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전이 내세운 명분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에 대한 부정 여론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원전 발전량을 대체하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렸지만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값비싼 LNG발전을 늘렸다. 지난달 기준 LNG의 1㎾h당 정산 단가는 141.9원에 달했다. 1㎾h당 40원인 원자력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부분은 왜 하필 지금이냐는 점이다. 현 정부 임기가 약 6개월여 남은 상황이라 정부와 한전 입장에선 조금만 버텼다면 탈원전 책임론을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전기료 인상을 단행했다. 앞으로 생겨날 손실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공기업 한전의 부실 수준이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국민 반발을 감수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과거 매 년 수조원의 이익을 기록하던 알짜기업 한전은 현 정부 출범 해인 2017년부터 주춤하기 시작해 지금은 부실기업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6년 12조원대였던 한전의 영업이익(연결)은 2017년 4조대로 급감한 이후 2018년부터는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으로 간신히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올해는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저렴한 에너지원의 이용 비중을 줄이면서 다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는 3조849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누적부채도 지난해 132조원대에서 올해 142조원대로 9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87.5%에서 216.7%로 상승할 전망이다.
현 정부 출범 직전해인 2016년 한전의 부채는 100조원대였으나 불과 5년 만에 무려 4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만약 민간기업이라면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고위 임원 전부가 사퇴, 나아가 법적책임까지 져야 할 만한 수준이다. 한전의 경우 공기업 특성 상 민간기업과 같이 신사업 진출 등 적극적인 수익 창출에 몰두하기 어워려 결국 국민 혈세로 부실을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안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결정을 단지 정책 기조라는 이유만으로 순순히 받아들인 최고경영자에 대한 법적처벌이 필수불가결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법적처벌의 근거는 배임이 지목된다. ‘배임’의 사전적 의미는 공무원 또는 회사원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국가나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주는 행위다.
얼마 전 퇴임한 김종갑 전 사장은 한전의 대규모 부실의 결정적 원인이 된 탈원전 정책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이행하기 바빴다. 바통을 이어 받은 정 사장은 탈원전 실책에 침묵하며 개선 의지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만약 본인들 소유 기업이라면 지금처럼 정부 판단을 고스란히 따랐을 지 의문이다. 공기업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국민 입장에선 피가 끓어오를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국민 피해는 현실이 됐다. 코로나 사태와 장기화 된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경제는 ‘탈원전 고지서’라는 또 하나의 짐을 지게 됐다. 국민을 위해, 또 국민이 주인인 한전을 위해 옳은 소리를 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이들의 ‘자리보전’ 이기심의 결과다. 본분을 저버리고 탈원전 정책을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한 두 사람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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