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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10대 청소년 명품선호 현상

수백만원 명품 두르고 식사는 삼각김밥 ‘두 얼굴의 아이들’

구찌·루이비통 구매에 거금 선뜻…“지나친 자기과시형 소비 경계해야”

이지영기자(jy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2-11 13: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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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기존에 없던 이색적인 소비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 보여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비를 아끼지 않는 반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는 인색한 소비를 일삼는 극단적인 소비성향이 그것이다. 이러한 10대들의 소비성향은 ‘야누스 소비’라 불린다.사진은 현대백화점 본점. ⓒ스카이데일리
  
 
최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야누스 소비’ 패턴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은 수백만원이 호가하는 명품을 구매하면서도 일상 생활에선 가성비를 꼼꼼히 따져 최대한 절약하는 소비 형태를 보이고 있다.
 
‘야누스 소비’란 자신의 소득보다 훨씬 높거나 현저히 낮은 소비패턴을 동시에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유통업계에선 이러한 소비 패턴을 보이는 이들을 일컬어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의 이름을 딴 ‘야누스 소비자’라 부른다.
 
독특한 요즘 10대들…구찌·루이비통 등 고가의 명품 구매 후 식사는 편의점 삼각김밥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만난 10대 청소년 중 상당수는 생필품은 초저가를 선호하면서도 스스로 특별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서는 값비싼 제품도 선뜻 구매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서울의 한 고등학생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이주연(여·18)씨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100만원대 패딩을 구매했다”며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지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질 좋은 제품을 착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초저가 음식을 사먹으며 절약한 돈으로 구매하고 싶은 명품은 사는 편이다”며 “돈을 절약해서 명품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가치소비이지 과소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가 제품을 구매할 땐 하울 영상을 자주 참고하는 편이다”며 “제품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 강남구 주변 학군과 주요 상권에서 만난 10대들은 생필품은 초저가를 선호했지만 본인들이 특별히 여기는 것은 고가의 명품이라도 높은 구매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명동상권 일대. ⓒ스카이데일리
 
‘하울(haul)’은 인터넷 방송 등에서 구매한 물건을 품평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특정 브랜드가 대상이 되며 제품 카테고리 뒤에 붙는다. 화장품 하울, 명품 하울 등의 식이다. 하울은 제품의 개봉과정과 사용후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언박싱(unboxing)’ 영상과 유사하지만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다량의 제품을 구매한 뒤 개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만난 임재윤(남·19) 씨는 “최근에 유튜브를 영상 통해 전지현 패딩으로 유명한 노비스와 비교하다가 무너스클이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들어 샀다”며 “패딩 외에 80만원이 넘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재킷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씨는 명품구매 비용 마련과 관련해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 70%를 명품 의류 구입에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김진현(여·17) 씨는 “화장품 파우치, 립제품 등 크게 비싸지 않은 제품들은 되도록 명품 브랜드로 구매하는 편이다”며 “생필품 같은 경우 인터넷에서 최저가로 구매를 하더라도 필요한 제품은 고가로 소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에도 일일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명품 지갑을 구입했다”며 “현실적으로 구매 가능한 금액대의 명품을 찾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학교 주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유미린(여·39 )씨는 최근 손님으로 온 고등학생 무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유 씨는 “학생들이 명품 손지갑은 기본으로 들고 다닌다”며 “자신의 소비 형편에 맞게 살 수 있는 선에서 택하는 것이 아닌 명품을 사려고 무리하게 명품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는데 어린 나이에 유행에 이끌려 무리한 소비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야누스 소비의 이유는 자기과시…“남이 보는 건 비싼 제품, 안 보는 건 싼 제품”
 
▲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관 주변에서 만난 10대들의 누구나 들으면 다 아는 명품 브랜드를 자기과시용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매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야누스 소비’ 성향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자기과시 목적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들에게 보여 지는 것에 몰입하는 경향이 명품구매 등 과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백화점 명품브랜드 매장에서 만난 고등학생 이기송(여·18) 씨는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이름 있는 브랜드를 사는 편이다”며 “그래야 친구들 사이에서도 위신이 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10대들은 주로 명품을 통해 필수적인 부분에만 포인트를 주고 자기 과시 성격의 플렉스(flex) 소비를 하는 추세다”라고 강조했다.
 
플렉스(flex)는 1990년대 미국 힙합계에서 ‘과시하다’ ‘돈자랑’ 등의 의미로 사용된 단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flex’라는 노래가 나오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해당 노래에는 ‘구찌·루이·휠라 슈프림 섞은 바보’, ‘flex 질투와 시샘 받으면서 우리 멋있어지자’ 등의 가사가 등장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10대들은 야누스적인 소비 형태를 보인다”며 “일례로 한 학생이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해서 월급으로 150만원을 벌면 그 중에 70만원은 명품 소비에 쓰는 것처럼 소비의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10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 명품을 소비를 통해 자신의 자아존중감을 높이려는 경향이 크다”며 “지금의 10대는 인터넷 세대에 태어난 1세대라서 SNS을 통해 번지는 명품에 대해 아는 정보도 많고 관심도도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10대 학생들은 평소 컵라면을 먹더라도 명품을 소비하며 자기과시를 하려는 물질주의 가치관을 지향하는 경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지영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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