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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

한나절 워킹 후엔 모두가 맛집

해물 좋은 인천 용유도 바닷가 ‘미애네칼국수’

끊어진 성곽 끝 옛 지명 품은 국밥집 ‘마전터’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4-16 11:45:14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지난 주말은 마음먹고 참 많이 걸었다. 11일 토요일은 서해 바다에 떠 있는 장봉도란 섬의 산길을 트래킹 했고 다음날에는 한양도성을 도는 순성놀이를 했다. 이틀간 운동 삼아 걸었던 거리가 약 30km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움츠려 있었던 몸을 풀기엔 과하다 싶었지만 두 개의 봄을 만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섬을 찾았다. 제주도는 섬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행정구역 이미지로 다가오는 반면 서해의 작은 섬들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진짜 ‘섬’처럼 느껴진다. 장봉도는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에 속한다. 서울서 공항열차를 타고 가다 보면 청라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 사이 영종도 운서역에서 하차해 인근 삼목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삼목항은 다양한 상춘객으로 붐볐다. 낚시족, 자전거족, 비박족, 차박족, 당일치기 트래킹족 등 저마다 취미에 맞게 채비를 하고 배에 올랐다. 장봉도에 입도하기 위해 승선한 세종해운에서 운항하는 세종7호는 차량 운송을 겸한 여객선이다. 길이 60m, 너비 16.5m, 여객 400명, 차량적재 89대까지 싣고 17노트로 운항이 가능한 배다.     
 
정박한 배 후미에는 갈매기들이 끊임없이 스치면서 날고 있다. 다름 아닌 새우깡을 얻기 위한 날갯짓이다. 여행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이 ‘루틴’이 된 듯 머리 위를 쉴 새 없이 스치며 날고 있다. 몇몇 여행객들이 손에 쥐고 있는 새우깡을 기막히게 물어 채서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탄성이 나온다.          
 
갈매기를 자세히 보니 부리 끝부분에 검은색 띠를 두르고 있는 괭이갈매기다. 이들이 유독 많은 이유는 장봉도 서쪽에 있는 천연기념물 360호로 지정된 작은 바위섬 신도가 주요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361호인 노랑부리백로도 이곳이 주요 번식지다. 괭이갈매기는 섬의 비탈진 곳이나 절벽 바위에 서식한다. 일부 무리는 정상 주변에서 노랑부리백로와 함께 번식한다. 둥지는 암초 또는 나무나 풀이 드문드문 자라는 곳에 만든다. 신도는 우리나라 최대 괭이갈매기 번식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세종7호는 천연기념물 신도가 아닌 삼목항 앞바다에 있는 배로 10분 거리 신도에 한번 기착하고 25분 정도 물살을 더 헤치고 가서 장봉도 옹암선착장에 닿았다. 하선 무렵 여행객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엇 때문에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선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섬을 운행하는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여행객은 많은데 버스 정원은 한정적이라 줄을 서기 위해 냅다 뛴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여유를 부린 우리 일행 앞에서 결국 만차가 됐다. 버스는 장봉도 주민들이 운행하는 것이라 배차시간이 길다. 이번 버스를 못 타면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일행은 그냥 걷기로 했다. 어차피 트래킹을 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굳이 버스를 탈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한 만원 버스를 탈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옹암선착장은 옹암해수욕장과 접해있다. 그래서 일행은 해변 모래사장 길을 걸었다. 파도에 밀려온 조개껍데기가 가지런하게 몇 개의 줄을 이루고 있는 옹암해변은 인어 전설로 유명하다. 예부터 장봉도 앞바다는 어장이 크게 형성돼 있었다. 장봉도에 살던 마음씨 착한 어부가 그물에 걸린 인어를 살려 보내줬더니 그물이 찢어지게 보답해 줬다는 전설이다.     
 
