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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스토리]-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모두 위한 하나 아닌 ‘하나 위한 모두’의 사회 돼야죠”

열정적인 해설·논평으로 이름난 자유주의 경제학자

자유에 대한 이해 부족, 한국 사회 가장 심각한 문제

내 삶 책임지는 국가는 없어… 복지중독 벗어나야

기사입력 2022-06-25 00:05:00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가 ‘합리의 원칙’이 통하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자유의 의미가 제대로 해석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장점만 취하는 제3의 길은 없어요. 독수리의 날개·치타의 허리·코끼리의 다리를 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세상에 둥근 네모가 있나요? 만약 있다면 형용 모순인 거죠. 국민의 의식 개혁이 필요해요. 내 삶은 내가 책임진다. 그런 다음 국가에게 요구할 건 요구해야겠지요. 국가가 모든 것을 다 나한테 해 주길 바라는 건 잘못된 거죠.”
 
최근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고 물가와 환율은 치솟고 있다. 사람들은 국가의 경제 정책을 일거수일투족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막상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한다.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진단을 내린다. 경제 위기가 일상화되고 있는 요즘, 명쾌한 해법을 듣기 위해 스카이데일리 회의실에서 조동근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자유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았다. 그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타성처럼 굳어버린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 중독’ 슬로건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가 내 삶을 책임져 주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에요. 국가가 내 삶을 책임져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삶을 책임질 수 있도록 울타리를 쳐주는 일을 하는 게 바로 국가죠. 개인의 자유·생명·재산을 지켜 주는 게 국가의 역할이에요. 국가가 어떻게 개인 삶의 내용을 책임져 준다는 건가요?”
 
조 교수는 1953년 생으로 경기도 광주 퇴촌이 고향이다. 그는 1971년 청량리에 있던 서울사대부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공과대학 건축학과에 입학한다. 대학시절 건축학도로 꿈과 야망을 키웠던 그는 대학원에선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1977년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 진학해 경제학도로 180도 변신한 후 한국개발연구원에 들어가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1979년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고 한남대 경제학과 전임강사를 거쳐 1981년 미국 유학을 떠난다.
 
1985년 미국 신시내티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잠시 강사 생활을 했다. 그 후 명지대 경제학과에 교수로 임용돼 정년을 채웠다. 현재 그의 명함엔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라고 적혀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002년도에 만들어진 최초 우파 시민단체에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바른사회 재무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대장동 사건 진상규명 △최선의 검찰개혁 방안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 △4차 산업혁명과 교육개혁 방안 제시 등 우파에 기초한 정책 사업을 중점으로 시민사회가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건축학도에서 경제학도로 인생의 진로를 바꾼 계기가 무엇인지 묻자 조 교수는 경제학이 자신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전공을 바꾼 결심이 자신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세상은 변하게 돼 있다며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은 냉철한 이성을 기반으로 따뜻한 가슴을 품고 있는 학문이에요. 그러다 보니깐 감상에 치우치고 낭만에 빠지고 때에 따라선 선동도 하게 되는데요. 그런 면에서 절묘한 사회과학이라고 볼 수 있어요. 철학은 아마 따뜻한 가슴은 아닐 거예요. 냉철한 이성이죠.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새뮤얼슨은 경제학을 우리 사회의 기본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사회과학의 여왕’이라고 했어요. 또한 경제학의 매력은 사상적으로 발원지가 분명한 학문이라는 점이에요. 국부의 원천과 성질에 관한 연구에서 출발했거든요. 경제학은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지침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등학생 때 열심히 공부했죠. 공과대학에 간 이유는 산업화에 대한 열망 때문이에요. 당시 이것저것 보지 않고 그냥 공대로 많이 갔는데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막상 가보니까 나하고 좀 안 맞더라고요. 건축을 ‘얼어붙은 음악’이라고 표현하는데, 공간 구성에 대한 영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1978년도는 대한민국 최고의 호황이었죠. 중동 붐이 일어나서 대한민국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했어요. 민간 기업이 건설 수주를 받아 중동에 가 오일달러를 벌어 온 거에요. 그 돈으로 우리 사회가 경제재건에 투자를 할 때죠. 당시 사람들이 경제가 중요하다는 걸 공감했어요. 1977년도에 제가 전공을 바꿨는데 어떻게 하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까 그런 고민을 하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경제학을 선택해 공부하게 됐죠.”
 
