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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의 스카이코리아]

일산신도시는 1·21사태 직후 군사용으로 설계됐다

예비군 빠른 소집 위해 신혼부부 집단 거주지로 첫 구상

기사입력 2021-11-30 09:50:15

조정진 논설주간
 서울에서 강변북로를 지나 자유로에 들어서면 중간중간 대전차장애물이 있다. 육중한 콘크리트 무더기가 도로 한가운데 육교처럼 떡 버티고 있어 그 밑을 통과할 때마다 늘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서울에서 24km 지근거리에 북한군이 있다는 걸 알기에 기꺼이 감수한다. 6·25 때 탱크를 앞세운 북한군의 기습 남침에 속절없이 당한 국군은 휴전 이후 전방지역 수로(水路)와 논밭엔 용치(龍齒), 도로엔 콘크리트 장벽을 만들어 재남침에 대비하고 있다.
 
전방은 물론 서울과 주요 도시의 고층 건축물은 대부분 전쟁을 대비해서 지었다. 서울대학교를 종로에서 천혜의 요새인 관악산 기슭으로 이전한 것도, 육군·해군·공군 3군 통합기지를 충남 계룡대로 옮긴 것도, 주한미군 기지가 경기 평택에 자리한 것도 다 군사적 이유 때문이다. 9월 개통한 월드컵대교 포함 32개나 되는 한강의 다리들도 전쟁을 대비해 유사시 폭파 해체가 쉽게 설계됐다. 미군 전투기 트라우마가 있는 북한도 1962년 전 국토 요새화전략에 따라 군사시설을 모두 지하화했다.
 
1990년대 초 시작한 1기 신도시들이 군사 목적 활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19947월 임시국회에서 이병태 국방장관은 수도권 외곽 신도시는 유사시 북한의 남침을 막는 장애물로 이용할 것이라고 말해 입주 2년차였던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멘붕을 경험했다. 일산뿐만 아니라 고양 중산, 서울 상계·중계·등촌, 의정부, 부천 소사, 춘천 석사, 서산 석림, 순천 조례, 안동 옥동, 광주 운산지구 등은 모두 군 작전성 검토 작업을 거쳤다. 근래 들어선 김포 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가장 빠른 서울 침략 루트에 위치한 일산은 전형적인 군 작전용 도시다. 1990816일 국방부와 토지개발공사 등 관계 부처는 일산신도시 군사대비계획 합의각서일산신도시 진지화개념 설계지침을 통해 일산을 평화적인 도시로서의 외양을 갖추되 유사시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갖추도록 규정했다. 이 지침에 따라 일산 아파트의 60% 이상이 가로로 배치됐고, 운동장과 공원은 물론 어린이놀이터까지 진지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대규모 전시장인 킨텍스도 물론이다.
 
합의각서엔 신도시 내 서북방 지역에 수로 및 전투진지 구축 공원·공설운동장 등 유사시 부대·장비·물자 등 전개 공간 확보 시가지 내 남북종적도로는 좁게, 동서횡적도로는 넓게 개설 시가전 상황 고려, 주요 지점에 가각(街角·거리 모서리)진지 등 전투시설물과 대공화기진지 구축 주요 건물에 지하대피시설 구비 아파트 배치는 군의 작전성을 감안, 동서횡적방향으로 건립해 건물진지화 개념 적용 등이다.
 
일산신도시 입주 개시 30년 만인 올해 8월 개방한 대화천도 북한군 저지선 용도다. 일산서구 지역을 대각선으로 흐르도록 만든 인공하천인 대화천 주변엔 지붕이 반쯤 덥힌 반유개호(半有蓋壕) 콘크리트 벙커 등 군사용 진지가 다수 구축돼 있다. 옛날 성 주변 물웅덩이 격인 일종의 해자(垓字)인 셈이다. 성저마을·장성마을 아파트 복도의 콘크리트 벽 곳곳이 뜬금없이 끊어져 있는 것은 기관총용 총안구(銃眼口)’. 화재 시 이웃집으로 대피를 위해 만들어진 세대 간 베란다 가벽도 유사시 쉽게 철거해 복도처럼 사용하기 위해 합판 등 임시자재를 사용토록 했다.
 
민간 건물을 군사용 방호기지로 설계하게 된 계기는 1968년 발생한 1·21사태다.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다는 김신조의 말에 충격을 받은 박정희정부는 서울 요새화작전을 구상한다. 청와대 경비를 위해 북악스카이웨이를 건설하고 30~40만명을 수용할 방공호 용도로 남산터널을 팠다. 폭격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면에 가깝게 지은 안보교(安保橋) 잠수교가 탄생한 것도 이즈음이다. 북한군의 남침로인 서대문구 홍은동의 유진맨숀과 의정부 방면인 도봉구 시민아파트가 첫 군사용 민간 주택이다. 특히 유진맨숀은 필로티를 넓고 높게 지어 탱크를 배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압구정한양아파트에도 총안구가 설치됐다.
 
일산이 군사용으로 처음 기획된 것은 1970년대 초이다. 예비군제도가 생긴 후 소집에 시일이 너무 걸리자 상근예비군중대장 제도를 제안한 모씨가 전방에 예비군을 가장 빨리 소집하기 위해 예비군 자원인 20, 30대 젊은 부부에게 분양할 아파트를 대량으로 짓자고 제안한 게 효시다. 제안 20년 만에 좀 다르게 구현되긴 했지만, 일산은 서울과 대한민국을 보위하는 보물도시가 됐다. 2000년대 들어 남북 국력 격차로 전면전 위협이 줄어든 지금, 전쟁 걱정은 덜 해도 된다. ‘천하제일 일산, 천당아래 분당을 만끽하면 된다
 
일산신도시 시가지. 북한군의 남침 루트로 활용될 수 있는 남북으로 뻗은 도로보다 동서로 난 도로가 유난히 많고 넓다. 왼쪽 위 대화천은 전형적인 방어선으로 벙커 등 군사용 진지가 다수 구축돼 있다. [구글지도 캡처]
  

 [조정진 기자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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