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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 안골마을학교

“스스로 탐구하고 협동하며 생활하는 대안교육이죠”

간헐적 가족 공동체에 기반을 둔 12년제 초·중·고 대안교육기관

기사입력 2021-09-10 00:05:04

▲ 안골마을학교는 오늘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초·중·고 12년제 대안교육기관이다. 여기서 공동체로 생활하며 교육을 진행한다. 교사 4명과 유치부 6명, 초등부 10명, 중등부 4명, 고등부 2명 등 22명의 학생으로 이뤄져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정설 안골마을학교 대표교사 겸 고등교사, 이주현 안골마을학교 초등교사.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안골마을학교의 특징은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점이에요. 관계와 관련된 것들은 엄격하게 여기는 편이죠. 학생들에게 서로에 대한 예의 및 존중을 중요하게 가르치고요. 이 부분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아요. 어린아이들도 예외 없죠. 교육에 있어서 관계를 강조하다보니까 공동체 청소년들은 거의 어른 수준의 예의를 갖추고 있어요.”
 
푸른 가을 하늘 위로 우뚝 솟은 도봉산. 그 안쪽 양지바른 골짜기에 안골마을이라는 작은 동네가 있다. 이곳엔 도심에서 보기 드문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이색적인 가족 형태에 기반을 둔 ‘오늘공동체’ 일원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다. 안골마을학교는 오늘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초·중·고 12년제 대안교육기관이다. 여기서 공동체로 생활하며 교육을 진행한다. 교사 4명과 유치부 6명, 초등부 10명, 중등부 4명, 고등부 2명 등 22명의 학생으로 이뤄져 있다.
 
안골마을학교는 자기에 대한 인식, 타인·사회에 대한 이해 등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능동적 학습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교육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학생 자치활동, 동아리활동, 자기주도학습, 프로젝트 수업, 예술 수업 등 과정·개인별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안골마을학교를 직접 방문했다. 정설 안골마을학교 대표교사 겸 고등교사(36), 이주현 안골마을학교 초등교사(39)와 인터뷰했다.
 
오래 전부터 공동체생활을 하다가 2017년 안골마을학교 설립
 
안골마을학교의 역사는 은혜공동체(현 오늘공동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혜공동체 일원들은 2001년부터 동대문구 회기동에서 마을단위로 함께 모여 살았다.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공동체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의 교육이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공동체생활에 익숙했다. 협동보다는 경쟁을 강조하는 일반학교에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은혜공동체 일원들은 도봉구 안골마을로 옮겨 학교를 설립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안골마을학교는 2017년 2월 개교했다.
 
“대안학교의 좋은 모습을 오늘공동체에 구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공동체는 훌륭한 부분을 가지고 있어 학교를 설립하면 현재보다 발전된 형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일반 대안학교는 부모와 부모, 부모와 교사 간의 갈등을 겪는 반면 오늘공동체 안에서는 이러한 갈등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어요. 교육에만 초점을 맞춰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들었고요.”
 
안골마을학교 청소년부 교육과정은 △자기주도 학습 △프로젝트 수업 △과목수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기주도 학습은 스스로 원하는 분야를 선택하고 꾸준히 학습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교육이다. 하루 평균 1시간 정도 진행한다. 학습 분야는 제한 없다. 운동, 악기연주, 일본어, 과학, 뜨개질 등 다양하다.
 
“프로젝트 수업은 협력하는 수업이에요. 규정지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진행하죠. 이를테면 가까운 곳에 있는 징검다리학교와 연계해 목공기술을 가르쳐요. 아이들은 이를 배워 수업시간에 평상이나 의자, 테이블 등을 만들죠. 또한 영화 제작도 교육해요. 학생들끼리 협력해서 1시간짜리 영화를 만드는 수업이죠. 최근엔 난민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어요.”
 
