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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데 있지 않은 집·백신…국민 우롱이다

공급 문제없다는 입장…정책 실패, 바로잡아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9-12 10:52:36

“자기의 재물을 의지하는 자는 패망하려니와 의인은 푸른 잎사귀 같아서 번성하리라”<잠언 11 : 28>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
“재인 형, 정말 왜 이러는 거야? 망하려면 혼자나 망해요”, “어쩌다 나라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 개판이 되었는지? 다 우리가 지도자를 잘못 뽑은 탓,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근래 들어 전두환 욕하지만 그래도 전두환이 정치할 때 경제가 제일 좋았지”, “안타깝게도 여야를 불문하고 대통령 감이 없으니 어쩌누. 이러다간 정권교체, 물 건너가는 거 아닌가?”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며 위기의식을 느낀 민초들이 터뜨리는 탄성이다.
 
분명 숫자는 있는데 정작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집과 백신이다. 정부가 수시로 내놓는 숫자는 차고 넘치는데 정작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마치 신기루 같다. 아니면 국민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마법이라도 걸어놓은 것일까.
 
“지금이야 다들 집을 무리하게 구매하고 있어도 앞으로 2~3년 후에는 집값이 내릴 수 있다. 무리하게 대출해서 영끌에 나선다면 나중에 집을 처분해야할 시점에 자산 가격 재조정이 일어나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그러니 투자에 신중해 달라.”
 
지난 8월 중순 노형욱 국토부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노 장관은 당시 집값이 고점이라고 경고하며 지금 집을 사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 같은 노 장관의 주장이 각종 부동산 온라인 켜뮤니티에 공유되기도 했다. 
 
이때도 부동산 관계자들은 “부동산 정책 수장이 전문가들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 “누구처럼 보고 싶은 것만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이러니 양치기 소년, 늑대소년 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 “정부가 집값 떨어진다고 할 때가 집값이 오를 때다” 등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을 빗대 단기간 내로 집값이 하락할 요인이 없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주장과는 상이하게 배치되는 것이다.
 
더욱 더 기가 찬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국책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을 보면서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 사회연구회에 제출된 719페이지 분량의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인데 “실정 책임을 일반 국민의 탓으로 전가했다”, “국민을 향해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 들었다”, “순서가 잘못됐고 퇴로 없는 정책은 저항만 낳을 뿐” 등 아주 구구절절 맞는 ‘속 시원한’ 표현이 적혀있어 관심을 모았다.
 
특히 ‘다주택’ 관념에 사로잡혀 일방적으로 정책을 폈고 충분한 검증조차 없이 임대차 3법을 감행해 정부 스스로 반자본주의적 이미지에 갇히는 모양새를 보였다는 지적도 통렬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오죽하면 정부 눈치나 보던 국책연구기관까지 나서서 이런 보고서를 썼겠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정책 실패가 만천하에 드러나자 뒤늦게 면피성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차 떠난 뒤 손든 국책 연구원을 비판하며 낸 세금이 아깝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정책 비판이 늦은 것보다는 제대로 된 보고서를 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정부의 숫자놀음에 실체가 오리무중인 것은 집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백신 물량도 깜깜 절벽 그 자체다.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다. 계획과 현실의 아득한 격차로 빚어지는 혼돈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계획된 백신도입 물량은 1억9300만회분이다. 이중 8월말까지 도입 완료된 물량은 대략 5670만회분이고 9월 이후에 약 1억3200만회분이 계획되어 있다.
 
그러나 백신별 세부도입물량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선 구매 계약에도 분기별 물량을 협의해 들여오고 있어서다. 그 결과 백신접종은 그야말로 ‘복불복 게임’이 됐다. 백신재고 부족에 따른 접종 중단, 접종간격 연장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계획은 있지만 백신은 없는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분기별, 월별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뻔뻔한 입장이다.
 
코로나 사태가 1년 넘게 2년 째 접어들면서 서민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서울 시내 도로변에 있는 상가에 ‘임대’ 팻말이 나붙어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도심의 십수 년 된 유명음식점도 임대료를 감당치 못해 폐업하는 마당이니 영세 식당 주인들은 오죽하겠는가.
 
