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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정부 전자투표 정책 총제적 부실

말 많고 탈 많은 사전투표 핵심정보 선관위만 알고 있다

중앙선관위, 유럽 선진국 외면한 전자투표 도입 후 구체적 정보 공개 거부

김진강기자(kjk560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10-08 00: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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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투표와 관련해 유럽의 국가들은 무결점·완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전문지식이 없는 유권자가 자신의 표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스스로 검증할 수 있을 때에만 전자투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사전투표발급 프로그램이 생성과정에 대한 공식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다. 특히 중앙선관위는 공식 검증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대해 국가와 개인의 이익을 침해 할 수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사진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소에 설치된 사전투표발급기 @스카이데일리
 
최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투표제도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한 사전투표가 자리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일찌감치 전자투표의 조작 가능성을 우려해 엄격한 검증 제도를 도입했으나 우리니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외에 전자투표 관련 정보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오류나 선거결과 조작 등이 발생해도 선관위 외에 누구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럽 선진국들, 2000년대 후반 전자투표 조작위험 인지 후 엄격한 검증제도 도입
 
지난 2009년 3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05년 제16대 독일 연방의회선거에서 사용된 전자투표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전자투표가 선거의 공공적 본질에 반할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결함이나 의도적 조작행위에 대해 일반 유권자가 알기 어렵다는 점을 판결 근거로 들었다.
 
당시 헌재는 일반 유권자가 자신의 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스스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별한 전문지식이 없는 유권자도 검증할 수 있을 때에만 전자투표 사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헌재는 또 전자투표의 조작 여부를 공개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 절차와 방법이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전자투표는 오류와 조작 위험이 도사리는 있는 만큼 완전성·무결성을 갖춰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전자투표가 논란이 된 사례는 영국에서도 있었다. 2007년 6월 영국의 BBC방송은 ‘전자투표가 영국 민주주의를 훼손될 수 있다’ 공개권리단체’(ORG)의 보고서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같은 해 5월 지방선거에서 시범 실시된 전자투표 참관인들의 평가 결과가 담겨져 있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해당 단체는 보고서를 통해 전자투표는 시스템 오류나 부정선거를 불러올 수 있고 전자투표에 사용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밀검증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자투표가 완전무결하다는 보장이 있을 때까지 전자투표 실시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전자투표 관련 이슈가 불거져 나온 바 있다. 지난 2006년 네덜란드 한 방송국은 시연회를 통해 해커들이 전자투표 기록을 조작하는 과정을 상세히 전했다. 이후 네덜란드 법원은 전자투표 금지 결정을 내렸다.  
 
▲ 2017년 대통령선거에 사용된 사전투표용지 QR코드(사진 왼쪽아래 파란색 동그라미)를 판독한 결과 뒤에서 10번째~4번째에 들어가야 할 일련번호 7자리에 숫자와 영문자가 뒤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빨간색 테두리 내 밑줄친 부분) 현행 선거규칙에 일련번호는 아라비아 숫자(십진법) 로만 부여하도록 돼 있다. 중앙선관위는 숫자와 영문자가 혼합된 7자리의 생성과정에 대해 공개검증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제보]
  
독일·영국·네덜란드의 사례는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던 전자투표제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됐다. 세계 각 국이 프로그램 오류나 의도적 조작이 검증되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다. 이후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자투표 소프트웨어의 오류제거와 보안기술은 상당히 발전했지만 ‘오류와 조작’에 대한 의심과 검증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위조투표용지에 대한 검증과 제도는 엄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 선진국 외면한 전자투표 도입…선관위, 사전투표용지 발급시스템 정보는 ‘비공개’
 
해외 선진국들이 전자투표의 오류 가능성을 항상 염두하고 완전성·무결성을 무던히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인인증을 받지 않은 전자투표 장비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강제하는 법령조차 없는 실정이다.
 
특히 사전투표용지 발급프로그램의 경우 공개 검증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데다 중앙선거관위원회가 프로그램 생성과정 공개를 거부하는 등 초법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조작을 우려하는 시민단체·학계의 소송과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선관위는 요지부동이다. 선관위가 프로그램 오류와 선거조작 가능성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2008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이경목 세명대 전자상거래학과 교수는 ‘2002년 대선 때 사용했던 전자개표기를 업그레이드해서 필리핀으로 수출했지만 필리핀에서 사용중지 판결을 내린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당시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필리핀 대법원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해 검증을 했다. 조작 가능성에 대해 검증을 한 결과 부정선거와 조작이 가능해 선거 시스템의 붕괴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당시 문제가 된 전자개표와 관련해 “중앙선관위에 개표기 소스 코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주지 않았다”며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통해 투표지 분류기의 조작상황을 시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이 이렇게 간단하게 조작되는데 이런 전자투표기를 어떻게 우리 선거에 사용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전자개표기의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시 국회는 여야 만장일치로 ‘터치스크린 전자투표기’ 예산 350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 학계에서는 ‘완전한 전자투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현재 운영중인 전자투표 프로그램 마저 검증을 회피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진=중앙선관위]
    
이 교수는 2013년 선관위가 개표 부정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국회에서 개표 과정을 시연하는 동영상을 공개하자 다양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이 교수를 끌어내려는 국회 경위와 몸싸움 끝에 부상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원동호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완전한 전자투표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어 “유일하게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는 에스토니아의 경우 ‘비밀성을 자기들도 담보하지 못하지만 국민성이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며 “기술자보다는 인문학적 입장에서 얘기하고 있는 셈이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매표방지나 비밀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며 “1번을 찍었는데 2번으로 들어간다든가 이런 것들을 막는 것들을 연구하고 있지만 이런 것들도 100% 완벽하게 차단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도입한 사전투표용지 발급시스템의 경우 과거 조작 위험이 높다고 판명된 전자투표기보다 비밀투표 부정 가능성이 더 높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앙선관위가 사전투표용지 발급시스템 도입과 적용과정에서 관련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전문기관의 공인인증을 받는 대신 중앙선관위가 자체 구성한 위원회를 통해 형식적인 검증절차를 밟은 점이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투표지분류기는 독립된 전문가들에 의한 소스코드 검증은 아니더라도 중앙선관위가 발족한 보안자문위원회에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한국정보기술협회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공인인증을 거쳤다. 하지만 사전투표용지 발급시스템에 대해서는 소스코드 공개와 한국통신기술협회의 소프트웨어에 공인인증을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의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중앙선관위는 국민들에게 납득할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2018년 5월 중앙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선거장비와 시스템의 무결성과 보안성의 확보를 강조했다. 그러나 보안자문위원들에게 조차 사전투표용지 발급시스템 소스코드를 공개해 검증했다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한 선거전문가는 “사전투표용지 발급시스템은 국민들의 투표결과 유출, 사전투표용지의 위조 등 부정요소 원천 차단을 확신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자료를 접할 수 없다”며 “현 상황은 일부 동구권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전투표용지발급 소프트웨어 대한 공인인증을 취득하고 국민들에게 알렸다면 디지털 정보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데도 중앙선관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전문가는 “2000년 이후 디지털선거가 시작된 이래로 국제기준에 입각한 민주적 검증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한국과 같이 ICT선거시스템을 무분별하게 도입해 적용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신뢰할 수 있는 독립된 전문가들에 의한 사전투표용지 발급시스템의 프로그램 소스코드 공개 검증을 실시하고 설치된 운영 프로그램의 위·변조여부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강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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