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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혁신, 카카오뱅크 약탈적 금융 민낯

스카이 VIEW

기사입력 2021-09-14 00:02:50

▲ 임현범 부국장 겸 산업부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금융산업은 어느때보다 큰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핀테크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IT기술과 인재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격랑의 파도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다만 혁신금융을 표방한 주요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의 영업 행태를 살펴보면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인터넷은행이 처음 국내에 도입된 건 2017년이다. ICT와 금융의 융합을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거라는 기대에 힘입어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간 사업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방식으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적극 공급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덕분이다. 그 중심엔 카카오뱅크가 있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시중은행과 달리 점포를 따로 운영하지 않다보니 인건비와 점표임대료 등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예·적금은 물론 대출상품 모두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지다보니 비용 측면에서 시중은행보다 훨씬 유리하다. 포용금융이 금융권 화두로 떠오르면서 중금리대출의 필요성이 높아지던 만큼 카카오뱅크는 출범과 동시에 낮은 금리와 통 큰 한도대출 등 서민금융으로 주목받았다.
 
카카오뱅크는 간편송금 서비스를 비롯해 친근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젊은 소비자를 대거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이용자는 1671만명에 달한다. 계좌 개설 고객은 1671만명, 수신과 여신은 각각 26조6259억원, 23조1265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자산 규모만 놓고보면 국내 주요 지방은행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단기간 급성장한 카카오뱅크지만 최근 경영 행보를 살펴보면 인터넷은행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공급 등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10.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21.4%로 그나마 나은 모습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도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10.6%에 머물렀다. 자산규모를 차치해도 시중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평균 24.2%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친다.
 
그렇다고 카카오뱅크가 중·저신용자에게 훨씬 저렴한 대출금리를 제공해주는 것도 아니다. 지난 7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4.07%다. KB국민은행(3.53%), 신한은행(3.40%), 우리은행(3.19%), 하나은행(3.63%) 등보다 오히려 높다.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리도 4대 시중은행보다 높았다.
 
시중은행과 다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2분기 소비자 민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뱅크는 유독 민원이 급증했다. 신용대출과 관련된 민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2분기 카카오뱅크의 고객 십만명당 민원 증감률은 전분기 대비 2300%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 강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보니 이를 의식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결과로 분석된다.
 
신용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을 조이면서 한도는 줄이고 금리는 높이는 과정에서 민원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출 만기가 도래한 대출자 입장에선 카카오뱅크가 갑작스레 대출을 조이면서 불만어린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갑작스런 대출 조이기로 정작 자금이 필요할 땐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출 만기가 도래한 대출자들 사이에선 카카오뱅크가 “비 올때 쓰고 있던 우산마저 뺏어간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최근 대출 상품 최대 한도를 잇따라 축소하고 있다. 과거 1억5000만원 한도를 제공했던 마이너스 통장 대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한 바 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서라는 게 카카오뱅크 측 입장이지만 기존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던 금융소비자들은 카카오뱅크의 막무가내 대출 거절에 불만을 토로한다.
 
시중은행의 경우 자금난으로 대출 상환이 힘든 소비자들을 위해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도록 한 뒤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분할납부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유예해주는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더욱이 오프라인 대면창구가 없다보니 소비자 민원에 대한 해결책 마련조차 요원하다. ARS상담은 있지만 대부분 각 상품안내에 대한 기본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서만 민원처리가 이뤄지다보니 속도는 물론 만족도면에서도 한참 떨어진다.
 
영업부터 마케팅, 민원처리 등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기 전부터 우려됐던 문제점이 카카오뱅크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애초에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보호장치조차 갖춰지지 않았을뿐더러 시중은행과 비교해 저렴한 대출금리 등 소비자 편익 증대 효과도 기대에 못미친다. 인터넷은행으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은 챙기면서 정작 은행이 가진 공적인 기능은 전혀 수행하지 않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돈 되는 사업만 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으로 포장된 카카오뱅크의 약탈적 금융은 소비자 피해는 물론 금융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를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일이다.

 [임현범 기자 / sky_imhb , hby6609@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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