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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의 청담유감(有感)

이철희 정무수석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7-21 10:28:49

 
▲홍찬식 칼럼니스트·전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불출마 선언했다가 “할 말 하겠다”며 청와대로
/어이없는 방송 발언으로 취임 3개월 만에 논란의 중심
/너무도 달라진 변신은 현 정권 블랙홀에 포섭된 건가
/‘적대적 매체 효과’에 우리는 옳고 우월하다는 오만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암울한 미래
 
요즘 청와대 내부에서 단연 주목 받는 사람은 이철희 정무수석이다. 방송 유튜브채널 등에 자주 얼굴을 내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국가지원금 6900만원을 챙긴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에 대해 “세계적인 예술인”이라고 감쌌고(6월 25일), 국회의원 보좌진에게는 “니들은 뭐냐, 도대체. 니들은 시험으로 뽑았냐”며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렸다(7월 7일).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놓고서는 “사회적 광기이자 정치적 광기”라고 규정했다(7월 13일).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갑자기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기이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다른 청와대 사람들과는 다른 그의 ‘스토리’ 때문이다.
 
정치의 시계가 워낙 빨리 돌아가는 탓에 꽤 시간이 경과한 것 같지만 이철희 수석의 임명은 불과 3개월여 전의 일이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직후 이뤄진 ‘쇄신 인사’였다. 당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던 청와대는 그의 발탁 배경으로 ‘균형적 시각’과 ‘대안 제시 능력’을 강조했다. 그의 취임 소감은 비장했다.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되새기고, 할 말은 하고, 아닌 것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이야기 하겠다.”
 
그의 초심을 깎아 내릴 의도는 없다. 그땐 분명 그럴 마음이었을 것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소통하는 역할이다. 생생한 여론 전달을 위해 대통령에게 ‘쓴 소리’도 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그의 ‘마음의 행로(行路)’는 3개월 전의 각오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짧은 기간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가 검증 안 된 철부지 대통령 아들을 ‘세계적인 예술인’이라고 치켜세운 것은 민망한 일이었다. 국내 문화계에서 ‘세계적인’이라는 형용사를 붙일 만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직 한국 문화의 위상이 그렇다. 문준용 씨 본인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과, 문화계에서 그렇게 인정해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더구나 이 수석은 직속 상사의 아들에게 최상급의 수식어를 붙었다. 문화계 사정을 잘 몰라서 그랬다는 변명은 통하기 어렵다.
 
지원금 심사위원들이 신청 서류에서 ‘문준용’이라는 이름을 보고 얼마나 난감했을지 한번 생각해 봤을까. 대통령 아들이 이런 심사에 지원하는 것 자체가 심사위원들에게 ‘강요’나 ‘압력’이 되기 십상이고,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는 이런 일을 막으라고 존재하는 업무다. 하지만 6900만원 지원이 대통령 아들에 대한 특혜라는 여론이 전달되기는커녕, 문준용 씨가 지원금을 받을만 했는데 괜한 시비를 걸고 있다는 청와대 내부의 정서를 이철희 수석이 무심코 드러낸 것일 수 있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지고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상실감을 안겼던 조국 사태에 대해 ‘사회적, 정치적 광기’라고 규정한 것은 더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청와대에 들어오기 꼭 1년 반 전, 여당 국회의원이었던 그가 불출마를 선언한 계기가 바로 조국 사태였던 탓이다.
 
그의 불출마 표명은 2019년 10월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다음날 이뤄졌다. 이 수석이 내놓은 ‘사퇴의 변’은 정치인의 책임감이라는, 이제는 헌신짝처럼 버려진 가치를 놓고 자못 숙연한 마음을 갖게 한다. 이 글은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진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라며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개탄했다. 그리고는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고 했다. 이후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다.
이랬던 그가 조국에게 가해진 사회적 지탄과 검찰 수사를 ‘광기’라고 칭한 건 나가도 너무 나갔다. 오히려 광기라는 말이 어울리는 대상은 온갖 입시 부정을 저지른 조국 가족을 지키겠다고 나선 서초동 집회 쪽이 아닌가. 청와대에 들어간 이상 참모로서의 한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의 변신은 너무도 이전과 대조적이다. 진영이라는 논리로 이성과 상식을 모조리 집어삼키는 이 정권의 거대한 블랙홀이 그를 통해 선연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이철희 수석은 6일에는 “(문재인 정권에는) 요만큼의 권력 비리나 측근 비리가 없잖아요”라는 폭탄 발언으로 또 한 번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 탈원전 경제성 조작,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비리 무마, 김학의 출국의 불법적 금지 등 언뜻 떠오르는 것만 해도 숱한데 무슨 ‘착한 척’인가 싶다.
 
이 발언이 돌발적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는 확신을 갖게 만드는 것은 그의 정무수석 전임자인 최재성 씨로부터 기인한다. 최 전 수석은 이 수석의 임명을 발표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이임 인사를 했다. 그는 “문재인정부는 참으로 선하다. 측근이나 친인척 비리도 없다”며 3개월 후 이철희 후임자와 판박이인 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균형적 시각’ ‘쓴 소리’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 수석조차 순식간에 마비시키는 어떤 강력한 공기가 청와대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프리즘으로 바라보면 그동안 납득하기 어려웠던 수수께끼들이 술술 풀려나간다. 최근 ‘무법의 시간’이라는 책을 내며 현 정권의 정체성을 파헤친 권경애 변호사는 ‘적대적 매체 효과’라는 말을 사용했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언론 보도라도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을 때는 편향되었다고 인식하고 적대시하는 현상이다. 이 효과가 정권 지지자들에게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현 정권은 남의 말에 귀를 닫아버리는 이 단계를 넘어 우리 편은 어떤 일을 해도 옳고 우월하다는 특권의식으로 무장한 상태다.
 
민주노총의 8000명 불법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서는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도 더없이 고분고분한 반면, 정권 비판 집회의 주동자들은 서슴없이 ‘살인자’로 부르는 것은 이들에게 당연한 귀결이다. 이런 태도는 필연적으로 이성의 상실을 야기한다. 조국 못지않은 이중인격으로 알려진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방송계의 심판’인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앉히려 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주역인 ‘실패한 경제학자’ 홍장표 씨를 경제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임명한 것도 ‘기득권 저항을 물리친 용기 있는 선택’이 된다.
 
진정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고 이러는가. 이철희 씨의 놀라운 변신에서 암담한 미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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