섬 전체 잇는 산봉우리 가진 ‘장봉도’
 
▲ 장봉도는 섬 전체가 아기자기한 산봉우리가 연결돼 오르락내리락 트래킹의 묘미가 있다. [사진=필자제공]
 
옹암 해변은 넓이 50m, 길이 2km에 달하는 백사장과 주변에는 100년이 넘는 해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펜션과 식당이 제법 많이 들어서 있다. 해변을 어느 정도 걷다가 도로로 올라섰는데, 봄의 전령 벚꽃이 육지보다 늦게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제법 쌀쌀한 해풍이 육지 도심보다 벚꽃 개화를 늦춘 것이다. 또 한 번의 봄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노랑부리백로와 괭이갈매기가 장봉도 주변을 떠나지 않고 신도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조개, 낚지, 소라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썰물 때 드러나는 드넓은 갯벌에는 모시조개, 동죽, 바지락, 대합 등이 살고 있다. 옹암해변 모래사장 위 조개껍데기가 그것의 증거인 셈이다. 특히 일본 수출용 대합이 이곳에서 많이 잡히고 주변 갯바위에서는 망둥어, 노래미, 우럭, 장어 등이 올라와 식당 메뉴로 제공된다.
 
장봉도는 ‘ㄴ’자 형태의 긴 섬으로 봉우리가 많아서 이름 붙었다. 이날 트래킹도 장봉도 거의 모든 봉우리를 거치면서 오랫동안 걸어 서쪽 끝 가막머리 전망대까지 다다랐다. 낙조가 좋은 곳이지만 시간상 노을을 보진 못했다. 장봉도 산길은 소나무와 진달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 그래서 필자는 이 길을 ‘솔향길’이라 이름 붙였다. 산길을 걷는 내내 은은한 솔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장봉도 산행의 묘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이다. 섬 전체가 아기자기한 봉우리들로 끊임없이 연결돼 있다. 섬의 서쪽 끄트머리 가막머리 전망대는 옛날에 큰 봉우리라는 뜻의 '감악산' 끝의 머리라는 뜻으로 쓰였다. 또는 예전에 감옥이 있던 곳이라서 '감옥머리'라 불리던 것이 가막머리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가막머리는 약한 화강암이 제법 드러나서 멋진 풍광을 자아냈다. 석양에 물들면 더 멋질 것만 같았던 곳이다. 이곳을 반환점으로 일행은 다시 오던 길을 거슬러 배 타는 곳으로 향했다.      
 
장봉도를 빠져나올 무렵 해가 제법 뉘엿 기울었다. 누워 쉬는 서해 섬들 사이로 해도 쉬러 들어갈 채비를 하면서 주홍의 빛을 산란시켰다. 다음 배편으로 나왔다면 선홍빛 해넘이 모습을 볼 수 있었겠지만 배꼽시계가 하도 요란하게 울려서 서둘러 출도를 했다.     
 
황해해물칼국수 대신 찾은 ‘미애네칼국수’
 
▲ 황해해물칼국수는 영업이 일찍 끝나서 인근 ‘미애네칼국수’에서 이 지역 대표 메뉴인 조개가 듬뿍 들어간 해물칼국수를 맛봤다. [사진=필자제공]
 
삼목항으로 돌아온 일행은 택시를 타고 무의도 입구 용유역 근처에 위치한 해물칼국수 식당으로 향했다. 원래는 ‘황해해물칼국수’를 가려했지만 채 오후 7시가 되기 전에 문을 닫았다. 홀에는 손님 몇 명이 남아 있었지만 주방이 마감한 터라 더 이상 식객을 받지 않았다. 워낙 영업이 잘 돼 밀가루 반죽이 일찍 떨어진 것이다. 메뉴 특성상 반죽 숙성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 놓은 반죽이 떨어지면 영업이 자동 종료되는 셈이다.     
 
식당 관계자 한 명이 문 앞에 나와 영업 종료를 일일이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근처 ‘미애네칼국수’는 영업을 하고 있으니 그리 안내한다. 승자 독식주의 세상에서 보기 드문 훈훈한 풍경이다. 황해해물칼국수는 용유역 2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우측으로 바로 눈에 띈다. 영업이 잘되자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2호점을 열었다. 2호점 바로 옆이 바로 ‘미애네칼국수’다.
 
이들 칼국수 식당이 이 동네를 해물칼국수 성지로 만들었다. 을왕리해수욕장 초입이기도 해서 늘 관광객이 북적이는 곳이다.     
 