▲ 안골마을학교 청소년부 교육과정은 △자기주도 학습 △프로젝트 수업 △과목수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기주도 학습은 스스로 원하는 분야를 선택하고 꾸준히 학습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교육이다. 사진은 인터뷰하는 정설 교사(왼쪽)와 이주현 교사. ⓒ스카이데일리
 
“프로젝트 수업 중 가장 큰 건 한 달간 해외여행 프로젝트예요.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하고 있지만 2년 전에는 라오스와 태국으로 37일 동안 여행해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어요. 한 달 넘게 해외에서 체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상당하잖아요. 아이들과 ‘알바부족’이라는 팀을 만들어 비용을 충당했던 기억이 나요. 베이비시터, 세차, 청소, 심부름 등 공동체 일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돈을 벌어 부모님들의 부담을 덜어드렸죠.”
 
이와 비교해 초등부 교육과정은 다소 일상적인 편이다. 프로젝트 수업보다는 기초체력을 쌓고 인성을 기르는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글을 쓰는 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몸을 쓰는 신체활동도 핵심 교육이다. 초등부 아이들은 자주 산에 오르고 운동 및 농사를 하며 배움을 얻는다.
 
“초등부도 자기주도 학습을 해요. 책상 앞에 앉아서 진짜 학습을 하죠. 학습서 1장이든 2장이든 상관없어요.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과목과 분량을 정해요. 분량에 따라서 또는 같은 분량이라도 저마다 학습속도는 다르지만 기초적인 걸 알아야 이후 프로젝트 수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초등부는 주로 기초적인 걸 쌓는 시간을 갖는 편이에요.”
 
“놀이시간도 많아요. 몸을 쓰는 놀이를 자주 하죠. 놀이를 통해 마음이 불편했다거나 힘들었던 걸 해결해요. 교육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배우는 시간을 갖죠. 초등부도 프로젝트 수업을 하긴 해요. 현재 ‘우리는 여기를 알고 싶어요’라는 주제로 팀별로 세계 여러 나라 중에 나라를 정해 조사하고 있어요.”
 
‘관계는 중요하다’ ‘고생은 사서 한다’ ‘웬만한 것은 다 자유다’
 
전국에 학교는 무수히 많다. 대안학교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가운데서도 안골마을학교는 특별하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다른 학교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많아서다. 공동체집단에서 파생된 교육기관이다 보니 교사와 부모 간 관계는 돈독하다. 또한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동시에 남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한다.
 
“교육에서 부모님들의 참여는 거의 없어요.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만 알지 교육에 대해 일체 간섭하지 않아요. 아마 공동체를 먼저 형성한 다음에 학교를 만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부모가 곧 교사인 경우도 있어 부모하고 교사의 사이는 돈독한 편이요. 같은 공동체 일원이기도 하니까 잘 지내고요. 교육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 같아요.”
 
대안학교의 교육과정을 마친 후에 대학 진학을 할 것인지 직업을 가질 것인지도 정답이 정해진 것은 없다. 자기주도적인 학습과 사고로 자란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한다. 
 
“아이들의 선택도 굉장히 존중하는 편이에요. 존중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엄격하기도 해요. 두 개를 양립한 형태에요. 꿈, 흥미 등 아이들이 원하는 부분은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한 어떤 선택이든 환영하죠. 입시 교육을 하고 있진 않지만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하면 외부 입시 학원을 보내는 등 집중적으로 지원해요. 새로운 길을 함께 모색하기도 하고요. 여느 학교처럼 대학진학만이 교육의 목표는 아니죠. 요리사, 지게차기능사 등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무척 다양해요.”
 
▲ 안골마을학교는 자기에 대한 인식, 타인·사회에 대한 이해 등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능동적 학습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교육을 지향한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숲속 놀이터 만들기 프로젝트, 태안-서울 무전여행, 예체능 과목수업, 사승봉도 무인도여행 등의 모습. [사진제공=안골마을학교]
 
