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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정부, 금융·비금융 업무장벽 완화 추진

‘금산분리 완화’ 예고에 금융권 ‘들썩’… 은행, 新산업 진출하나

빅테크·인터넷은행, 은행업 수행에도 은행 규제 미적용

업권 구분 희미해지는 ‘빅블러’ 속 전업주의 원칙 퇴색

부실 발생 우려도… “완화해도 소비자보호 본질 지켜야”

기사입력 2022-06-25 00:07:01

▲ 기획재정부가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춰 금융과 비금융 간 융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금융산업 규제 전반을 개선하기로 했다. ⓒ스카이데일리
 
정부가 ‘규제 개혁’을 금융정책의 주요 과제로 꼽으면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규제완화는 금융사의 비(非)금융업 진출 및 비금융사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장벽을 낮춰 금융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구상과 맥이 닿아 있다. 
 
은행 등 전통적인 금융사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등과 경쟁하고,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비하려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금산분리를 완화해 은행이 다른 산업으로 자유롭게 진출할 경우 ‘부실 위험’ 등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핀테크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은행과 빅테크·인터넷은행, 기능 유사하나 규제 수준 달라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현재 산업자본이 은행을 제외한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등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산분리’라 불리기도 한다. 금산분리를 시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특정 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예금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등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고 불투명한 대출심사에 따른 ‘부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후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기획재정부가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춰 금융과 비금융 간 융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금융산업 규제 전반을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사와 정보기술(IT) 등 비금융사 간 협업 및 경쟁이 가능하도록 업무장벽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금융감독유관기관, 금융업권, 학계·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금융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디지털 전환, 빅테크 성장, 기후변화 등에 대응한 금융안정·혁신 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키로 했다. 금융규제 개혁에 시동을 건 만큼 금산분리를 시행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금산분리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외국 금융사들은 할 수 있는데 우리 금융사들은 못하는 것, 빅테크는 하는데 기존 금융사는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따져 타당하지 않은 규제는 다 풀겠다”며 “필요하다면 금산분리 등 기본적인 원칙까지 보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금산분리 논쟁’은 대기업 등 산업자본의 요구로 불거졌지만 최근에는 은행이 금산분리 완화를 외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등 새로운 업종이 등장해 은행업 영역을 조금씩 뺏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IT를 기반으로 금융업에 진출한 빅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함에도 그에 준하는 규제를 받지 않는 반면, 은행의 경우 규제산업으로 묶여 산업자본이 운영하는 영역으로 쉽게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은행이 비금융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은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유일하다. 이를 통해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M)’을, 신한은행은 배달 서비스 ‘땡겨요’를 시작했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은행의 업무 범위는 △예·적금, 유가증권, 채무증서 발행 △자금 대출, 어음 할인 △내·외국환 등이다. 부수업무를 운영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그조차 금융 관련 분야로 제한된다. 자회사를 설립·투자하는 것도 현행법상 쉽지 않다. 일반기업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 이상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 조정을 위해 금융위 승인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15% 이상 지배할 수 있는 자회사 업종은 은행업 감독 규정에 열거된 15개(은행, 증권사, 보험사, 상호저축은행 등)로 한정된다.
 
은행이 비금융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은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유일하다. 이를 통해 KB국민은행은 2019년 10월 ‘리브엠’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알뜰폰 사업에 진출했고 신한은행은 작년 12월 배달서비스 ‘땡겨요’를 출시하며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혁신금융서비스의 기간은 최대 5년 6개월로 짧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는 비교적 느슨하다. 산업자본은 은행에 대한 지분을 최대 4%(의결권 없는 시 10%)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최대 34%까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업(ICT) 그룹 카카오와 비씨카드, 비바리퍼블리카는 각각 카카오뱅크(지분 27.2%), 케이뱅크(지분 34%), 토스뱅크(지분 34%)를 소유·지배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최저자본금(250억원)’ 특례를 적용받고 있어서 시중은행(1000억원)보다 적은 자본으로 은행을 세우고 여신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 설립 후 3년간은 바젤Ⅲ(자본규제·유동성커버리지비율·순안정자금조달비율·레버리지비율 관리)이 아닌 총자본비율만을 관리하는 바젤Ⅰ을 적용받아 건전성 관리로부터 은행보다 자유롭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연초 은행법 감독규정 개정안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규제를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바꾸면서 기업대출을 늘릴 때 확보해야 할 자금 비중은 소폭 줄어들었다. ‘중·저신용자에게 중금리대출 공급’이라는 목표로 출발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처럼 기업대출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힌 셈이다.
 
▲ 정보통신업(ICT) 그룹 카카오와 비씨카드, 비바리퍼블리카는 각각 카카오뱅크(지분 27.2%), 케이뱅크(지분 34%), 토스뱅크(지분 34%)를 소유·지배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도 자체 보유한 다수의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금융 분야로 범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계열사 등을 통해 지급결제, 송금, 예·적금수신, 대출, 자산관리 등의 업무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신용정보법, 전자금융거래법 규율 대상이라 진입, 건전성, 영업행위 등 주요 규제 측면에서 금융사보다 낮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금융권 비금융 서비스 허용해야… 핀테크 경쟁력 악화 우려도”
 
전문가들은 금융과 비금융의 업무 영역이 없어지는 ‘빅블러’ 시대를 맞이한 만큼 빅테크·핀테크와 같이 은행 등 금융사에게도 다른 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업주의 규제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빅테크 금융업자의 등장으로 플랫폼을 통한 사실상의 ‘유니버설 뱅킹’ 구현에 따라 전업주의 원칙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빅테크 행위도 동일 규제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접근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도 “소비자들의 디지털 경험이 일반화됨에 따라 금융 및 비금융상품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금융과 비금융의 융복합·플랫폼화가 주요 경쟁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비금융 융복합 서비스 제공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조영서 KB경영연구소 소장 역시 “은행이 디지털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해 고객의 생애주기 자산관리와 금융·비금융 데이터 결합을 통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투자일임업 및 부동산 이외의 투자자문업을 은행 겸영업무에 포함하고 은행이 부동산·헬스·자동차·통신·유통관련 기업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일본도 2016년 이후 은행법을 지속 개정해 은행 업무범위를 디지털·물류·유통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은행이 금융업 이외에 다른 산업으로 진출할 경우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또한 핀테크 업무까지 소화하면 스타트업이 많은 핀테크가 경쟁력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소비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이익을 준다면 검토를 해볼 수는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 피해가 발행하지 않도록 안전성을 면밀히 확보해야 한다”면서 “은행이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부실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소비자들이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 여러 기업에게 자금을 대출해줘야 하는 은행이 산업 자회사에 자금 공급을 집중하면 (그룹 내 은행이 없는) 업체에 미치는 파장도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사의 기회보다는 핀테크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의 주가는 주요 금융지주보다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는데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불거진 이유도 있지만 핀테크 기업과 기존 금융사의 규제가 점차 동일한 수준으로 올라오는 것에 대한 경쟁력 약화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 sjyoo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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