주말이면 영종도를 방문하는 나들이객이 몰려와 장사진을 치곤 했다. 요즘은 예전 같진 않지만 그래도 영업이 잘 되는 곳이다. 대표 메뉴는 해물칼국수다. 인근 거대한 갯벌에서 잡히는 다양한 종류의 조개와 다시마, 북어포 등으로 육수를 낸 해물칼국수는 향긋한 바다 냄새가 난다.     
 
칼국수 가격으로는 결코 싸지 않은 1인분 1만원이란 가격은 국자로 냄비 바닥부터 퍼 올리면 납득이 간다. 바지락, 홍합을 건져내 어느 정도 먹을 때면 가리비가 익는다. 통통하게 익은 가리비 살을 씹으면 진한 육수와 가리비 특유의 맛이 터져 나오면서 입맛을 한껏 돋운다. 그 사이 칼국수라기보다 가락국수 면에 가까운 면발이 투명해지기 시작한다. 신세대 식감까지 잡을 수 있는 면이란 생각이다.     
 
달근한 배추겉절이, 시큼한 열무김치, 무생채 등이 밑반찬으로 제공되는데, 반찬이 모자라면 셀프바에서 직접 갖다 먹을 수 있어서 양껏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적당하게 익어 시큼한 맛을 내는 열무김치와 해물칼국수는 상당히 조화가 좋았다. 주변 테이블을 보니 대부분 해물파전이 하나씩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오징어를 길게 썰어 넣은 것이 인상적이다.     
 
황해해물칼국수는 기본 해물칼국수에 산낙지, 전복(4마리) 등을 추가할 수 있다. 미애네칼국수는 바다속칼국수란 메뉴를 시키면 전복, 가리비, 낙지가 기본적으로 들어가고 추가할 수 있다.
 
또 이들을 회로도 즐길 수 있다. 두 식당이 메뉴 이름은 다르지만 사용하는 재료는 같다. 대신 미애네칼국수는 해물파전, 파래전 등 전 종류와 새우튀김 등 사이드 메뉴 몇 개가 더 있다. 커다란 냄비에 설설 끓어 넘치던 칼국수가 양이 많아 보였지만 어느새 바닥을 보였다. 20km를 걷고 온 시장기가 냄비 바닥까지 뚫을 기세로 퍼먹은 결과다.     
 
식후 무의도 입구에서 버스정류장서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8시 무렵이지만 인천공항 국제선 입국 게이트는 아무도 없었다. ‘코로나 적막’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하늘길이 언제쯤 정상화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적막이 전혀 반갑지 않다. 북적이던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다음날 한양도성 순성놀이를 위해 귀가를 재촉했다.     
 
오랜만에 한 한양도성 도는 순성놀이
 
▲ 한양도성 18.6km를 한 바퀴 도는 것을 순성놀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남산 구간을 빼고 인왕, 백악, 낙산을 돌았다. [사진=필자제공]
 
전날 장봉도를 누비고 다녔던 허벅지와 장딴지가 용케도 멀쩡했다. 오늘은 한양도성 18.6km 한 바퀴를 도는 순성놀이 날이다. 옛 돈의문이 있었던 강북삼성병원 앞에서 일행과 만나 인왕산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언덕배기에 있는 서울기상청 아래 월암동(月巖洞) 각자를 보고 이번에 리모델링해서 재개관한 딜쿠샤와 행촌동 은행나무를 둘러보고 본격적으로 인왕산 도성을 따라 올랐다. 이번에는 성 밖길로 올랐는데, 새롭게 다가오는 풍경이 성 안쪽 길보다 좋았다.    
 
