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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의 新삼국사 산책
백강구 전투와 주류성의 눈물
동아시아 재편의 후폭풍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4-13 12:05:24
 
▲ 정재수 역사 작가
서기 663년 8월 백제 수복운동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대사건이 백강구(백촌강)에서 발생한다. 백강구는 지금의 전북 동진강 하구, 즉 새만금간척지구이다.
 
백강구전투, 야마토 전선 400척 수몰
 
당 전선 170척과 야마토 전선 1000척이 맞붙는다. 전투결과는 야마토 전선 400척이 침몰하며 당의 승리로 끝난다.
 
「삼국사기」는 ‘백강구에서 왜의 군사를 만나 4번 싸워 모두 이기고 배 400척을 불사르니 연기와 불꽃이 하늘을 덮고 바닷물도 붉게 물들었다(遇倭人白江口 四戰皆克 焚其舟四百艘 煙炎灼天 海水爲丹)’고 짤막하게 기록하나 「일본서기」는 비교적 전투내용을 상세히 전한다. 야마토의 결정적 패인은 백제 풍왕과 야마토 장수들이 바람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다. 당은 화공작전을 펴 협소한 공간에 밀집되어 있는 야마토 전선을 일거에 불태운다. 이로 인해 야마토는 전선 뿐 아니라 수천의 군사가 수장되는 대 참사를 겪는다.
 
고칠 수 없는 일본의 제국주의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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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건을 평가하는 일본의 해석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일본은 야마토가 자신의 속국인 백제를 구원하기 위한 것이라든가 또는 백제가 망하게 되면 조공을 받을 수 없다는 등의 자기중심적인 편협한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한 발 더 나아가 대륙(중국)과 동등한 일본이 한반도의 위에 서기 위해 대국 일본이라는 꿈을 갖고 정치적 우위를 달성하려는, 또는 그러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군사개입으로 설명한다.
 
참 표현도 애매모호하게 잘도 만든다. 특히 백강구전투의 본질은 당중심의 대(大)제국주의와 일본중심의 소(小)제국주의가 충돌한 소위 ‘고대 제국주의 전쟁론’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의 제국주의 병은 어떤 의사도 고칠 수 없는가 보다. 이제 드러내놓고 옛날에도 병이 걸렸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본말이 전도되어도 너무 전도된다. 전쟁의 실제 주인공인 백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일본과 당의 전쟁으로 변질된다. 백제는 장소만 제공하고 불구경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이 사건의 여파로 한반도의 한 축인 백제가 역사 밖으로 밀려나며 동아시아 질서는 재편된다.
 
일본열도의 홀로서기 ‘일본화 과정’
 
백강구전투 패배로 사실상 백제수복운동은 종지부를 찍는다. 수복운동의 본거지인 주류성이 곧바로 함락되며 수많은 백제유민이 일본열도로 건너간다. 당시 고향을 등지는 유민의 피맺힌 절규가 「일본서기」에 나온다. “백제의 이름이 오늘로 끊어졌으니 어찌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곳에 다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百濟之名絶于今日 丘墓之所 豈能復往).” 역사는 이들 망명객 후손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기록한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의 뼈아픈 역사이다.
 
백제수복운동의 좌절은 일본열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나당연합군의 침략에 대비해 북규슈에서 수도가 있는 오사카지역에 이르는 주요 길목에 백제식 산성들을 쌓는다. 이후 일본으로 국호를 바꾸고 본격적으로 ‘일본화 과정’에 돌입한다. 백제의 틀을 바탕으로 일본식 만들기에 몰두한다. 율령을 제정하고 호적을 정리하며 중앙집권화를 강화하고 불교문화를 꽃피운다. 일본 나라시대(서기 710년~794년)가 활짝 만개한다.
 
 
▲ 일본열도 백제식 산성 축조. [사진=필자 제공]
 
이 모든 변화의 촉발은 백제 멸망으로부터 시작한다. 백제인에 의해 일본역사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또한 새롭게 써지기 시작한다.
 
누가 뭐라 해도 일본은 백제의 영원한 아바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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