▲ 조동근 명예교수는 경제정책에 있어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좋은 건 아니라고 말했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화려한 약속, 우울한 성과’를 언급하며 정부의 화려한 약속이라는 건 과장될 수밖에 없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카이데일리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조 교수는 유학 생활에 대해 미지의 익숙하지 않은 세계에 나 자신을 완전히 노출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5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에서 그는 삶의 원동력이 되는 진지한 태도를 배웠다고 했다. 성과는 능력과 태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는 능력보다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학생이 참 행복하게 뭐냐면 자신을 한 번도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거예요. 용감한 행동인 거죠. 유학 가서 무슨 학위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낯선 데 가서 나를 노출시키고 변명하지 않고 내 스스로 살아남은 그런 유학 생활이 바로 내 삶의 정신·자산이 됐어요. 요새는 뭐 너무 호화스럽게 유학을 하는데 제가 유학했던 시절엔 다들 알바도 좀 하고 그랬어요.”
 
조 교수는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갖고 자기 안에서 잠자는 거인을 깨우는 것, 그것이 삶의 모토라면서 특히 성과를 만들어 내는 능력과 태도 중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돈을 버는 일이나 공부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등의 성과를 이룩하는 데 있어서 선천적인 DNA에서 발휘되는 능력보다는 사물을 대하고 해석하는 태도가 더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유학 시절 에피소드랄까. 1982년도에 소련에서 미국으로 망명 온 사람을 봤는데 3일 만에 그 사람이 다시 소련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여기는 자기한테 너무 관심이 없다는 거였죠. 에리히 프롬의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생각나더군요. 자유라 하면 참 너무 막연해요. 
 
나한테 좀 구체적으로 뭘 하라고 지시하면 좋겠고 절대 권위에 의존하고 싶기도 한 그런 심리가 있지요. 그분도 그랬어요. 사회구성원인데 아빠나 엄마처럼 국가가 나를 신경 써야 될 거 아니냐는 거죠. 그거 없이 어떻게 알아서 하란 말인가. 모든 걸 내가 다 선택하라는 건가. 그런 선택의 압박이 너무 힘들어서 자기는 시키는 일을 그냥 하는 게 더 편하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그건 아니죠.”
 
▲ 조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젊음은 패기이지만 미숙이기도 하다며 ‘젊으니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결심과 실행을 미루게 하는 역기능’이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모든 일에서 ‘지금이 시작하기 제일 좋은 시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카이데일리
 
물결과 바람은 유능한 항해사의 편
 
조 교수는 열정적인 해설과 논평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언론 종사자들 사이에서 친절하고 매너 있는 경제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도 활발하게 언론 매체에 경제학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에게 비법이 무엇인지 물었다.
 
“비법은 없지만 평균적인 생각을 벗는 게 중요해요. 문제의식을 가져야 되잖아요. 뒤집어 보는 거죠. 인플레이션에 대해 말하자면 아마 모두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야기할 거예요. 곡물이 비싸지고, 석유가 어떻고, 에너지 가격이 올라서 그렇다는 거죠. 저라면 최근 화물연대가 파업을 했는데 여기에 착안해 운송서비스 가격이 올라 우리 경제 인플레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할 거예요. 사람들이 이런 걸 보질 않아요.”
 
국가 비전이 보이지 않는 요즘, 경제학자로서 이 경제난국에 우리 사회가 어떤 비전을 공유해야 하고 윤 정부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영국의 대처 수상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제가 공감하는 이야기인데, 사회에는 나와 가족만 존재한다는 말이에요. ‘우리가 남인가라는 물음에 우리는 남이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해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제일 중요하죠
 
우리 사회가 모두를 위한 하나(One For All)가 아닌 하나를 위한 모두(All For One)가 돼야 합니다. 그런 개인이 사회를 구성하면 그 사회는 발전해요. 사회주의 국가에는 구세군 냄비가 등장하지 않아요. ‘사람 중심의 체제라고 선전하지만 말이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거시정책보다는 산업의 구조를 튼튼히 하는 미시정책이 더 중요한 시점이에요. 낭비 요소를 줄이는 구조개혁이 필요한 거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거북한 것들을 이제는 정리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물결을 일게 하는 바람을 보려고 노력해야 해요. 바람은 누구에게는 순풍이고 누구에게는 역풍이겠죠. 물결과 바람은 유능한 항해사의 편이라고 믿어요. 우리 안에서 잠자는 거인을 깨우고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야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임한상 기자 / hsr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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