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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사람들]-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동병상련 심정으로 장애 엄마들 마음의 상처 치료하죠”

장애 엄마 인권 대변하기 위해 사회 차별과 소외로부터 싸우는 사람들

김선우기자(sw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8-02 0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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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이하·파란)은 장애를 가진 엄마들이 양육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는 비영리 단체다. 매주 수요일 광화문서 백만인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파란 관계자들 [사진=안현준 기자] ⓒ스카이데일리
 
여성 인권이 급성장함에 따라 양육 정책 또한 공동책임의 평등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여권신장에도 보호하지 못하는, 이른바 여성 인권의 사각지대가 있다. 이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바로 장애를 가진 엄마들이다.
 
지난 2016년 아이돌봄 지원법이 시행됨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아이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돌보미를 지원하는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상은 만 3개월 이상에서 만 12세 이하 아동들이다. 정부는 1회 2시간 이상 신청하는 것을 원칙으로, 연 720시간을 지원해준다. 돌보미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선 일반형 서비스 기준 시간당 9650원을 내면 된다.
 
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이러한 양육지원서비스 혜택의 그늘 아래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장애 엄마의 경우는 다르다. 연간 720시간, 하루 2시간의 양육 지원으론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비스 이용 시 책정되는 자부담은 경제활동이 어려운 장애 엄마들로서는 양육지원 사업에 거리를 두게 되는 요인이다. 이는 아이돌봄 지원 사업이 장애가정과 비 장애가정의 구분 없이 마련됐기 때문이며, 사회적 복지로부터 장애 엄마들을 따돌리고 있다.
 
서울시에서 장애 엄마들을 위해 만든 홈 헬퍼 서비스 또한 실효성이 없긴 마찬가지다. 이 서비스는 서울시에 사는 장애 엄마들에게만 지원이 되지만, 예산 부족으로 인해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산이 있다고 해도 당장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 엄마가 곁에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다는 조건도 있다. 이유는 아이의 훈육을 위해서다.
 
장애 엄마가 아이를 방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로 인해 장애 엄마들은 아이가 다른 사람의 손을 맡겨진 순간에도 휴식조차 할 수 없다. 양육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실시하는 사업이란 의미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이하·파란)’은 장애 엄마들이 복지 정책으로부터 차별받고 소외받지는 것을 방지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다. 특히 장애 엄마를 둔 아이들이 사회에서 받는 차별을 철폐하고 사회가 장애 엄마를 보다 친근한 시선으로 바라보게끔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장애 엄마를 포함한 장애 여성, 더 나아가 장애 가정에 대한 차별과 소외를 없애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가치를 지니도록 하는 것이 단체의 목적이다. 장애 엄마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파란의 박지주 대표와 송정아 사무국장, 김소영 동료상담가를 무더위 속에 어렵게 만났다.
 
박지주 대표는 “아이를 양육함에 있어 더 좋은 조건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장애 엄마들이 겪는 아이돌봄 지원사업의 자부담 철폐를 위해 백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죠. 또한 장애 여성들을 위한 기성복 수선 봉사 등, 장애 여성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아이의 따돌림으로 자각한 장애인 엄마 현 위치…“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없어”
 
파란은 지난 2016년 만들어진 ‘장애를 가진 엄마 모임’으로부터 시작됐다. 자조 모임(self-help group)형태로 활동하던 이 모임에 김소영 동료상담가와 송정아 사무국장이 합류하면서 단체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사례 발표회와 워크숍 등을 거치며 비영리 단체의 형태를 띠게 됐다. 이들은 힘들게 아이를 키우며 겪게 되는 정책적인 소외나 사회적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 연대하고 있다.
 
▲ 국가에서 제공하는 양육 지원사업은 장애 엄마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파란은 이러한 제도가 개선될 때 장애 부모 및 자녀가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된다고 말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박지주 대표, 김소영 동료상담가, 송정아 사무국장 ⓒ스카이데일리
 
김소영 동료상담가는 현재 센터에서 고충을 겪고 있는 장애 엄마들의 상담을 들어주고 보듬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장애 엄마가 전문 상담가에게 상담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김소영 씨는 장애 엄마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유일한 소통창구다. 김소영 씨는 아이의 생일 파티에 단 한명의 친구도 오지 않았을 때, 장애 엄마에 대한 사회의 차별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한다.
 
