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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재출발하는 한국호 지향 목표는 ‘글로벌 一流’

간판 기업 살아나야 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건전한 생태계 구축이 선행돼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5-08 19:00:25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불과 얼마 전인 연말 연초만 하더라도 글로벌 경제의 단기 전망이 잿빛보다 장밋빛에 가까웠다. 
 
당연히 온통 ‘Re(再)’로 시작되는 신(新)조어가 세상 민심을 들뜨게 했다. ‘회복(Recovery)’을 비롯해 ‘재개(Resumption)’ ‘재건(Rebuilding)’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이제 ‘재시작(Restart)’을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기도 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를 극복하고 일상으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다. 물론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의한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회복력(Resilence)’이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의의로 강했다. 
 
실제로 한동안 움츠렸던 소비가 지속해서 상승 곡선을 타면서 세계 무역량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기도 했다. 비록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기 반전의 시나리오가 선진국에서 선행되고 점진적으로 신흥국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이에 따라 국가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이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낙관론은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 후유증에 더해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제의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동안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분열과 대립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질서가 크게 흔들린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간에 종식되지 않고 수년간 끄는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정망까지 나오고 있어 걱정이 더 커진다. 어려워질수록 국가 이기주의는 더 기승을 부리고, 나라도 살아야겠다는 이기심이 극성을 부리는 것은 인류가 이미 익히 경험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런 판에서는 크게 당하는 당사자가 나오기 마련이며 신흥국일수록 이러한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 특히 현재 불 붙고 있는 글로벌 원자재 전쟁은 한국과 같이 부존자원이 없고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음이 실시간으로 입증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만 닥치고 있는 위기가 아니라지만 국가마다 충격파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권 교체가 자칫 대응과 수습에 부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떠나는 정부가 보여준 대응력과 상황 인식이 주어진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고 보면 차제에 완전히 판을 바꾸는 편이 더 낫다. 특히 위기에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는 기업의 애로를 도와주기보다 반(反)기업·시장 노선을 고수하면서 오히려 족쇄를 채우는 데 일관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늘날 이만큼이나 쌓아 올린 한국의 경제력이나 경쟁력을 그나마 지탱해 주고 있는 일등 공신은 정부나 국회 등 공공 부문이 아니고, 기업으로 대표되는 민간 부문이다. 지구촌 대부분 국가는 자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간판 기업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쓴다. 간판 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공헌도가 지대하다는 점에서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보다 앞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해 앞서가는 국가를 보면 대부분 이런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자국민의 사랑을 받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긍심이 되고 있기도 하다.
 
어설픈 아마추어보다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프로페셔널 기용, 위기를 돌파해야
 
대조적으로 우리 내부는 기업에 대한 반감 정서가 의외로 강하다. 간판 기업의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경쟁국보다도 월등하게 큼에도 불구하고 일반의 평가가 매우 인색하다. 시중에 “삼성이 망해야 한국이 산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국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간판 기업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대기업의 부도덕과 횡포에 대해 감시를 하겠다고 나서는 시민단체의 수가 늘어나고, 그들이 입김이 갈수록 거세지는 판이다. 
 
우리 사회가 진영 논리로 나뉘어 스크럼을 짜고 서로에게 적대감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정권 색깔에 따라 갈등 수위가 다르긴 하지만 근본적 인식 변화는 없다. 과연 간판 기업이 사라지면 한국이 살아날까? 진보 진영에 있는 자들은 아직도 이를 철저하게 신봉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졸지에 추락하거나 쇠퇴하는 국가 사례를 보면 간판 기업의 흥망이 직접적인 이유가 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정부는 바뀌어도 되지만 간판 기업이 망하면 국가의 미래가 암울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치와 정부는 삼류 혹은 사류, 기업은 이류라는 평가에 대체로 수긍한다. 냉엄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 환경을 고려하면 이류 기업이 100년 이상의 장수 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우리 간판 기업의 턱밑까지 추격해 오는 외부 기업의 수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현재 해외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대한 현지 평가는 글로벌 경쟁 기업의 수준과 거의 대등할 정도로 일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평가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 보면 이류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구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정확하다. 지배구조를 비롯해 협력 혹은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 등은 고질적이다. 이는 전반적인 정치 혹은 사회 환경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오랜 기간 관(官) 주도로 생겨난 만연한 퇴행적 시스템이 시장을 주도하고 편법과 탈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렵다. 일류가 될수록 적응하기 어려운 역설적인 모순이 상존한다.
 
중국의 부상, 코로나19 대유행, 지정학적 리스크로 생겨나고 있는 자원 무기화 등 세상이 요동을 친다. 안에서는 후진 정치로 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간판 대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자동차·조선·철강·화학 등 주력 산업에 이어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나 배터리 부문에서도 위상이 크게 흔들린다. 정권이 교체되는 시점에는 관행처럼 변화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변화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문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는 목표가 불분명하고 행동 규범에 대한 방향성이 모호해 결국 용두사미로 끝난다는 것이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필요한 시대지만 눈에 띄는 인사를 보면 이와는 거리가 먼 아마추어 일색이다. 
 
글로벌 기업이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을 선발할 때 글로벌 경험이 없는 인사는 아예 배제한다. 정점(頂點)에서 내려올지, 아니면 더 높은 정점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를 가름하는 새로운 5년이 이제 시작된다. ‘글로벌 일류’가 되기 위한 변화의 시동을 걸어야 하며, 이를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해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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