연초 여권에서 ‘손실보상제’를 공론화할 때만 해도 서민들의 피눈물에 공감하는 정치권 배려에 고마움과 따뜻함을 느끼며 정부의 정책을 순순히 따랐다. 경제부총리가 “국가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저항을 할 때도 국무총리는 “이게 기재부의 나라냐”고 격노하면서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서민 편을 들어주었다. 아울러 여당은 50%를 밑도는 국가부채비율을 제시하고 ‘세계 최고로 건강한 곳간’을 열자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이후 논의는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져 버렸다. 코로나 손실 보상에 최대 100조원이드는 법안과 적자 국채 발행이나 소비세 인상 등 나름의 묘책만 난무했다. 그러다 손실보상제는 ‘피해 산정 기준 등의 난제로 신속한 지원이 어렵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향후 입법과제로 두루뭉술하게 자취를 감춰버렸다.
 
많은 국가들이 법제화하지 못하는 이유를 외면하고 재원 마련을 위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설익은 장밋빛 청사진부터 꺼내들고 국민을 우롱한 부실정책의 결과다. 책임지지 않는 그런 실책으로 애꿎은 피해 서민들만 지독한 희망고문을 당해야했다.
 
민심을 달래기 위한 국면전환 카드가 필요했던 것일까. 이번에는 전 국민 지원금과 영세업자 등 취약계층 선별 지원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이 나왔다. “다다익선보다 적재적소가 우선”이라며 확대재정을 견제하는 경제부총리가 이번에도 개혁 저항세력으로 몰리면서 여당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결국은 88:12로 재정지원금이 지원되지만 12%에 해당하는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이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의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국가재정법상 책무를 막중하게 생각하는 경제 부총리 체면이 말이 아니다. 후일을 생각해서인지 경제부총리가 사표를 몇 번씩이나 내려고 해도 못하게 하는 여당이다.
 
부총리의 처지를 보면서 1979년 박정희 정부 때 일이 생각난다. 오늘의 기재부인 경제기획원이 3만호 규모의 농가주택 개량사업을 대통령께 보고하자 대통령이 “6만 가구는 해야 되는 거 아니오”라며 정색을 하자 회의장이 한 때 싸늘해졌는데 당시 신현확 부총리는 “재정 부담 때문에 안 됩니다”라고 단호하게 답변, 모두를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그 답변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거다.
 
이후 박 대통령이 “농업개발에 대한 내 신념을 이렇게 무참히 꺾을 작정이냐”며 서슬까지 세웠지만 여전히 부총리는 “재원 배분 원칙상 그럴 수는 없다”는 소신을 끝까지 지켰다고 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곳간지기의 역할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성 싶은데 문재인정부가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재인정부 임기도 이제 1년 남짓 남았다. 현 정부에서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자화자찬하던 백신 정책도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실책은 바로 잡으면 된다. 그리고 다음 정부가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과 경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마무리는 아름답게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내년 대선을 겨냥 ‘내일 일은 난 몰라요’ 식으로 바닥난 곳간을 텅 비게 하면서까지 전 국민에게 재정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안타깝고 아쉽기만 하다. 결국은 지금의 젊은이들이 갚아야 할 빚이 아닌가.
 
그 지원금 사용출처도 정부가 원하는 대로 가지 않는다. 이미 지원금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때는 이때다, 우선 먹고 보자’ 식으로 생필품보다는 고기류를 일시에 구입하는 모양새다.
 
지금처럼 코로나를 핑계로 시장을 옥죄고 거리두기, 모임 수 제한 등으로 통제하며 집값 급등을 추격 매수, 투기 심리 등 모든 잘못된 것을 국민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어떨지 묻고 싶다.
 
부족한 집, 모자라는 백신, 경제파탄에 심신이 피곤하고 편치 않은 국민의 심기를 면피성 숫자놀음으로 희롱하는 것은 참으로 비겁하고 무능한 직무유기다. 내 명의의 등기를 치고 주삿바늘이 내 팔에 꽂혀야 믿을 수 있고 인원 제한이 풀려야 살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를 핑계로 언제까지 국민을 우롱할 것인가. 인원제한 통제에는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 한다. 뜬구름 잡는 숫자는 여전히 난무한데, 도대체 문 정부가 말하는 그 많다는 집과 백신은 어디에 처박혀 있을까. 코로나 무서워 숨어라도 있는 것일까.
 
“아버지여 만일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 시 옵 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누가복음 22 :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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