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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재계 서열 1위였던 LG그룹
2018년 5월 구본무 당시 LG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뜻밖에도 온라인상에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LG그룹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일반 네티즌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재벌 기업의 총수, 그것도 기업 오너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부자나 양반 출신, 대기업에 대해 일단 반감부터 갖고 보는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특별한 일이었다.
추모와 함께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구본무 전 회장의 크고 작은 선행들, 오너 일가의 검소하고 소탈한 삶, ‘정도(正道) 경영’의 원칙을 지키며 오랜 기간 쌓아 온 소비자 신뢰 또한 다시 한번 조명되었다.
LG는 올해 5월 기준 재계 서열 4위의 그룹이다. 하지만 1970년대엔 브랜드 선호도와 소비자 신뢰도 1위,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 시장에서 1위를 휩쓸며 경쟁사인 삼성을 누르고 재계 1위에 올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집단이었다. 그런 LG가 어쩌다가 4위로 내려앉은 것일까.
‘LG엔 반도체가 없네!’… 뼈아픈 IMF 빅딜
‘LG엔 왜 반도체가 없을까?’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있었다. 1996년 서울대와 손잡고 꿈의 반도체라는 테라비트급 이상의 차세대 반도체 소자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설립했고, 1997년 초고속메모리반도체인 64메가(M)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국내 반도체 산업을 선도한 기업, LG반도체가 LG그룹 산하에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없지?’
이런 의문 또한 당연한 것이다. 그룹 차원에서 LG가 미래를 담보로 전력투구하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된 배경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시대 전반의 상황과 맞물려 ‘재벌 개혁’에 진심이었던 김대중정부의 대기업 통폐합과 구조조정, 이른바 ‘IMF 빅딜’로 불리는 사건이 있었다.
“반도체는 선친이 물려주신 사업입니다. 기술력이 우수하고 재무구조도 건전합니다.”
구본무 당시 LG그룹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읍소했지만 정부의 방침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결국 LG는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에 넘기기로 했고 이후 이 사건은 LG그룹의 미래 설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SK하이닉스 전신 LG반도체
당시 LG반도체를 흡수한 현대전자는 얼마 못 가 부채 등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었고, 반도체 사업은 결국 채권단을 거쳐 SK그룹으로 넘어가 오늘의 ‘SK하이닉스’가 되었다.
재계 일각에선 당시의 사건을 두고 아직도 “사실 LG가 현대전자를 흡수하는 게 정상이었다. 그렇게 됐다면 LG는 오늘날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후 2000년대 초반, 현대전자의 재정난으로 하이닉스가 시장에 나왔을 때 LG그룹도 유력 인수 기업 중 하나로 거론되며 반도체 사업을 되찾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LG는 결국 재무 안정성 등을 이유로 ‘인수 포기’를 선언하고 말았다. 곧이어 메모리반도체 황금기가 도래해 SK하이닉스가 대박을 터뜨리게 될 것을 알았다면 LG도 재무 부담의 위험을 감수했을까. 이것은 보수적 경영 방침을 고수해 온 LG그룹의 특성상 정확히 답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 아까운 TV 시장!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및 국내 가전 시장을 이끄는 주요 기업으로, 시장 점유율과 소비자 선호도 측면에서 제품 카테고리별로 우위를 달리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생활가전에서, 삼성전자는 TV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가전 시장에선 LG전자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왔지만 TV 시장의 글로벌 1위는 삼성전자가 줄곧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TV 시장에서 처음으로 매출 기준 1위를 달성한 시점은 2006년으로 당시 삼성전자는 일본의 소니 등 경쟁사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으며 2024년 기준 19년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LG전자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주도권을 바탕으로 2024년 기준 12년 연속 글로벌 OLED TV 등 프리미업급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는 OLED 패널 생산 능력과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며, 특히 70형 이상의 초대형 OLED TV 시장에서는 5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TV 시장의 승자는 삼성전자이다.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의 평판 TV 시대로의 전환기에 시장 주도권을 성공적으로 확보해 현재까지 1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아, 모바일 사업마저…
한편 LG전자는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세련된 디자인의 히트 상품으로 2000년대 중반 글로벌 피처폰(feature phone·모바일 운영체제가 탑재되지 않은 스마트폰 대중화 이전의 휴대 전화) 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얻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곧이어 2007년 애플에서 아이폰이 출시되며 모바일 시장은 순식간에 스마트폰 시대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LG전자는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 자체 운영체제(OS) 개발이나 안드로이드 플랫폼 도입을 주저하며 초기 시장 선점을 놓친 것이다. 이후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은 2015년 2분기∼2020년 4분기, 무려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적자 규모가 약 5조 원에 달했다. 그 사이 모바일 사업본부(MC사업본부)를 지휘하던 조준호 사장이 물러나고 결국 2021년 지속적인 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생산 및 판매 종료를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거센 공세에 치여 입지를 잃은 결과였다.
