써 남북한 간의 전쟁 위협을 완화시켜 보자는 취지의 햇볕 정책은 당연한 시도였다.
햇볕 정책은 그러나 결과적으로 판단하면 간단히 말해서 동상이몽이었다.
同床異夢(동상이몽), 두 사람이 같은 침상에 누웠으되 다른 꿈,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
이에 햇볕 정책의 功(공)을 들라면 同床(동상)에까지는 올라가 누웠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같은 꿈을 꾸게 하는 것까지는 실패한 것이 햇볕 정책의 한계였던 것이다.
김정일은 같은 침대에 누워 김대중 대통령이 건네주는 달콤한 돈을 받아서 챙기고는 다음 날 아침 새벽에 급히 내빼버린 셈이었다.
그러나 다시 말해서 김정일을 같은 침상으로까지 오르게 만든 것은 역시 김대중 대통령의 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정일은 끝내 딴 속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우리 내부에는 종북파를 비롯하여 우리 민족끼리 잘 해볼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가졌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미순이 효선이 사건을 필두로 종북반미 세력이 또 얼마나 날뛰고 설쳤던가!
그게 2002 壬午(임오)년 여름의 일이었다. 당시 나는 사태추이를 지켜보면서 적잖이 염려도 했지만, 運氣(운기)를 따져보고 마침내 안심할 수 있었다. 장차 10 년만 지나면 종북 반미 세력의 풀이 죽을 것으로 단정했다.
그리고 작년 2012 壬辰(임진)년, 민주당은 종북세력과 연계한 것이 결정타가 되어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하고 말았으니 내 계산이 실로 들어맞았던 셈이다.
돌아와서 얘기지만, 노무현 정부의 햇볕 정책 계승은 그저 헛된 것이었다. 당장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정책적 일관성을 장기적으로 유지해야만 그 효험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명분이었지만 그건 사실 자기기만에 불과했다.
북한이 우리를 배신할 리가 없다, 북핵 역시 통일되면 우리 것이 아니냐 하는 실로 어설픈 주장들이 난무한 것이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런 환상은 북한이 2006 년 핵실험을 하면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통일 이후 핵을 통일 대한민국이 가진다? 그것은 오로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용납할 때만 가능한 소리이다. 현실적으로 핵을 보유한 통일 대한민국을 용인할 나라는 우리 주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건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철부지 소리에 불과하다.
우리 대한민국은 북핵에 대해서 무력한 것이 현실이지만 그에 못하지 않게 우리의 생명선은 대외 교역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아니 된다.
북한이야 워낙 가진 게 없는 나라이고 주민들이 고난에 하도 익숙해져 있어 제재가 그다지 통하지 않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해외와의 교역이 열흘만 중단되어도 그 자체로서 붕괴하고 만다. 그러면 그게 바로 북한 꼴이 된다.
자동차는 죄다 다니지를 못할 것이고 전기는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수돗물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며,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멈출 것이다, 쓰레기 수거차도 중단될 것이다. 당연히 마트에 식품도 들어오지 않게 될 것이다. 나아가서 스마트폰은 물론 서비스가 중단될 것이며, 은행 서비스는 대부분 중단될 것이다.
우리의 모든 인프라는 해외 교역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해외에서 사오는 원자재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니 해외와의 교역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 사실상 전부라고 해도 하등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통일 대한민국의 핵보유를 우리 주변의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가 반대하면 우리 손에 핵탄두가 들어 있어도 자진해서 반납해야 할 것이다. (핵보유를 주장하면 통일 자체부터 용인해주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다른 시도를 택했으니, ‘비핵개방 3000’이 그것이다. 핵을 포기하고 개방으로 나오면 수 년 내에 북한주민들의 소득을 3천 달러로 만들어주겠다는 당근이었다.
물론 김정일이가 그냥 죽으면 죽었지 그걸 받아먹을 까닭이 없었다. (그리고 김정일은 그냥 죽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가 너무도 북한과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사실 그 또한 비판에 불과하다. 앞서 글머리에서 얘기했듯이 북한은 본질적으로 그 어떤 대화 시도에도 응하지 않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더욱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대해 운신할 여유는 좁아지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신뢰 프로세스’라 한다. 아주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하나씩 상호 신뢰감을 높여가자는 정책이다.
