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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부각시키는 ‘빈 의자’의 역설

스카이데일리 칼럼

박선옥기자(sobahk@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8-09 00: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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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옥 부장 (국제부)
빈센트 반 고흐의 걸작 ‘고흐의 방’을 본 적 있는가. 작은 방을 꽉 채운 다소 큰 침대와 벽의 두 면에 걸린 그림들, 방 한가운데 작은 탁자가 놓인 고흐의 방. 그리고 거기엔 또 눈길을 잡아끄는 사물이 있다. 두 개의 빈 의자. 두터운 붓질로 가득 채워진 이 그림이 우리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방 안에 놓인 두 개의 의자가 어쩐지 주인 없는 빈 방을 더 쓸쓸해 보이게 하기 때문일 거다.
 
8월 1일부터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아이치 트레인날레 2019’에서 ‘표현의 부자유-그 이후 기획전’에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이 개막 3일째인 지난 3일 마뜩찮은 이유로 전시가 중단됐다.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은 두 개의 의자를 나란히 놓고 한 의자에는 소녀상을, 그리고 다른 한 의자에는 관람객이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설치 작품이었다. 빈 의자가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위한 작품이다.
 
그러나 일본 내 일부 정치가와 시민단체들에 의한 항의가 계속되자 결국 주최 측은 전시 중단 조치를 취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표현의 부자유에 항의하기 위한 ‘표현의 부자유’ 전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한 것이다. 전시 취소에 대해 다른 참여 작가들도 주최측의 결정을 비판하며 전시회 보이콧에 나섰고, 전 세계 문화예술계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화예술의 창작의 자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존중되어야 하며 이번 사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폭력적 개입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 중단 조치가 화제가 되면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 폐지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평화의 소녀상 되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전 세계 곳곳의 예술가와 여성 운동가들은 ‘표현의 부자유’전에 전시되었던 소녀상의 모습을 본떠 정면을 응시하고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은 자세로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옆 자리에 빈 의자를 가져다 둔 모습마저 작품과 똑같이 연출했다. 관람객의 눈을 가리려던 일본의 소녀상 폐쇄 조치가 오히려 전 세계인의 눈을 뜨게 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 운동은 빠르게 확산되며 위안부 문제를 재조명하고 일본 정부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데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 사건은 2010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의 텅 빈 의자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중국 반체제 작가 류샤오보. 류샤오보는 1989년 천안문사태 시위를 주도했으며 이후에도 중국 내 인권 신장을 위해 오랫동안 싸워왔다.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 당시 그는 2008년 독재 청산을 요구하는 ’08 헌장’ 선언을 이끌어 11년형을 선고받아 옥중에 있었다. 당시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며, 부인의 대리 수상조차 못하게 했다. 노벨위원회는 보란 듯이 수상자 단상에 빈 의자를 두었고 시상식은 그가 앉았어야 할 ‘빈 의자’와 함께 진행됐다. 단상에 올랐던 다른 수상자들 보다 불참한 수상자의 존재감을 더욱 크게 부각시킨 그 ‘빈 의자’는 중국의 비민주적 행태를 고발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자유를 향한 열망은 부자유로 인해 더욱 강조된다. 존재는 부재로 인해 더욱 강조된다. 아이치 트레인날레 전시의 ‘평화의 소녀상’은 부당하게 전시가 중단됨으로써 오히려 세계 곳곳에 ‘평화의 소녀상’들을 만들어냈다. 중국은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텅 빈 의자만을 허용하며, 자신들의 인권 탄압의 현실을 전 세계에 드러낸 꼴이 되었다. 비어 있는 의자가 누군가 앉아있는 의자보다 우리의 눈길을 더 사로잡는다는 사실을 일본과 중국 정부는 몰랐을 터이다. 침묵을 강요할 때 목소리는 더 멀리 퍼져 나간다. 지금도 옆 자리를 비워둔 채 의자에 앉아있는 전 세계 ‘평화의 소녀상’들은 무언의 강렬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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