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유영이의 도시인문학

새로운 도시 산책 공간, 몰(Mall)과 아케이드

도시 확장과 자동차 생활권이 새 소비 공간, 몰을 탄생 시켜

예측 불가능한 외부환경으로부터 자유로워, 쇼핑 몰입을 유도

머무름과 만남의 장소로서 도시 산책의 새로운 장소로 거듭나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4-14 09:21:04

 
▲유영이 도시공간문화 전문 칼럼니스트
 서울 여의도에 개장한 쇼핑공간 방문객들로 매 주말 여의도 일대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주차장을 들어가기 위해 늘어선 대기열을 바라보며 백화점을 향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상상해본다. 꽃놀이를 대신하는 주말 나들이, 여행을 대신하는 소비의 공간, 우리의 일상을 책임지는 대형 소비 공간은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까.
 
서울 최대 규모라는 이 백화점은 점포명부터 특이하다. ‘백화점’이라는 이름을 빼고 브랜드명 자체로 거대한 공간을 구성했다. 전 층에서 자연채광이 가능하며 실내 정원이 공원처럼 꾸며져 있다. 첫인상은 매장이 빽빽이 늘어선 백화점보다는 엄청나게 큰 실내 몰에 가깝게 느껴진다.
 
백화점과 몰의 차이. 몰을 처음 마주한 15년 전 미국에서의 기억이 소비 공간에 대한 단상에 물꼬를 튼다. “백화점이야?” “아니야. 근데 백화점처럼 생겼어.” “아울렛인가?” “음, 규모는 아울렛 같아. 근데 전부 실내야. 엄청 크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아.” 어느 날 친구들이 쇼핑하기 좋다는 몰(Mall)을 추천했다. 대체 백화점은 아닌데 백화점처럼 생기고 아울렛은 아닌데 아울렛처럼 크며 날씨에 자유로운 이곳의 정체는 무엇일까.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한 채 다다른 몰의 입구에서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우산을 손에 쥐지 않았다면 비가 오는 날이라는 걸 잊을 뻔했다. 날씨로부터 자유로운 쇼핑 공간. 그곳은 영화 트루먼쇼에 나오는 세트장과 같았다.
 
▲세상의 중심을 담고자 했던 아케이드는 건축물의 모서리 부분에 각각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대륙을 상징하는 여신들의 프레스코화가 자리 잡고 있다. 상업과 문화 전반의 이야기가 담긴 아케이드는 단순히 소비를 위한 공간 이상의 역할을 담당한다. 사진은 폴란드 포즈난 시의 포스나니아 몰(위)과 이탈리아 밀라노의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갤러리 모습. [사진=unsplash(위), 필자제공]
 
시간이 흘러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면 시간여행을 한 100년 전 사람처럼 웃음이 난다. 사실 몰의 고향은 미국이라고 볼 수 있다. 1950년대 외곽 도시가 발달하고 자동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몰링(Malling, 몰에서 쇼핑하는 행위)은 미국인들의 일상이 되었다. 거대한 주차장으로 둘러싸여 외곽에 위치한 쇼핑 공간은 우리의 생활에 인접하지 않은, 전혀 다른 세계에 위치한 소비의 장소로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몰을 기점으로 외곽에 살며 자동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상점은 집 앞을 거닐면서 가는 곳이 아닌 목적지로 설정하여 향해야 하는 곳으로 변화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몰(mall)은 그리 낯선 개념이 아니다. 미국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도심 외곽의 몰과 도심형 몰이 모두 활발히 발달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야외 주차장뿐만 아니라 거대한 지하 주차장까지 구비하고 있으니 몰의 탄생지 미국보다 우리나라 몰이 더 큰 규모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몇몇 몰은 인근 고속도로 출입구와 바로 연결되어 있다. 입지가 어디든 도로라는 특별한 통로를 통해 순간이동을 하는 느낌이다. 몰은 이동 수단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쇼핑의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운 소비 공간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몰이 있다면 유럽에는 아케이드가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 옆에는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인기 장소로 손꼽히는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갤러리가 있다. 처음 단어를 들으면 갤러리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 이 장소에 가보면 철과 유리로 된 천장으로 이어진 네 개의 건물을 만나게 된다. 너른 공간 안에 구획을 나누어 상점을 분포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래 서로 떨어져 있는 길 사이에 지붕을 만들었다. 사야할 물건이 명확하지 않아도 쾌적한 환경에서 걸으며 즐길 수 있는 장소. 이곳은 소비를 너머 세상과 만나는 창구로 작용한다.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갤러리는 밀라노의 주요 인사들이 만나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밀라노의 살롱이라는 별명처럼 유명한 상점과 카페, 호텔이 아케이드를 중심으로 위치해있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이루어진 곳이 바로 아케이드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의 소비 공간 모두 통제 불가능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며 쇼핑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우리의 시선은 길게 늘어선 상점가의 양 옆을 바라보는 탐색에 집중된다. 몸은 앞을 향해 걷고 있지만 시선은 빠르게 진열된 상품이나 광고 문구를 훑는다. 지나가는 통로일 뿐만 아니라 머물러 대화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난다.
  
2021년, 서울은 거대한 정원을 품은 대형 쇼핑 공간을 갖게 되었다. 자연광이 내리쬐고 녹음이 우거진 실내 공간과 층층이 쌓인 매장들 사이로 또 다른 만남과 머무름의 공간이 탄생했다. 더 이상 소비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소비 공간을 거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여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유모차에 태운 아이와, 반려동물과 함께. 주차하기 편하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공간에서 우리는 새로운 도시 산책을 떠난다.
 

  • 좋아요
    0

  • 감동이예요
    0

  • 후속기사원해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기업 집단에서 금융사 중 유일하게 신규대기업 집단에 오른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정몽윤' 회장이 사는 동네의 명사들
권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기병
롯데관광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0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스카이 사람들

more
“전통음악에 현대식 어법 입혀 상생의 길 모색하죠”
전통음악 배우고자 한 현대음악 작곡가들, 두 가...

미세먼지 (2021-02-26 15:00 기준)

  • 서울
  •  
(양호 : 38)
  • 부산
  •  
(최고 : 15)
  • 대구
  •  
(좋음 : 21)
  • 인천
  •  
(좋음 : 26)
  • 광주
  •  
(좋음 : 29)
  • 대전
  •  
(보통 :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