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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 블루보틀

N포 세대 청년들의 씁쓸한 현실 깃든 ‘블루보틀 열풍’

미래보단 현재,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비싼 가격 몇 시간씩 줄서도 “특별하니까”

나광국기자(kkn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5-15 0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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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궜던 ‘블루보틀’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블루보틀’은 미국엔 65개 매장, 일본엔 10개 매장, 한국엔 1개 매장이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루보틀커피코리아는 종로구 소격동 소재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356.18㎡ 규모 건물에 다음 달 블루보틀 2호점을 개점한다. ⓒ스카이데일리
 
지난 3일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미국 고급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이 서울 성수동에 한국 1호 매장을 열었다. 이날 ‘블루보틀’은 하루 종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굴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중의 관심은 커피 맛이 아니라 길게 늘어선 줄 때문이었다. 영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수백여 명이 줄을 섰고 오후에도 3~4시간을 기다려야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이러한 줄서기 열풍을 두고 소비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블루보틀의 커피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한들 몇 시간을 기다려서 마셔야 할 수준의 커피냐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심하게 편중된 한국 소비자들의 ‘쏠림’ 현상을 비판하기도 한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포기에서 따라오는 무기력과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는 소비가 필요했고, 이것이 ‘플라시보 소비’ 형태로 블루보틀에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블루보틀로 바라본 한국인의 ‘쏠림 소비’에 대해 소비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입장만 2~3시간 걸리는 ‘블루보틀’…기다림도 또 하나의 놀이문화
 
블루보틀은 커피의 본질은 맛이라는 점을 중시한다. 블렌딩한 원두로 대중적인 맛을 내기보다는 고급 원두를 쓴 싱글 오리진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추출해 판매한다.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는 것보다 커피 한 잔이 완성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매장 안에서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들은 밀려드는 손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여유롭게 커피를 만들었다.
 
손님들 역시 짜증을 내거나 재촉하는 모습 없이 기다림을 즐겼다. 매장 안에는 커피의 맛과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나 콘센트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한 불편함에도 블루보틀을 찾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았다. 주목되는 점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이 대부분 20~30대라는 사실이다.
  
▲ ‘블루보틀’이 대중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길게 늘어선 줄 때문이었다. 지난 3일 매장 운영을 시작한 이후 ‘블루보틀’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선 평균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사진은 ‘블루보틀’ 매장 안과 밖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지난 9일 블루보틀 매장을 찾은 백수현(22·여) 씨는 “주변 친구들이 블루보틀에 대해 이야기했고 평소에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방문했다”며 “2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특별한 경험을 통해 만족한다면 지갑을 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젊은 세대는 재산을 늘리거나 자신의 미래, 노후를 위한 저축에 대해서도 고민하지만, 다양한 서비스와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게 더 합리적인 소비라고 여긴다”며 “학업과 취업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포기해야 했던 것들을 일상생활에서 소소하게 성취하는 경험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블루보틀을 두 번 방문했다는 강아름(21·여) 씨는 “블루보틀이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몇 천원 비싼 가격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다고 생각해 방문했다”며 “주변 친구들은 줄을 서면서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하거나 유튜브 브이로그(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촬영하면서 블루보틀 줄서기를 추억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몇 시간씩 줄을 서면서 커피를 마셔야하나 생각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와서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같이 동행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음악 감상, 독서 등을 하면서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줄서면서 보내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비싸도 사랑받은 쉑쉑버거, 에어팟…전문가들 “특별함 찾는 소비트렌드”
 
과거에 미국의 쉑쉑버거가 한국 매장을 낼 때도 비슷한 열풍이 있었다. 당시만해도 비싼 가격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쉐쉑버거를 국내에 들여온 SPC그룹에 따르면 1년 간 국내에 있는 4개(강남대로점, 청담점, 동대문두타점, 분당점) 매장에서 판매된 버거의 누적 판매량은 약 120만개다. 누적 방문객 수는 150만명 에 달했다. 매일 버거를 3000개 이상 팔고, 하루 평균 3750명이 찾아온 셈이다.
 
줄서기 열풍을 이끌었던 애플의 에어팟도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초반 비싼 가격으로 흥행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 있었다. 하지만 무선 이어폰 시장 규모 1250만대 중 애플 에어팟이 시장 60%를 점유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면 눈에 보이는 이어폰 중 절반 이상은 에어팟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 전문가들은 블루보틀 뿐 아니라 에어팟, 쉑쉑버거 등이 대중에게 관심을 받은 이유는 ‘플라시보 소비’에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신사동 애플스토어에서 에어팟 2세대를 구매하기 위해 줄 서있는 소비자들, 에어팟 2세대 구매후 인증 촬영 중인 소비자, 쉑쉑버거 동대문두타점 내·외부 모습 ⓒ스카이데일리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에서 만난 유병훈(25·남) 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에어팟 2세대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에 방문했다”며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소유할 수 있어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이렇게 줄을 서면서 일반적인 이어폰보다 고가인 제품을 소비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면서도 “에어팟이나 블루보틀과 같이 젊은 층들이 소비하는 상품들은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가격이 아니라 충분히 지불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같은 상품군의 평균 가격보다 몇 배는 비싼 제품을 줄을 서서 소비하는 현상에 대해 유례없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이 정신적 만족감을 찾기 위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은 연애, 결혼, 내 집 마련 등 살면서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세대다”며 “청년들사이에선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포기하면서 무기력과 상실감이 나타났고 이런 감정을 극복할 대안으로 ‘플라시보 소비’가 나타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시보 소비란 속임약을 뜻하는 플라시보와 소비가 결합된 신조어로 가격 대비 만족을 중요시하는 ‘가심비’와 일맥상통한다”며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희소성에 목말랐던 청년들이 특별한 것을 체험하며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 구혜경 교수는 “젊은 층이 새로운 문화를 먼저 접하고 이를 서로 공유하면서 줄서기 소비문화가 생겼다”며 “줄서기 소비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이런 문화가 대중들이 소확행을 실천하는 새로운 소비방식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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