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
코로나19 여파로 {국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질병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 키트로 암이나 유전적 질환에 대한 진단을 예측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른바 ‘DTC(Direct-to-Consumer·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검사’는 소비자가 직접 유전자검사기관에 의뢰해 질병에 대한 진단을 받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진단키트로 DTC 유전자검사를 실행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DTC유전자검사를 통해 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진단을 받아 암이 발병하기 전에 수술을 한 일화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검사는 전문의료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규제완화 움직임 속에서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DTC 유전자검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찬반이 갈리고 있다.
DTC는 소비자를 위한 것...규제완화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서 2020년 2월 고시한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이 직접 실시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 항목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DTC 유전자검사란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이 검체 수집·검사·검사 결과 분석 및 검사 결과 전달 등을 소비자 대상으로 직접 수행해 실시할 수 있는 검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 등 의료적 목적을 위한 검사는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검사가 가능하다. 주로 개인의 특성이나 건강과 관련된 웰니스(wellness·건강관리) 항목에 대해서 DTC유전자검사를 허용하고 있다. 2020년 영양소·운동·식습관 등 56개 항목이 가능했으나 지난해 70개 항목으로 확대됐다. 올해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암이나 만성질환의 진단은 4개 기관에서 규제샌드박스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기관으로 신고된 곳은 의료기관을 포함해 240여곳에 달한다. 암이나 희귀질환과 관련한 DTC유전자검사를 연구·개발하고 있는 국내 유전자검사기관들은 규제 완화에 대해 한껏 기대를 나타냈다.
클리노믹스의 한 관계자는 “의료법과 생명윤리법의 제한으로 (유전자정보 회사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인증제도가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항목 수가 늘어난다고 하면 관련된 유전자 상품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정확성’ 문제에 대해 “혈액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 안에 유전자 바이오 특정 암이든 관련된 질환이든 발굴을 해 놓은 뒤 그것을 토대로 진단의 정확도와 예측성을 높이려고 접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병원 방문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는데 규제가 완화되면 접근 장벽이 낮아지게 되면서 개인들이 보다 쉽게 유전자 기반 건강관리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며 “실제 해외 사례와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 기반 건강관리가 개인의 의료지출비용을 감소시켜 개인·기업 및 국가의 부담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개인 유전정보 보호 및 보안을 위해 △국제표준 정보보호 인증(ISO27001) △ 국제표준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O27701)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통합인증(ISMS-P)의 국내·국제 최고 수준의 정보보호 인증 3종을 모두 취득했으며 이 기준에 맞게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DTC유전자검사 규제완화에 대해 일부 전문 의료진은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전자검사기관에서 나오는 정보가 일부분은 정확하다고 봤으며 소비자가 누려야 할 혜택으로 간주했다.
서을주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유전자검사하는 쪽에서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의 정확도라든가 좀 더 큰 측면에서 볼 때 어떤 법이나 규제가 너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면서 “규제완화 완화냐 강화냐에 대해 인증제가 도입돼 시행되니까 충분히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돈에 맞춰서 검진하는 게 아닌 리스크 맞춤으로 가면 정말 위험한 사람이 자기 리스크에 맞는 제대로 된 검사만 해 그만큼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면서 “그러면 소비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잘못된 정보는 계속 교정을 해주고 잘 된 정보는 오히려 더 활용할 수 있게 해줘야 되는데 지금은 DTC 사용 자체를 아예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적 타당성 없는 얘기...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자
하지만 일부 전문 의료진과 의료법 관련 전문가는 DTC유전자검사에 대해 과학적 타당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고, 소비자 입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받아야 하는 점을 언급하며 DTC유전자검사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첨단 의학이라고 표방을 하고 있으나 실제로 과학적으로 학문적으로 증명한 연구 결과는 하나도 없다”면서 “미국의 예를 굉장히 많이 얘기하는데 실제로 미국에서 의료기관의 검사실이나 DTC를 하는 업체나 똑같은 기준으로 규제를 받는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하자고 하면 다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선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암 같은 질환은 특별하게 관리돼야 할 질병 중 하나인데 이것을 유전검사를 통해 암 발생 가능성이 100%라고 생각하면 낙인효과가 있다”며 “만약 본인이 DTC검사를 했는데 취업이나 보험 이런 부분에서 거절될 수 있는데 이것은 헌법상 차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는 유전정보를 통한 차별”이라며 “이처럼 남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하며, 당연히 이를 다 풀어줄 수는 없어서 항목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교수는 이어 “환자 입장에서 얼마나 더 안전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지 내 건강에 대해 과도하게 정보를 받았을 때 오히려 더 혼란이 발생할 수 있지는 않은지 등등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의료기관을 통해 받는 정보와 DTC유전자검사를 통해서 받는 정보의 질은 분명히 차이가 나므로 그것을 제도적으로 완화해 DTC를 통해 암 검사를 받도록 하는 점은 조금 신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한 “예를 들면 유명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암을 막기 위해 병이 생기기 전에 선제적으로 유방절제 수술을 했는데 전문가들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다”면서 “이게 환자의 의사결정이 굉장히 영향이 미치는 정보인데 그러한 부분에 대한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이 정보를 제공했을 때 그게 더 환자에게 이로운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교수는 “저는 당연히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환자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관점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3
감동이에요0
화나요2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