멀리 선바위와 그 밑에 국사당이 보였다. 국사당은 남산 팔각정 자리에 있던 것을 일제가 신궁을 짓기 위해 철거하면서 지금 위치로 옮겨 지은 것이다. 국사당은 애당초 나라에서 남산을 신격화해서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목멱신사라고도 불렀다. 선바위는 아들을 원하는 부인들이 기도를 많이 해서 기자암(祈子岩)으로도 불린다. 풍화된 바위 모양이 마치 승려의 장삼 같아 보인다고 선(禪) 자를 붙였다. 인왕산은 지금도 곳곳에서 바위에 면벽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왕산 정상까지 꼬리를 물고 사람들이 이어졌다. 젊은 청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여성들은 대부분 레깅스를 입었다. 유행의 무서움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산행 문화도 유행처럼 젊은 층을 끌어들였다. IMF 이후 산에는 실직한 50대 가장들이 많았던 가슴 아픈 시절도 있었다. 웰빙 트렌드와 건강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사람들이 산으로 모여들었다. 산이 몸살을 앓을 정도로 말이다. 남녀노소가 어우러진 산행, 참 보기 좋았다.     
 
인왕을 넘어 창의문 옆 새로 난 백악 길을 걸었다. 백악 정상이 아닌 우회해서 말바위안내소로 빠지는 길을 잡았다. 서울에서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여기도 도심 한복판보다 봄이 약간 더디다. 그래서 벚꽃이며 복숭아꽃이 한창이다. 새로 난 백악 길은 예전 길보다 편안했다. 오로지 계단 오르기로 윽박질렀던 예전 길은 아찔한 묘미도 있지만 체력을 많이 요구했기 때문에 순성놀이 때마다 사람들이 어려워했던 악명 높은 구간이었다.     
 
옛 지명을 딴 국밥집 ‘마전터’
 
▲ 마전터의 오래된 대표메뉴는 맑은 국물의 소고기국밥이다. 국물 맛이 아주 깔끔한게 딱 떨어지는 맛이다. 황태 요리는 대체로 평이한 편이다. [사진=필자제공]
 
와룡공원을 지나 시간이 멈춘 북정마을을 스쳐 성북초등학교 앞으로 내려왔다. 정면에 ‘마전터’라는 소고기국밥과 황태요리 전문점이 있다. 이곳에서 오늘 끼니 한 끼를 때울 작정이었다. 때마침 자리가 있어서 쉽게 스며들었다. 쇠고기국밥, 황태구이, 황태찜, 그리고 찹쌀막걸리 한통을 주문했다. 업력 30여 년의 마전터는 식당 상호가 인문학적이다.     
 
마전은 영조가 성북 주민에게 하사했던 권리 중 하나다. 영조는 훈조권과 마조권을 내렸는데, 훈조권이란 메주, 마전권이란 광목 옷감을 세탁하고 염색해 궁에 납품하는 권리를 말한다. 현재 성북구 선잠단 앞 성북천 일대가 조선시대 마전을 하던 곳이다. 마전터란 옷감을 삶거나 빨고 표백하는 곳을 말한다. 조선 영조 때에 농토가 적고 시장이 멀어 살기에 불편했던 이 지역 백성들의 생계를 위해 도성 안 시장에서 파는 포목을 마전질(표백) 하는 권리를 준 것이다.      
 
그때부터 성북동 양쪽 골짜기 물이 합류되는 부근의 냇가를 마전터라고 부르게 됐다. 1902년에는 성북동에 표백회사가 들어서 현재 성북초등학교 자리에 마전한 광목을 말리곤 했다. 운수교 자리에는 직조공장이 있었다. 1970년대 성북천 복개공사로 빨래터도 사라지고 이제는 성곽 옆 ‘마전터’라는 음식점 이름으로만 남아 있다.      
 
‘마전터’의 대표 메뉴는 예나 지금이나 소고기국밥이다. 밥을 토렴한 것이 아니고 따로국밥으로 나온다. 한우 양지 국물을 맑게 우려 낸 것이 특징이다. 육수를 뺀 양지는 손으로 정성스레 찢어 콩나물과 함께 국밥을 완성한다. 예전에는 잔치국수도 팔았지만 지금은 꽃게장 메뉴와 황태요리가 메뉴판의 상단을 점하고 있다. 황태 요리는 평범했지만 나름의 맛을 내고 있다. 1인당 하나씩 나오는 나박 물김치의 맛이 압권이다. 그러나 저러나 한참을 걷다 보면 시장이 반찬이고 모두가 맛집이다. 아! 그리고 도성을 한 바퀴 다 돌진 않았다. 식사 후 낙산을 넘었으니 남산 빼고 대략 10여 km, 4분의3 순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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