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스카이 사람들] 겹겹프로젝트

“전쟁 피해 여성들 목소리 귀 기울여 역사 퍼즐 맞춰가죠”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비영리단체

윤승준기자(sjyoon@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5-28 00:05:49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겹겹프로젝트’는 한국과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뿐만 아니라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중국 등 여러 나라에 있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만나 그들의 증언과 고통을 기록하는 비영리단체다. 사진은 김복득 할머니 등 아시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사진 앞에 서 있는 안세홍 겹겹프로젝트 대표(왼쪽)와 박효진 겹겹프로젝트 회원.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80, 90대 고령 피해자들에게 파괴되고 유린된 기억은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너무도 힘든 전쟁의 상흔이에요. 고통의 크기를 가늠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아시아 공통의 피해와 인권의 문제죠. 아시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증언과 기록은 과거의 단순한 채집이 아니에요. 다시는 그와 같은 고통과 야만이 되풀이 되지 않길 바라는 미래의 메시지죠.”
 
‘겹겹프로젝트’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의 증언과 고통을 기록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에 남겨졌던 조선인뿐만 아니라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중국 등 여러 나라에 있는 피해자를 만나 기록·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강제 징집, 감금, 성폭력 등 반인권적인 행위가 피해자의 가슴 속에 여전히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아 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겹겹’은 피해 여성들의 이마에 겹겹이 진 주름의 의미를 담았다. 타국에서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 가슴 속에 한이 겹겹이 쌓인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겹겹프로젝트 사무실을 방문했다. 단체를 이끌고 있는 안세홍 대표(50·작가)와 박효진 회원(43·중국어 통역 자원봉사자)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위안부’ 문제, 사진으로 알리고자 시작
 
잡지사 사진기자였던 안 대표는 1996년 ‘나눔의 집’을 취재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취재를 마친 뒤에도 피해 할머니들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시 찾아가 3년 정도 자원봉사를 했다. 그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고민 끝에 사진으로 문제를 함께 풀어보고자 했다.
 
“취재 차 ‘나눔의 집’을 방문했을 때 아픔이 있는 피해 할머니들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이분들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마음이 불편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찾아가 자원봉사를 시작했죠. 사실 90년대 만해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몰랐어요. 그래서 기록을 통해 많은 사람한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원봉사보다 좀 더 뜻 깊은 일을 찾고자 했어요. 이분들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해 미국이나 일본 등 국제사회에 알리는 일이었죠. 이후 ‘나눔의 집’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있는 피해자들도 찾아뵀어요. 2001년에 일제강점기 시절 중국으로 끌려간 뒤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는 얘기를 듣고서 그분들을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죠.”
 
겹겹프로젝트의 주요 활동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내용을 조사해 기록하는 작업이다. 사진으로 피해 여성과 시민을 연결해 소통을 이어가며 공공예술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전과 교육, 강연 등 다양한 공공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 여성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닌 아시아 전체 문제로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있죠. 다른 나라들은 정부의 무관심 속에 조사 작업은 고사하고 기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요. 일단 피해자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전달 수단으로 사진전이나 강연을 이어가고 있죠.”
 
▲ 겹겹프로젝트는 사진전과 강연회, 피해자 지원 등을 통해 힘겹게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삶을 함께 나누고 있다. 사진은 2013년 중국 박차순 피해자 집고치기 활동(위)과 2015년 도쿄 세션하우스의 모습. [사진제공=겹겹프로젝트]  
  
해외 피해 여성들을 만나긴 쉽지 않았다. 안 대표는 일본군이 주둔했던 기록을 찾아 ‘맨땅에 헤딩’ 식으로 수소문해서 찾으러 다녔다. 사업하러 외국을 오가는 사업가들의 제보도 받았다. 물론 피해자가 아닌 경우도 많았다. 피해자인 경우 마음을 열지 않아 이야기를 듣지 못하기도 했다. 그럴 때는 몇 번에 걸쳐서 다시 방문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도록 했다.
 
“과거부터 얘기하는 게 아니라 현재부터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요. 삶을 얘기하다보면 조금씩 친해지며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이 찾아오죠. 시간 순서대로 말하는 게 아니라서 기록할 때는 순행으로 맞춰서 정리해야 하죠. 퍼즐이 맞춰지듯이 피해자분들을 만날수록 일본군 ‘위안부’가 어떤 시스템이었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안 대표는 2016년 세상을 떠난 동티모르의 카르민다 도우 할머니를 만났던 때가 잊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카르민다 할머니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과거를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생이 언니를 대신해 위안소로 끌려간 이야기를 하던 중 할머니는 갑자기 일본어 숫자를 말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때 안 대표는 ‘할머니가 기억은 잊었지만 트라우마는 오래 남아 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중국에 남겨진 이수단 할머니도 기억에 남아요. 당시 상처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할 수 없어 아이에 대한 집착이 크셨던 분이었죠. 생전 경로원에서 홀로 사셨어요. 방에는 아기 사진이 많이 붙어 있었죠. 인형을 들고서 ‘너희 엄마, 아빠는 어디로 갔니’라는 말씀을 했어요. 항상 인형을 안고 자기도 했고요. 중국에서 외로이 사시다가 2016년에 돌아가셨어요.”
 
