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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주전자·블렌더·토스터 등 혼족·1인가구 위한 미니 가전제품 인기
‘홈족’은 사회적 관계의 부담에서 벗어나 혼자 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행복을 찾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1인 가구 증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인구·사회구조의 변화와 ‘욜로’(YOLO),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의 생활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등장한 개념으로 인식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공동으로 지난해 11월 성인남녀 16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본인이 홈족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8.6%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자신을 홈족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은 20대에서 68.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0대와 40대 이상에서는 각각 62.0%, 29.6% 등을 기록했다. 젊은 연령층일수록 집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셈이다.
집안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맞춤형 상품이 등장하는 등 식품·유통·가전업계 등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통상적으로 3~4인 가구와 주거·생활·소비 습관이 다른 1인 가구를 겨냥한 맞춤형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1인 가구 전용 제품의 경우 ‘미니멀리즘’이 특징이다.
1인 가구가 선호하는 대표적인 소형가전으로는 △커피와 차를 끓이는 전기주전자 △음식 조리의 기본인 블렌더 △손쉽게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토스터 △식재료의 맛과 소비자 건강까지 살리는 조리기구 에어프라이어 등이 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빛늘(25·여) 씨는 8평 수준의 거주 공간에 큰 가전제품을 둘 공간이 없어 소형 전자레인지를 구입했다. 김 씨는 “최근 구매한 소형 전자레인지는 공간도 크게 차지하지 않는다”며 “평소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을 즐기는 편이라 작더라도 큰 불편함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변 친구들도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고 있어서 그런지 혼자 요리를 하거나 운동, 게임 등 집에서 여가시간을 보낼 때 이용하는 제품에 관심이 많다”며 “확실히 예전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최지현(32·여) 씨는 “올 해부터 52시간 근무가 적용되면서 혼자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확실히 늘었다”며 “집에서 간편하게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전제품을 찾던 중 주변에서 에어프라이어를 추천해서 구매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어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 전에는 집에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커피머신도 구매했다”며 “카페에 가지 않고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먹는 재미가 쏠쏠한데 이처럼 홈족을 위한 제품들이 많이 등장하다 보니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더욱 즐거워졌다”고 밝혔다.
공간을 차지하는 비율이 일반 청소기에 비해 매우 적으면서도 흡입력은 강한 스틱형 핸디청소기도 홈족의 필수 가전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이마트에서 핸디청소기 판매는 108.9% 큰 폭으로 늘었다. 소형·미니냉장고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했다.
“이불 밖은 위험해”…영하권 추위에 늘어난 홈족 겨냥한 식·음료제품 봇물
식·음료업계도 홈족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홈족을 위한 간편하면서도 풍성한 구성의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과 가정간편식 등이 대표적이다. 두 제품은 다양하면서도 간단한 조리방법으로 판매량이 크게 느는 추세다. 2010년 7700억원 규모였던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은 2017년 3조원까지 성장하며 연평균 2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편의점 도시락 매출도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족의 줄임말)’ 출현에 힘입어 지난해 3500억원 규모를 기록하며 2017년 2500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시락 외에도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족이 간편하게 식단조절을 할 수 있도록 영양을 고려한 건강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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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김해인] ⓒ스카이데일리 |
비타민이 풍부한 검은콩이 들어간 푸르밀의 ‘검은콩 우유’나 운동 전후 단백질 섭취를 돕는 롯데제과의 ‘곡물 쿠키’,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를 사용해 당 섭취 부담을 낮춘 CJ제일제당의 저칼로리 ‘워터젤리’ 음료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홈족 확산과 이들을 겨냥한 제품의 등장은 생활습관과 사회적 인식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윤상철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며 “1인가구 증가와 더불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해 집에서도 충분히 소비가 가능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과 사전에 여러 계획을 세워야 하는 외부활동보다는 혼자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행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경쟁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이 집에서 개인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사람으로부터 발생하는 피로감은 물론 불필요한 감정과 에너지소모를 줄인다는 장점이 있어서다”며 “학교든 직장이든 밖에서 복잡한 인간관계를 맺을 필요 없이 집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현상이 홈족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보면 된다”고 진단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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