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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어느 러시아 장교의 고백… 전쟁 부끄러웠다”
우크라 침공 이틀 전 영문 모른 채 국경지대에 배치
울면서 달려드는 우크라 주민을 보고 부끄러움 느껴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24 00:03:15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공동묘지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전우의 묘소를 찾아 참배한 후 술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했던 한 러시아 장교의 증언에서 러시아가 자국 장교들에게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숨긴 채 군대를 전선에 투입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CNN은 러시아 장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 중 일부는 전쟁에 회의를 느껴 사직서를 내고 군대를 이탈했다고 보도했다.
 
23일(현지시간) CNN은 단독 보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던 젊은 러시아 장교와 인터뷰에서 ‘왜 그가 이 전쟁에서 물러나야 했는지’를 들어서 전했다. 그가 CNN에 밝힌 이야기를 정리해서 소개한다.
 
안전상의 이유로 익명으로 처리된 이 장교는 전쟁터에서 수류탄 상자들을 침대 삼아 수 주일을 지낸 후 점차 죄책감이 커지는 걸 느꼈고 결국 전투 임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두들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죽어갔다.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으나, 나 역시 그들의 일부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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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상관을 찾아가서 그 자리에서 당장 임무를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많은 러시아 군인이 사망했고 군대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졌듯이 전투를 거부한 군인은 이 장교뿐이 아니다. 직업군인이든 징집병이든 전쟁에 회의를 느껴 그와 같은 결단을 내린 군인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정보기관 사이버안보에이전시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 일부는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다.
 
CNN은 러시아 국방부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CNN과 인터뷰에 응한 장교는 전쟁발발 전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대규모 증강된 군사력의 일부로 배치됐다고 한다. 이 군사력 배치로 전 세계가 전쟁 가능성을 우려했던 바 있다.
 
이 장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 전인 2월22일 전 부대원들의 휴대전화를 상부에서 수거할 때만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그날 밤 러시아 병사들은 모든 탱크 등 군용차량에 흰색 페인트로 줄을 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는 곧 흰 줄을 지우고 대신 ‘Z’자 모양으로 다시 흰색 페인트를 칠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다음 날 우리는 크름 반도로 이동했다. 솔직히 나는 우리가 우크라이나로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2월24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 장교는 자신과 동료 모두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휴대폰도 빼앗긴 상황에서 뉴스를 전해 들을 방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틀 후 우크라이나로 침공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으나 장교의 동료는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들은 보고서를 써놓고 부대를 떠났다. 그들이 후에 어찌됐는지는 모른다. 나는 남아 있었다.”
 
장교는 작전 수행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푸틴이 줄기차게 외쳤던 것, 즉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일부이며 ‘탈나치화’가 필요하다는 것, 그 주장은 전선의 병사와 장교에게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CNN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외교적 해결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면서 눈에 들어온 첫 광경은 러시아 전투 식량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고 파손된 장비들이 쌓여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마을을 지나는 러시아 군용트럭 위로 한 주민이 회초리를 휘두르며 트럭으로 달려와 “이 망할 것들”이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고 했다. 이 모습은 장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우크라이나 주민을 보면 얼굴을 감췄는데 이는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들을 보기가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장교는 자신들이 우크라이나를 왜 공격해야 하는지 회의를 품은 건 자신뿐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전투에 투입된 대가로 나오는 보너스를 기다리는 군인도 있었다고 했다. 어떤 이는 “15일만 더 있으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장교는 나중에 후방에 배치된 이후에야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고 그제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러시아에서 상점들은 문을 닫고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이에 죄책감을 느꼈다”고 그는 말했다. 그후 그는 용기를 내서 상관을 찾아가 사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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