‘전략통’ 조주완 북미법인 대표 구원투수로 등판
이런 난국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투입된 것이 당시 LG 북미법인의 대표로 있던 조주완 CEO였다.
조주완 대표는 1962년생으로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경영학 전공(MBA)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1987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당시 동기들에게 “나는 우리 회사 CEO가 될 거다”고 포부를 밝혔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37년이 넘는 오랜 기간 확실한 ‘LG맨’으로 회사를 위해 노력하며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미국·독일·호주 등 재직 기간의 절반 이상을 해외 지사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시장 경험을 축적했고 2017년에는 북미지역대표 겸 미국법인장(부사장)으로 승진해 북미 지역 사업을 총괄하며 고객 인사이트 확보에 주력했다.
그리고 잇따른 전략 실패와 그에 따른 사업 철수 등으로 침체돼 있던 LG전자에 전격 최고전략책임자(CSO)로 부임, 2021년 말에는 LG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이는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자 40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내린 결단이었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말”
조주완 대표 체제의 LG전자는 지난 10여 년간 지지부진했던 주력 사업인 ‘가전·TV’의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전장(VS)·B2B·플랫폼 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한편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을 목표로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연매출 87조7282억 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고, 기존의 B2C(소비자 대상) 가전 중심 사업을 B2B(기업 간 거래)로 무게 중심을 옮겨 B2B 매출 비중이 크게 확대되며 LG전자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전장(VS) 사업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전장사업본부(VS사업본부)가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는 등 2030년까지 매출 100조 원 달성, 신사업 비중 75% 이상이라는 구체적인 중장기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중이다.
이는 조주완 대표가 피로도가 누적돼 있던 LG전자의 선장 겸 조타수 역할을 맡아 움츠러들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인 담대함의 결과일 것이다.
조주완 대표의 보금자리는 한강 조망의 ‘천년 명가’
조주완 대표는 한강변의 이촌동 동부센트레빌 아파트 전용면적 100.92㎡(약 31평)에 거주하다가 지난해 4월 용산구 청암동의 80평대 천년명가 청암자이 아파트를 부인과 공동명의로 매입했다.
최고 12~15층, 170세대 5개 동으로 지어진 청암자이 아파트는 전 세대가 공급면적 기준 179㎡(54평)·229㎡(69평)·250㎡(75평)·273㎡(83평)의 대형 평형으로만 이루어진, 고급스러운 구축 아파트이다.
이 아파트는 굳이 로열층이 아니더라도 5개 동 전 세대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지하 1·2층의 입주민 편의시설에도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창이 설치돼 있다. 도보로 5분이면 한강공원을 이용할 수 있고, 강북 강변을 통해 서울 도심과 외곽으로의 이동이 모두 편리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조 대표는 공급면적 273.42㎡(약 83평), 전용면적 240.39㎡(약 73평)으로 단지 내에서 가장 큰 평형대의 로열층 호실을 소유하고 있는데, 공급면적 83평형의 경우 39억500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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