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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무리하게 확대한 재정지출을 내년 이후부터 구조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문재인 정권이 세워놓은 중기재정운용계획대로 간다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1.9%에서 내년 3.6%로 크게 높아진 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3.9%를 유지하게 돼 국가재정에 큰 구멍이 생긴다.
이로 인해 GDP에서 국가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인 국가채무비율도 빠르게 상승하면서 올해 37.2%에서 새 정권이 들어서는 2023년에는 46.4%까지 치솟는다.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이렇게까지 조언할 정도면 그 심각성은 상당한 것으로 읽힌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통합재정수지 전망도 상당히 암울하다. 올해 통합재정수지가 4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는데, 이처럼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과 국세수입이 줄었던 2015년 두 번밖에 없다.
내년 통합재정수지는 34조7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2021년에는 44조8000억원, 이 정권이 물러나는 2022년에는 47조6000억원까지 늘어난다. 특히 2023년에는 53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그 증가폭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새 정권에 엄청난 빚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다.
현재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지 않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관리 가능하다고 문재인 정권은 낙관하고 있지만 이는 절대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영국·미국·스페인·아일랜드 등은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7년 국가채무비율이 20~60%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금융위기가 터지자 4∼7년 만에 100%를 넘어섰다. 순식간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KDI와 국회예산정책처가 재정위험을 경고한 것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당장 갚지 않아도 될 미래의 빚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의 국가채무, 즉 공무원·군인 연금 등까지 포함할 경우 그 비율은 내년 110%로 위험수위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집권 2년6개월간 문재인 대통령은 포퓰리즘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앞세운 퍼주기에 올인 했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는가 하면 취업자수를 늘리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사용한 예산은 2017년 17조1000억원, 2018년 19조2000억원, 올해 23조5000억원 등 본예산 59조8000억원에 추가경정예산 16조8000억원을 합쳐 모두 76조6000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내년 일자리 예산 25조8000억원까지 합치면 문재인 정권 4년간 일자리 예산만 102조4000억원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취업자는 60대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사회의 중추인 30대와 40대는 오히려 취업자 수가 줄고 있다. 재정 지출을 대증요법(對症療法)인 선심성 현금살포에 집중하다보니 경제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재정건전성만 나빠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포퓰리즘으로 대한민국을 거덜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재인 정권의 재정확대와 관련해 “자꾸만 ‘곳간에 있는 것이 다 바닥나버리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하는데, 곳간에 있는 그 작물들은 계속 쌓아두라고 있는 게 아니다.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다”고 했다.
재정을 쌀과 같은 작물로 비교하는 인물이 청와대 핵심비서진 중 하나인 것에서 이 정권의 수준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러니 문재인 정권이 ‘아마추어’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다.
국내를 벗어나 나라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지속 불가능한 재정 팽창 같은 포퓰리즘으로 인해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베네수엘라·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이 재정 확대로 경제가 망가진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퓰리즘으로 점철된 아르헨티나는 무려 아홉 번이나 국가부도 선언을 하는 극심한 경제불안을 겪고 있다.
칠레 출신의 경제학자로 남미식 포퓰리즘의 권위자인 세바스티안 에드워즈 UCLA 석좌교수가 권력을 잡은 포퓰리스트들은 공공부문 지출과 통화 팽창에 제약이 있다는 것을 무시하는 한편 적자재정이 위험하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이라거나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한다고 설파한 것에서 문재인 정권의 ‘데칼코마니’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문재인 정권이 남은 2년여 동안 아무런 일도 벌이지 말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1985년 플라자합의 후 급격하게 내리막을 걸었던 일본은 이를 되돌리기 위해 엄청난 재정을 투입했다. 금리를 제로까지 떨어뜨리며 안간힘을 썼지만 일본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잃어버린 25년’을 보내야 했다. 결국 일본은 1990년 64%였던 국가채무비율이 2016년에는 226%까지 솟구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포퓰리즘은 아니었지만 재정확장이라는 잘못된 처방으로 곳간만 비게 한 셈이다.
문재인 정권은 남미와 일본의 이런 실정(失政)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무분별하게 재정을 확대하기보다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재정지출을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60대 이상의 공공일자리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취업자 수 늘리기를 멈추고 현실성 있는 기업 규제 완화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2년여 남은 기간 국제통화기금(IMF)이 조언한대로 노동유연성을 개선해야 하는 한편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도에 넘치는 요구를 제어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세계 10위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을 변방국가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지금까지 시행했던 잘못된 정책을 모두 되돌려 놓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의 뜻을 받드는 길이고 새 정권에 국가부도 위기를 넘겨주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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