“저희 가족은 지금 동네로 이사했을 때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어요. 아이가 생일파티를 하려고 친구를 초대했는데 정작 생일 파티엔 아무도 오지 않았죠. 저는 선생님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어요. 그렇게 선생님이 그 사실을 알게 됐고, 선생님은 친구들과 딸아이를 앉혀두고 이렇게 얘기 했대요. 너희들끼리 해결할래, 아니면 선생님이 중간에 껴서 해결할까. 그 얘기를 듣고 딸아이가 저희들끼리 해결하겠다고 했대요”
 
“선생님이 중재 하게 되면 다른 엄마들도 학교에 오게 될 것 같아 걱정돼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 후로는 제가 학교에 갈 일이 있게 되면 딸아이에게 먼저 ‘엄마가 학교에 가도 되겠니’라고 물어봐요. 그때마다 아이는 ‘엄마가 무슨 장애인이냐’고 농담조로 되물으며 당연히 와도 된다고 하죠. 그래도 아픈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현재 장애인의 인권이 어디 정도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 씨는 이 사건을 통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파란에서 일자리 주선과 사무국을 맡고 있는 송정아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느끼는 차별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휠체어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조롱이나 멸시에 무뎌졌어요. 그게 일상이 됐기 때문인지 상처를 받기보다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게 저만의 생존 전략이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에 일일이 반응하다보면 결국 그 모두가 오로지 저에게 상처가 돼요”
 
장애 인권 활동…“따뜻한 말 한마디에 앞으로 나아갈 힘 얻어요”
 
박지주 대표는 여전히 이 사회에는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며 전문 기관조차 많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도 시급하지만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박 대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기에 시작하게 됐으며, 지금 멈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런 활동들이 힘들지만 보람찬 일도 있기에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란은 장애 엄마들이 받는 차별과 소외를 다른 엄마들이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육아 부담과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 요구안에 정부에 제출하고 있다. 또한 백만인 서명운동으로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 파란은 매주 수요일 광화문서 장애 엄마 양육 자부담 철폐와 장애 엄마 자녀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서명 운동 중인 파란 관계자들 [사진=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요즘은 활동을 하면 할수록 저희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어난다는 것을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죠. 예전 저희 셋이 저희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삭발 투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송 사무국장님이 저에게 ‘저희 셋이 하는 걸 누가 알아줄까요’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비록 한 명이 관심을 갖더라도 우리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답했죠. 삭발을 하고 나니, 여러 언론과 매체에서 찾아주고 저희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송정아 사무국장은 자식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의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파란의 활동을 통해 소극적이던 삶에서 적극적인 삶으로 변했다고 이야기한다.
 
“서명 운동을 하거나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위축되곤 했어요. 그런데 제가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갈수록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이야기해주고 공감해주시며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더라구요. 그럴 땐 정말 힘이 나고 많은 보람을 느껴요”
 
김소영 동료상담가는 서명 운동을 통해 듣는 따뜻한 응원도 힘이 되지만 딸이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답했다.
 
“저희 딸은 늘 활기찬 아이예요. 제가 뭔가 활동을 하고 들어오면 ‘엄마는 무엇을 하기에 그렇게 바뻐’, ‘무얼 그리 많이 해’하며 농담처럼 물어요. 그러면 저는 늘 ‘너 때문에 공부하는 거야’라고 대답하곤 하죠. 너 때문에 상담가 일을 하고 너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라고요. 덕분에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딸 수 있었죠. 그러자 딸이 공부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해요. 그때가 가장 보람차죠.”
 
박지주 대표는 파란 센터의 다음 목표를 양육 부담 철폐와 장애 인권 교육, 장애인 대변을 위한 상담센터 건립 등에 두고 있다. 물론 최종적인 목표는 대한민국을 장애 부모, 자녀가 상처받지 않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이에 파란의 멤버들은 지금도 서명운동을 전개 중이며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선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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