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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인터뷰]-이경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치료 아닌 ‘치유’, 의술 아닌 ‘인술’ 펼치겠어요”

4차 의료혁명 개념인 건강관리·치유를 다루는 ‘통합의학’ 선두주자

허경진기자(kjheo@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7-29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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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명의는 의술이 아닌 인술을 보는 사람으로 이제는 병원에서도 ‘치료’와 함께 ‘치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병원에서 고도화된 의술만을 강조하던 시대는 지났어요. ‘명의’는 병원 자체의 시스템이 잘 돌아가기 때문에 나오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명의 소리를 듣는 사람은 의술이 아닌 인술을 보는 사람이 아닐까 해요. ‘치료’는 질병을 고치는 걸 의미하고 ‘치유’는 질환, 내가 불편한 것들을 케어하는 개념이에요. 치료와 치유는 좀 다른데 예전에는 병원에서 하는 게 치료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병원에서 치유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4차 의료혁명 ‘예방’이라는 개념과도 맞아 떨어져요. 예방에 건강관리라는 개념이 있고 치유가 나오는데 이 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통합의학’이죠.”
 
이경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52)는 고려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의학박사 및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웰니스 산업과 의료시스템’이라는 과목을 강의 중에 있다. 지금까지 6000여명의 출산을 이끈 이 교수는 전공 분야인 산과뿐 아니라 한의학적 지식까지 가미해 통합의학의 관점에서 단순 치료가 아닌 궁극의 치유를 시도하고 있다.
 
단순 진료가 아닌 환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균형 등을 맞추기 위해 노력
 
“다른 과와 달리 산과는 아픈 사람들이 아닌 정상인 사람들을 진료해요. 암과 유사한 점이 있다면 (배가) 점점 커지는 것인데 산모들은 출산을 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죠. 암과 방향성만 조금 다를 뿐 크게 다를 게 있을까 예전부터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환자들을 더 잘 살피기 위해 민간요법 등 다양한 공부들을 많이 했죠. 이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병적 생리, 산모들의 생리, 사람들의 생리, 일반적으로 책에서 많이 나오는 기초적인 생리 분야였어요.”
 
“2014년까지 산모들을 진료하다가 미국에서 다른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서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전인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함이었죠. 미국은 2000년대 초반에 이미 건강관리라는 개념이 잘 자리 잡고 있었어요. 건강관리란 쉽게 말해 ‘웰니스(wellness)’의 개념이에요. ‘웰빙(well-being)’의 개념에 행복과 건강이 포함됐죠. 미국은 이런 웰니스의 개념인 통합의학을 1차 진료기관에서 시행을 하고 있었어요.”
 
이 교수는 미국의 존스홉킨스 병원 같은 곳에서는 통합의학이라는 개념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고 이를 시스템으로도 뒷받침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양·한방이 존재하지만 어떤 전문 병원에서는 한방만을 다루거나 큰 병원의 경우 양·한방을 함께 다루지 않기 때문에 대신 건강관리, 건강증진과 같은 사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통합의학 개념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에요. 예를 들어 유방암 환자들은 자신이 산부인과에 왜 오는지 잘 몰라요. 그냥 의사 선생님이 가라고 해서 왔을 뿐이죠. 유방암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 중 여성 호르몬제가 있는데 이 약을 먹으면 여성 장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산부인과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 관찰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환자에게 해주어야 해요. 일단 유방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도 문제가 생기는데 이런 얘기는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요. 참고 살 뿐이죠. 친구하고도 이야기 못해요. 생리가 없어지고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우울감이 생기는데 예전에는 우울해지면 정신과에 갔지만 이젠 그게 아니에요.”
 
▲ 이경주 교수(사진)는 환자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산림치유, 해양치유, 정원치유 등을 8년째 진행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저는 환자를 볼 때 단순 진료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과 얘기도 하면서 심리적인 면들을 공감해주고 환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균형 등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대개 환자가 어디가 불편하다고 하면 운동과 고른 영양섭취를 권장하지만 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환자가 무슨 운동을 좋아하는지, 주변에 운동을 할 만한 공원이나 산은 있는지, 일주일에 얼마만큼 하는 것이 좋고 주위에 관련 프로그램이 있다면 추천을 하기도 하죠. 이것이 바로 의사가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교수는 산림치유, 해양치유에 더해 지난달 생긴 정원치유까지 8년째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의학박사 뿐 아니라 보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또 보건대학원에서 학과를 개설해 가을 학기마다 강의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일반적인 의학에는 건강관리라는 개념이 있긴 하지만 깊이 들어가지는 않기 때문에 건강관리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보건학을 공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학에 검증된 의료행위 증거자료까지 있는 것이 통합의학인데 통합의학은 이를 증명하는 과정이 어려워요. 예컨대 마사지의 개념이 들어가 있는 도수치료는 실제로 효과가 검증된 자료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의학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하기도 하죠. 이런 요법은 사람들이 좋아지는 효과를 보여주는 식으로 검증을 하는데 이게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에요. 경험치부터 시작해 과학적으로 재현을 하는 것이 통합의학에서 사용하는 방법론이죠.”
 
“통합의학에 대한 증명은 어렵지만 합병증이 없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런데 이 분야는 돈을 못 벌어요. 병원은 공급자의 입장에서 환자를 바라보지만 웰니스는 소비자 중심이기 때문이죠. 웰니스라는 시장은 굉장히 크고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해요. 이런 웰니스 분야를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알아봐줬으면 좋겠어요.”
 
치유는 계속 하는 것…통합의학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 이 교수(사진)는 산부인과 의사라고 해서 아이만 받아야한다는 관념은 이제는 없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카이데일리
 
이 교수는 지난날 다른 병원에 있을 당시 환자가 너무 많아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환자가 많으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항상 긴장상태에서 환자를 돌봐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오늘날 산모의 수가 많이 줄기도 했고 이전보다 여유가 생겨 비로소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환자와 의사 간에 이런 시간이 만들어져야만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러질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부인과 의사라고 해서 아이만 받아야한다는 관념은 이제는 없어져야 해요. 미국은 의술이 발달했을 뿐 아니라 환자를 볼 때 사람으로 본다는 게 느껴졌어요. 병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 환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중요해요.”
 
“아울러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1차 진료기관이 아닌 기관에서 앞장 설 필요가 있어요. 1차 진료기관은 생계가 연관됐기 때문에 돈을 못 벌면 힘들어요. 그러나 3차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곳이라 시스템만 구축이 되면 적자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죠. 그렇기 때문에 1차 진료기관이 아닌 기관에서 앞장서서 연결고리를 찾아야 해요.”
 
이 교수는 끝으로 현재 진행 중인 정원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도 했다. 중년 여성 암 생존자들의 코로나블루 극복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화단에 정원을 만들어 꽃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감정을 공유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총 30회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뜨거운 인기에 3일 만에 마감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치유는 계속하는 것이에요. 지금까지의 연구는 단타였지만 다음 번 과제는 임상 연구로 들어가는 시리즈로 할 수 있게끔 올해 이론적으로 만들고 내년에 모델링을 하고 싶어요. 현재로서는 3차 의료기관에서 통합의학이 수익에 크게 관련이 없기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고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길 바라요. 저는 소비자 입장에서의 ‘웰니스’가 더 좋아요. 이것이 바로 병원에서 추구해야할 방향이고 일이라고 생각해요.”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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