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문가칼럼
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중국의 박세리’ 펑산산, 선수 말고도 할 일 많아 떠나련다
LPGA투어 10승… 한때 세계 랭킹 1위
좋은 매너와 여유로 친구 유독 많아
대륙의 거센 골프 바람은 그의 유산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1 09:06:18
▲박병헌 언론인·칼럼니스트
14억명의 거대 인구를 거느린 중국은 세계 스포츠에서 미국과 G2를 형성한지 오래다. 수영과 다이빙, 탁구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은 축구에서만 맥을 못 출 뿐이다. 선진국 스포츠라는 골프에서도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그 주인공은 ‘중국의 박세리’라고 불리는 펑산산이다. 중국인들이 아직 골프에 눈을 뜨기도 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해 우승컵을 수없이 들어 올렸기 때문에 그와 같은 별명이 붙었을 게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오른 스타
 
33번째 생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은퇴를 공식 선언한 펑산산은 13년 동안 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1승을 포함해 10승을 거뒀다. 유럽 여자 골프투어 등 전 세계적으로는 무려 25승을 기록했으니 중국의 간판스타 아니 중국 골프의 영웅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중국 남자 골프도 아직까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펑산산은 201711월에는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자신의 두번째 올림픽인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뒤 LPGA투어에서는 사실상 개점 휴업한 상태였다. 두 번의 올림픽 출전이 골프선수로서 모든 걸 이뤘다고 판단한 셈이다. 올시즌에도 LPGA 투어에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아 은퇴가 기정사실화 됐다. 공식적인 발표만 없을 뿐이었다. 상금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투어 카드를 갖고 있음에도 스스로 떠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데뷔 때부터 선수생활 10년만 다짐
 
2008LPGA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했을 당시 펑산산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0년 동안만 선수로서 활약하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2016년 리우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중국 국민에게 더 큰 용기를 심어줄 수 있는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에 도전하기 위해 선수생활을 연장했고 도쿄올림픽에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8위로 마칠 수 있었다.
 
조국 팬들 앞에서 고별 무대를 마련하고 싶었던 그가 은퇴를 공식화한 것은 중국을 강타한 코로나19 때문에 LPGA 투어가 올해에는 중국에서 더 이상 열릴 가능성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팬들 앞에서 은퇴무대를 갖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평생 선수로만 살 수는 없고 내 인생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은퇴의 변이었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골프채 잡아
 
중국 광저우 출신의 펑산산이 골프에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덕분이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광둥성은 중국 최대의 공업 지역으로 외국 자본이 유입돼 인근에 골프장이 많았고 아버지는 광둥성 골프협회 간부로 일하고 있었기에 골프를 배우는 조건이 남들보다 좋았다
 
아버지는 10살이던 딸 펑산산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인근 골프 연습장으로 데리고 갔고 얄팍한 지식으로 가르쳤다. 그럼에도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중국 여자 아마추어 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한 것은 중국의 골프 저변이 그 만큼 엷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세계 최고 시장인 LPGA투어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물 안의 개구리 신세에서 벗어나야 했다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가려면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지만 우연치 않게 유명 골프 교습가인 개리 길크리스트(미국)의 눈에 띄어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있는 아카데미에 들어가 1년간 무료로 교습을 받으며 일취월장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이곳에서 경기력 만큼이나 영어 실력도 빠르게 향상되었다. 펑산산 부모는 딸이 LPGA에 데뷔하기 전 뒷바라지하느라 가진 돈을 다 써버려 은행 빚을 낼 지경이었다.
 
은혜 보답 위해 유소년 지도에 전념
 
펑산산은 LPGA투어에서 인기가 꽤나 높았다. 세계 1위를 지냈던 대만의 청야니를 비롯해 박인비, 미셸 위, 크리스티 커, 제시카 코르다(이상 미국)등과 친하게 지냈다. 몸집이 거구였던 탓에 강도높은 운동을 싫어하고 훈련을 짧게 끝내 ‘게으른 천재’로 통한 펑산산은 우승을 다투는 긴장된 순간에도 상대의 뛰어난 플레이에는 어김없이 엄지를 치켜드는 대인배같은 여유와 매너를 보여 주변에는 친구들이 유독 많았다
 
투어 선수로서 쌓은 업적 못지 않게 언제나 여유와 예의를 잃지 않고 동료, 팬들과 호흡하며 남긴 향기가 그만큼 진했기 때문이다. 은퇴를 발표했을 때에도 그의 인스타그램에 수많은 전현직 LPGA투어 선수들이 축하와 아쉬움의 글을 보내고 앞날을 격려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가 않다.
 
현재 LPGA 투어에는 린시위 등 중국 선수들이 6명이나 된다. 이 모두 펑산산 키즈들이다. 그렇지만 펑산산은 자신이 받은 은혜와 행운을 되돌려 주기 위해 정들었던 필드를 떠나 지난해부터 해왔던 유소년 골프 지도에 집중할 작정이다
 
펑산산이 리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기 전인 20153000명이던 중국 여자 주니어 골프 선수가 지난해 1만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지금 대륙에 골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것은 펑산산이 낳은 유산이다. 그가 골프 인생 2막을 어떻게 장식할지가 궁금하다. 필드에서 미소를 늘 잃지 않았던 만큼 그의 앞날에도 미소가 계속되기를 기원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41(청담동) 세신빌딩 9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5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