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려고 성추행 은폐…광명시 공무원들 중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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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피해자 발언 왜곡보고 등…“비위 심하고 과실 중대”

김진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2-26 14:07:31

20대 여성 자활사업 참여자를 수차례 성추행한 동장(洞長)을 별도 조사 없이 의원면직 처리하고 사건을 은폐한 경기도 광명시 공무원들이 중징계를 받게 됐다.

경기도는 자활복지도우미를 성추행한 의혹이 있는 동장을 부당 의원면직시킨 광명시에 대해 기관경고 하고, 사건 은폐에 가담한 공무원 4명을 징계 조치토록 요구했다고 25일 밝혔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광명시 A동장은 동장실에서 자활복지도우미 B씨(당시 21세)의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3회에 걸쳐 B씨를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시 광명시 담당부서에서 처음 인지하고 성희롱 예방 담당부서에서 피해 상담절차를 진행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B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지역자활센터로 근무지를 옮긴 뒤 지난해 12월 퇴사했고 A동장은 사직서를 제출, 의원면직 처리됐다.

이에 광명시 공무원노조는 감사와 총무부서에 피해사실을 재차 제보했다. 또한 A동장 퇴직으로 은폐의혹이 불거지자 경기도 공익제보 시스템과 헬프라인에도 제보가 이어지면서 도 조사담당관실의 특별조사가 실시됐다.

성폭력 사건 최초 상담자는 지침·매뉴얼을 확인하고 피해자에게 ‘공식 처리기구와 절차가 있다’는 사실을 숙지시킨 후 내부에 피해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 담당부서장은 피해자와 면담 과정에서 처벌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부서장은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이 알게 돼 상처를 받으면 안 되니 고발은 원하지 않고 진심어린 사과를 원한다”는 피해자 말을 ‘행정적 처벌까지 원하지 않는다’고 임의 해석해 상급자에게 왜곡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차 피해 우려가 있으니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감사부서에 부탁하는 등 공공연히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명시 감사·총무부서 역시 노조 제보로 성추행 사건을 인지한 것은 물론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중징계 사항으로 판단될 경우 의원면직을 제한해야 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담당부서장의 말만 듣고 가해자인 A동장이 사직서를 제출하자 사건 확인 없이 의원면직 처리했다.

경기도는 이번 특별조사를 통해 이들이 고의적으로 은폐를 조장하거나 이에 협조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과실 또한 중대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4명 중 해당부서와 감사부서 2명에게는 중징계, 총무부서 2명에게는 경징계를 요구하고 광명시에 대해 기관경고 조치했다.

최인수 도 감사관은 “동료 공무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로 인해 부당하게 의원면직된 가해자에게 행정적 처벌을 할 수 없는 점은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은폐 가담 공무원들을 처분하게 돼 다행이다”며 “앞으로 이 같은 사례를 철저히 조사해 적발 시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1월에도 여직원을 성희롱·성추행 한 공무원에게 직위해제와 함께 중징계 처분 한 바 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기자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