북한이 의미 있는 대화에 응하지는 않겠지만 대화의 자리로 끌어내려는 노력을 멈추지는 않겠다는 것이고, 대화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인도적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대단한 인내심을 요하는 정책이라 하겠으며, 임기 중에 효과를 본다는 기대는 아예 포기한 상태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기간 중에 북한은 천안함 사건 이상의 더 본격적인 도발을 시도해올 것이라 본다. 그렇게 나온다고 해서 우리가 자칫 破局(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본격적인 맞대응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해안에 설치된 동굴 포대의 겉 표면을 몇 발 타격하는 정도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이다.
예전의 부시 대통령은 협상만이 아니라 모든 수단, 즉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고 엄포도 놓았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던 북한이니 그렇다. 오히려 핵을 실전배치하겠다고 거꾸로 겁박에 나설 것이다.
이제 겨우 서른 살의 열혈 청년 김정은이가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말이다. ‘이런 종간나 새끼들, 내레 나가서 모조리 확 불 질러 버리갔시오’ 하면 말이다. 결국 나이든 장성택이가 말리든지 아니면 죽이든지, 별 다른 수단이 없지 않은가.
자 과연 그렇다면 이제 북한과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북핵에 대해 우리는 그 어떤 대응수단도 없다는 말일까?
하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이나 노무현 정부의 정책 계승,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그 하나하나의 공과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을 전체로서 파악하고 이해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일을 겪으면서 지혜를 얻는다. 따라서 그간의 모든 정책들 역시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간의 모든 정책들이 다 시도해볼 만한 것들이었다는 얘기이다.
이제 우리는 북한이 어떤 입장에 있는지 그들의 생각이 무엇이며 전술과 전략은 어떠한지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더 잘 알게 되었다. 그간의 대응방책들이 흡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모두 그 나름 얻은 것도 적지 않았다는 말이다.
북핵 개발로 우리의 안보는 커다란 구멍이 나고 말았다.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불안으로부터 조속히 벗어나려고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냉정히 말하면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불안은 북핵이 아니라 김정은이라는 젊은 혈기의 청년이라 하겠다. 아이 손에 위험한 물건을 맡겨두면 안되듯이 그런 것이다.
불안과 초조함은 실수를 유발한다. 그렇기에 리스크가 클수록 더욱 냉철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냉철하게 대처한다는 것, 실은 이것이야말로 북한과 북핵 문제에 대처하는 가장 최상의 전략이라 하겠다.
淮南子(회남자)에 보면 ‘執道理以耦變(집도리이우변)’이란 말이 있다.
‘좋은 원칙을 견지하면서 그때마다 생겨나는 변화에 대처’한다는 말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이지만 크게 보면 북한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기에 원칙 또한 확고해졌다. 부단히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면서 어느 선에서는 인도적 지원을 하되, 앙탈을 부리고 위협을 가해올 때마다 으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이상의 대북 정책은 없다 하겠다.
그렇다면 해결은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이에 대한 해답 또한 간단하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사람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절로 해결된다는 것을 알면 된다.
북한은 1993 癸酉(계유)년 NPT를 탈퇴하면서 북핵 위기를 일으켰다. 이에 12 년이 지난 乙酉(을유)년부터는 핵실험 준비에 들어가면서 국면이 새롭게 전환되었다. 그러니 다시 12 년 뒤인 2017 丁酉(정유)년에 가면 해결될 것이다.
북핵 도박은 2017 년에 가서 水泡(수포)로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동시에 북한 체제는 급격한 내부 변화와 함께 통일의 새로운 계기가 생겨날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끌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 북한과 북핵에 대한 해결책인 것이다.
기억해두시라, 2017 년이면 북한과 북핵 문제에 있어 우리 민족 모두에게 있어 긍정적인 방향에서 좋은 轉機(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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