안골마을학교의 교육철학은 ‘관계는 중요하다’ ‘고생은 사서 한다’ ‘웬만한 것은 다 자유다’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핵심은 관계다. 관계와 관련된 것들은 엄격하게 대하는 편이다. 교육에서 서로에 대한 예의 및 존중을 중요하게 여긴다. 어릴 때부터 이러한 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청소년은 거의 어른 수준의 예의범절을 갖추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은 통제하는 편이에요. 같이 사는 공동체에서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 부분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엄격하게 통제하죠. 저희는 저학년과 고학년을 하나로 묶어서 하는 수업이 많아요. 실력 차이가 크면 답답함을 느끼는 등 팀원들끼리 크고 작은 다툼이 생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프로젝트를 하며 능력에 따라 일을 분배하는 것을 배우기 때문이죠. 한번은 청소년부 학생들이 어떤 발표 대회에 나갔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생들에게 일을 배분하더라고요.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저희 학교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고생은 사서 한다’는 것이에요. 고등학교를 마치고 성인이 되면 삶을 스스로 끌고 가야 되잖아요. ‘이게 좋은 교육이다’고 억지로 시켜서 대학교를 보낸 다음 지속 뒷받침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죠. 저희는 아이가 어느 시점에 무언가를 도전했을 때 잘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춰요. 살다 보면 좌절의 순간들이 찾아오는데 거기서 헤어나올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죠. 그래서 무전여행을 하거나 무인도로 여행을 가기도 해요. 혼자서 해낼 수 없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하기에 관계적인 측면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것 같아요.”
 
정설 교사는 안골마을학교에서 활동하면서 1시간짜리 영화를 제작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대학교 동아리도 아니라서 촬영 장소를 섭외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학교 교실을 섭외하는데 공을 들였다. 섭외를 완료한 데 이어 촬영부터 편집, 제작까지 완료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값진 순간이었다.
 
“수업 과제로 6명이 모여서 영화를 만들기로 했어요. 영화 ‘클래식’을 패러디한 영상이었죠. 상영시간은 원래 15분 정도였는데 대본을 쓰다 보니 1시간 분량으로 늘어났어요. 생각보다 큰 규모의 영화가 된 거죠.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을 가졌어요. 문제는 장소였어요. 학교 교실·도서관에서 촬영해야 하는데 저희 학교에는 교실이 없거든요. 도서관과 교실을 빌릴 수 있는 곳을 섭외하려고 학생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녔어요. 서울에 있는 학교는 아마 다 돌렸을 거예요. 근데 번번이 다 거절당했죠.”
 
“대전시로 1박 2일 촬영을 갔을 때 우연히 조그마한 학교를 발견했어요. 일반학교이긴 한데 학생 수가 많지 않은 곳이었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섭외 요청을 드렸는데 학교 측이 흔쾌히 허락하셨어요. 거기서 아이들이 촬영을 하게 됐죠.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해내면서 아이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소중한 경험이었죠.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며 성장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안골마을학교는 향후 비(非)공동체 학생들의 입학을 허가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공동체 내부 인원만 입학할 수 있어 서로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지만 반면에 다양한 친구와 어울릴 수 없는 아쉬움도 컸다. 큰 규모를 바라진 않는다. 적당한 인원을 충원해 기존 아이들과 새로운 아이들이 조화롭게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저희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을 보면 잘컸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골마을학교 교육이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죠. 내·외부 아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교육을 받으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작년부터 외부에 문을 열려는 시도를 시작했는데 앞으로는 좀 더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진행할 계획이에요.”
 
“대안학교 법제화가 내년부터 시작돼요. 법제화가 되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죠. 등록 기준이 까다롭긴 하지만 지원을 받게 되면 부모님의 교육비 부담은 완화될 것이라고 봐요. 현재 매달 60만원씩 내시거든요. 교육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자 정부의 지원을 받아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개인주의가 범람하는 시기에 공동체생활을 지향하는 안골마을학교는 인상적이었다. 수동적인 학습과 과도한 경쟁구도에 목을 매는 제도권 교육과 달라 신선했다. 비대면·모바일의 발달로 교육에서도 소통이 점차 단절되고 있다. 절망적인 순간에 능동적인 학습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교육을 지향하는 안골마을학교를 보며 한줄기 희망이 느껴졌다.
  

 [윤승준 기자 / sky_sjyoon , sjyoo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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