겹겹프로젝트는 주요 활동으로 사진전과 경연회뿐만 아니라 피해자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피해 여성들의 심리적·경제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피해 생존자가 거주하는 지붕, 화장실, 방 등 낡은 집을 고치고 건강유지를 위한 건강진단·의료지원도 한다. 오지에 사는 분들을 위해서는 복지·생활·의료용품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활동 초반에는 ‘집 고치기’를 주로 했는데 근래 들어서는 의료나 복지에 신경 쓰고 있어요. 동남아의 주거환경과 가치관이 우리와 달라서죠. 강제로 집을 고쳐드리는 게 오히려 그분들한테 폐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비를 대는 등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있죠.”
 
민족 문제보다는 인권 문제로 풀어나가야
 
활동은 순탄하지 않았다. 시련도 많았다. 2012년 니콘이 운영하는 도쿄의 니콘살롱에서 ‘위안부’ 피해자 사진전을 열기로 했다가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후 니콘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해 3년여의 법정다툼 끝에 승소했다.
 
▲ 안세홍 대표(사진)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민족문제로 접근하기 보다는 전쟁과 인권 문제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카이데일리
  
“처음에 막막했죠. 연초 전시회가 결정되고 일본의 많은 도시에서 활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 겹겹프로젝트를 만들었거든요. 교수, 활동가 등 사람들을 모으고 시작했는데 막상 취소 통보를 받으니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여기서 전시회가 중지된다면 더 이상 일본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일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저희 뜻만이 아니라 피해자들도 마음에 걸렸어요. 그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사진을 찍도록 허락한 건 저희들만 알라고 한 게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이 알기 바라고 이러한 아픔이 잊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 함께한 지인들과 힘을 합쳐 재판도 진행하고 항의를 하면서 결국 전시를 열 수 있었죠.”
 
겹겹프로젝트는 사진전 등 콘텐츠를 기획할 때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교육 차원에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구성하고 있다. 최근엔 비대면 시대에 맞춰 QR(큐알)코드를 통해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일본군이 피해자를 ‘끌고 갔다’는 표현을 쓰는데 사실은 강제연행도 있었지만 속여서 간 경우도 많았어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공부를 시켜주겠다는 등의 거짓말이었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표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또, 개인의 피해보다는 국가나 군이 직접 관여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중요하죠.”
 
겹겹프로젝트는 소통이라는 키워드로 사진의 메시지를 담는다. 작가와 찍히는 대상, 관람객을 연결하는 삼각형적인 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소통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고자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같은 경우는 민족문제로 접근하기 보다는 전쟁과 인권 문제로 풀어나가야 해요. 우리나라만 한정해서 생각할 게 아니라 아시아 전체로 폭 넓게 바라봐야 하죠. 전쟁이란 큰 테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왜 생겼는지 고민하고 다른 나라 피해자들과 삶을 함께 아울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금전적인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직접 피해자를 만나러 해외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체류 비용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지원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달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며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면 (더) 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기록했을 거예요. 오래 전부터 한국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황을 알렸어요. 근데 반응은 시큰둥했죠. 국적이 한국이 아니라서 도와줄 수 없다는 말만 들을 뿐이었죠. 시야를 넓게 가지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데 자꾸 좁게만 바라보니까 아쉬워요.”
 
겹겹프로젝트는 앞으로 전시회나 강연회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7월 일본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또한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찍었던 필름을 디지털화 하는 데도 온 힘을 쏟고 있다. 아시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세세하게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기록할 예정이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보존해 공공기록물로 남기기 위해 땀 흘리는 겹겹프로젝트. 그들의 열정에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느껴졌다.
 
 
[윤승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 좋아요
    0

  • 감동이예요
    0

  • 후속기사원해요
    0

  • 화나요
    1

  • 슬퍼요
    0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애니메이션으로 새 도전에 나서는 거장 '봉준호' 감독이 사는 동네의 명사들
박복규
삼이택시
박진서
일흥실업
봉준호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0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스카이 사람들

more
“느리더라도 사람들과 같이 가는 도시를 만들고 싶어요”
재미있고 안전한 도시 목표… 초등학생·자전거 ...

미세먼지 (2021-06-24 18:30 기준)

  • 서울
  •  
(양호 : 38)
  • 부산
  •  
(최고 : 15)
  • 대구
  •  
(좋음 : 21)
  • 인천
  •  
(좋음 : 26)
  • 광주
  •  
(좋음 : 29)
  • 대전
  •  
(보통 :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