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진퇴양난 위기를 맞고 있다. 재정건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 축소, 임금 동결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노조가 총파업을 결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에 서울교통공사 콜센터 근로자들마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내세워 직고용을 요구하자 이에 반대하는 제3노조까지 생기면서 노노(勞勞) 갈등 양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무임 수송 손실 등 만성적자…지난해 부채 규모 6조원 돌파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합병하면서 2017년 출범한 서울교통공사는 한 해 당기순손실 1조원이 넘는 불량 공기업으로 전락했다. 매년 50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는 1조113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적자 규모는 이보다 더 커져 약 1조6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만 이미 48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덩달아 부채도 급증했다. 서울교통공사의 부채총계는 2019년 5조3306억원에서 지난해 6조2534억원으로 늘었다. 부채비율은 2019년 67.7%에서 지난해 88.2%로 늘었다. 서울교통공사는 부채 증가 원인이 안전투자 및 코로나19 수입결손 등에 따른 차입 부채 증가에 의한 것으로 공시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무임승차제도에 의한 손실을 실적 악화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현재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지하철 요금을 면제하고 있다. 노인의 이동성 보장을 통해 여가활동 증가, 노인 보건 향상, 노인복지관광 활성화 등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지만 서울교통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상범 사장은 “1984년 65세 이상 노인에게 법정 무임승차가 처음 제공됐고 이후 장애인,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등으로 확대돼왔다”며 “처음 시작했을 때는 노인 인구가 전체의 5%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5%로 규모가 커져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울교통공사의 비효율적인 인력운영 문제를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정부 정책에 발맞춰 재정부담은 외면한 채 무리하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한 결과 과도한 인건비 지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서울교통공사는 2018년 무기계약직 직원 1288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기존 공채 직원들과 같은 임금 체계에 편입시켰다.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임직원 수만 1만6296명에 달한다. 1인당 평균임금만 7200만원이 넘는다.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에서 매년 인건비로만 약 1조1000억원의 돈이 지출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교통공사가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시에 운임 인상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통해 비효율을 제거하는 게 우선임에도 대규모 적자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역시 요금 인상보다는 경영합리화를 통한 실적 개선을 주문한 상황이다. 대중교통 요금이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요금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서울교통공사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어려운 상황이다”며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는 게 바람직하냐에 대해 저는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대규모 구조조정 발표에 노조 총파업 예고…콜센터 근로자 직고용 요구 논란
서울교통공사는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 1539명을 감축하고 복지축소, 임금 동결 등의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마련했다. 일부 업무는 위탁하고 심야 연장 운행은 폐지해 인원을 줄이겠다는 방안이 담겼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구조조정 방안에 반발하며 내달 14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17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쟁의 찬반투표에 재적 조합원 1만889명 중 9963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8132명이 찬성해 파업이 가결됐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 등 전국 6개 도시철도 노동조합이 찬반 투표를 통한 연대 총파업을 예고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금으로 보존해야 할 손실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지난해 도시철도 기관별 운영 보조 실태를 보면 전국 6대 도시철도 운영기관 중 서울시만 유일하게 보조금을 집행하지 않았다”며 “지자체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지원조차 손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해 파업까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 서울교통공사 콜센터 상담사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말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기조에 따라 콜센터 상담사들을 120다산콜센터 재단으로 통합하려 하다가 기관별 직고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교통공사 콜센터 상담사들은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도시철도엔지니어링 직원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공채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고 청년 직원들이 ‘공정사회 염원하는 서울교통공사 청년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직고용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 노동조합은 6월 25일 “정부 정책보다 앞서 일반직화를 추진하고 민간회사 직원까지 직고용하라면서 뒤로는 공사재정적자를 핑계로 근로 조건을 개악하면서 일반 직원 감축을 요구하는 이중 잣대를 보이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MZ세대를 주축으로 서울교통공사 제3노조 ‘서울교통공사 올(all)바른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도 콜센터 직원들의 직고용 요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울교통공사 제3노조는 ‘공기업 직원을 시험성적·근무성적·그 밖의 능력이 실증에 따라 임용해야 한다’는 지방공기업법 제63조 2항에 근거해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고용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제3노조는 “3년 전 1285명의 불공정한 일반직 전환이 있었고 최근 또다시 사기업 소속인 콜센터 직원의 공기업 직고용 및 자회사 전환 요구가 발생했다”며 “일반직 전환은 전면 무효화하고 전환직은 자회사로 재분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는 해당 사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처우와 관련해 노·사·전문가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다”며 “그 이상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1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