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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톡톡 클래식

베토벤보다 그의 작품이 위대할 뿐이다

불멸의 연인들이 그의 음악에 영향을 미쳤을까

베토벤 음악은 내적 투쟁에 대한 승리의 기록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3-10 10:13:38

 
▲이지영 피아니스트·음악학박사
 ‘내가 어디에 있든, 당신은 나와 함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신실함을 당신은 알고 있을 테니, 결코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베토벤 사후에 발견된 알 수 없는 여인에게 쓴 편지의 일부다. 베토벤이 작성연도와 받는 사람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학자들 사이에서는 ‘그녀’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견이 여러 갈래다.
 
영화 ‘불멸의 연인’은 베토벤의 편지에 적혀 있는 여인이 누구인가 찾아내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실존했던 베토벤의 첫 번째 전기 작가인 쉰들러의 기록을 바탕으로 베토벤의 삶에 등장했던 여인들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실제로 연구되어 온 불멸의 연인들과는 상관이 없는 동생의 부인이라는 뜻밖의 추측으로 끝을 낸다. 영화는 단지 ‘불멸의 연인’을 소재로 사용했을 뿐 진위 여부와는 무관하게 끝난다.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들이 그의 음악 작곡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배 서양음악사학자는 ‘베토벤의 여성편력은 그의 음악을 이해함에 있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가 사랑을 하고 있었다고 해서 사랑 노래를 작곡하거나, 사랑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음악에 담아내는 작곡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스스로의,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의 음악적, 예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작곡을 했던 음악가였다’고 말한다.
 
영화에서도 등장한 쉰들러는 실존 인물로 1840년 베토벤의 전기를 처음 쓴 작가지만 현재는 그가 쓴 전기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쉰들러는 베토벤과 실제로 대화를 나눈 것처럼 내용을 첨가했고, 그가 원하는 베토벤의 이미지를 만들어서 일치하지 않는 행동과 글은 없애버렸다. 벨기에 음악학자이자 지휘자인 얀 카이에르스는 2009년 출간한 ‘베토벤’에서 쉰들러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베토벤의 이미지는 많은 부분 왜곡되었음을 알려 준다.
 
영화에서 가장 극적이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합창 교향곡을 지휘하는 베토벤을 그린 장면이다. 실제 합창 교향곡이 초연되었던 당시 베토벤은 이미 청력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정식 지휘자를 따로 두었고, 베토벤은 각 악장의 템포를 지시하는 역할로 지휘대에 올랐다. 연주시간이 1시간이 넘고 교향곡 중 최대의 악기편성을 가진 합창 교향곡의 초연 리허설에 전문 연주자보다 아마추어들이 많았던 점, 게다가 단 두 번의 연습으로 끝나면서 베토벤 자신은 초연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베토벤은 박수 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청중의 환호와 갈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연주자 중 한 명이 베토벤의 손을 잡고 청중 쪽으로 돌아보게 되면서 그들의 박수와 환호를 보고 성공한 초연임을 알게 되었다.
 
특히 ‘환희와 송가’는 합창이 나오는 마지막 악장으로 합창 교향곡의 대미를 장식한다. 영화에서 이 곡이 연주될 때 베토벤의 어린 시절이 오버랩된다. 연습에 매진하지 않으면 매를 들었던 아버지를 피해 호수가에 누워서 자유로운 자신을 느끼는 장면은 베토벤의 삶 자체가 고뇌와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투쟁이었고, 그의 ‘음악’이 바로 ‘내적 투쟁에 대한 승리의 기록’이었음을 보여준다.
 
대선이 지났다. 많은 갈등과 여론을 부추기는 말, 그리고 상대 후보를 음해하는 글과 영상들이 난무했다. 국민의 대표이자 한 나라의 수장이 될 사람의 사생활보다 그가 펼치는 정책과 국민을 위한 활동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베토벤이 어떤 누구와 스캔들이 있었던 그의 곡은 영원불멸하다.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이 누구이든간에 그의 위대한 곡은 2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연주되고 있다. 합창 교향곡은 유럽 연합(EU)에서 연합의 통일성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제 결과는 하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결과를 거스르거나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합창은 각자의 다른 목소리가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투쟁과 갈등을 음악으로 승화한 베토벤의 마지막 걸작, 합창 교향곡의 ‘환희와 송가’처럼 한 목소리로 울려 퍼지며 ‘함께’ 나아가는 연합, 단합된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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