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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이 10여년 전부터 ‘3조 1교대’(당번-비번-휴무·이하 당비휴)로의 근무체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이슈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소방당국도 전국소방본부를 대상으로 당비휴 근무체계를 시범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범 시행지역에서 제외된 일부 센터와 소방노조 등에서는 피로와 근무체계의 비통일 등을 지적하며 전면 시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마다 출동 거리, 출동 빈도 등이 다르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해결방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각 지역 소방당국, ‘당비휴’ 시범 시행 확대 추세… 서울은 늦어져
현재 전국 각 지역에서 시범 시행 중인 소방관의 ‘당비휴’ 근무체계는 3일 중 하루는 24시간 내내 당직 근무한 이후 하루는 비상대기를 유지한 채 비번을 서고, 나머지 하루는 완전히 휴무하는 3일 단위의 근무체계다. 기존에 시행되던 ‘21주기’(3조 2교대) 근무체계는 3주(21일)를 기준으로 운영되며 1주일은 주간 근무를 하고, 다음 2주 동안은 격일로 야간근무와 비번 대기를 진행하는 체제다.
소방노조는 21주기 근무체계가 불규칙한 근무 패턴으로 생체리듬을 깨면서까지 근무에 임하기에 소방관들이 화재 등 사고 현장에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려 사고 발생 확률을 높이고, 피로가 가중돼 면역력이 저하되는 등 질병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당비휴’가 제기되는 모양새다. 소방노조가 올해 1월25일부터 2월4일까지 열흘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소방공무원(진압·구조·지휘) 3356명 중 69.1%가 당비휴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소방노조 서울소방본부에 따르면 3조 2교대 근무체계를 시행 중인 국내 소방기관의 안전사고는 132건으로 3조 1교대 시행 중인 기관(56건)의 약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소방노조는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소방재난본부 정문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불규칙한 3조 2교대 근무는 피로 누적으로 인한 사고 발생 확률을 높인다”며 당비휴 시범운행을 확대 등 근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나선 바 있다. 백호상 소방노조 본부장도 “현장의 두려움과 불규칙한 신체리듬으로 현장대원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며 “대원들 의견을 반영해 근무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방노조 등을 중심으로 당비휴 시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올해 1월 이흥교 소방청장은 공노총 소방노조 서울본부와의 간담회에서 “일선 소방서가 실정에 맞는 교대방식 채택 및 A등급 소방서도 당비휴가 가능하도록 교대근무방식 결정 권한을 시·도본부장에게 위임할 것”이라며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로 소방직원들이 원하는 근무형태를 실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각 지자체 소방재난본부는 일부 지역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당비휴를 시행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에 따르면 5월부터 울산, 전남, 전북 등 지역은 전면 시범 시행에 들어갔으며, 이후 대구와 대전지역 역시 대부분 시범시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소방본부는 6월부터 당비휴 시험 시행 출동대를 416곳으로 확대했다. 전체 출동대가 555곳인 것과 비교하면 75%까지 늘어난 것이다.
다만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서울시 내 3조 1교대를 시범 시행 중인 곳은 △진압대 119개대 중 31개대 △구급대 161개대 중 6개대 △구조대 25개대 중 4개대 △특수구조단 9개대 중 1개대 등으로 전체의 13.4% 수준에 불과했다. 인력으로 계산해도 5864명 중 831명으로 14.2%로 나타났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서울 같은 경우 타 시·도와 달리 출퇴근 거리가 짧고, 출동횟수가 비교적 잦다는 특성이 있다”며 “출동이 잦아 업무 강도가 높은 격무부서 등에서 당비휴를 시행했을 경우 24시간 당직을 서는 시간에 출동 등 업무가 몰려 오히려 피로가 더 가중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직원들의 피로를 위한 당비휴의 본래 목적과는 어긋나기 때문에 그동안 시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지난해부터 격무부서에서도 당비휴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4월부터 소방 근무체계를 3조 2교대로 한다는 원칙을 없애 격무부서도 이때부터 당비휴 시범시행이 가능해졌다”며 “이러한 이유로 격무부서가 대부분인 서울지역에서 시행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비휴’ 미시행 지역서 불만 ‘봇물’… “현장 지휘 통일성↓·피로↑”
일각에서는 전면적으로 당비휴가 시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무체계가 통일되지 않은 데서 오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당비휴가 시범 시행되고 있지 않은 지역에서 적잖은 부작용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피로가 가중되기 때문에 당비휴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내 당비휴가 시범 시행되지 않는 지역에 근무하고 있는 한 소방대원은 상이한 근무체계 탓에 지휘체계 역시 달라지면서 현장 대응에 있어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팀장 등 현장을 지휘하는 사람들이 현장 대응에 (본인만의) 틀을 잡아 놓으면 대원들 역시 예상하고 따르는 부분이 있는데, 근무체계가 통일되지 않다 보니 지휘관이 달라지면서 지시가 달라지는 불편함이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21주기 근무체제로 근무 중인 다른 소방대원은 “1주일간 주간 근무를 서다 야간조 첫 날에 투입되면 수면 패턴이 주간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하다”며 “게다가 야간 근무 이후에 주간조로 재투입되는 주에는 하루나 이틀 만에 다시 수면패턴을 정상적으로 되돌려야 하는 부담감도 상당해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비휴가 시범 시행 중인 지역에 근무하고 있는 정혁수(가명) 소방사는 “21주기 체제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신체리듬이 적응되려 할 때 다시 신체리듬을 되돌려 놔야해 건강 악화는 물론 피로감에 현장에서도 대처능력이 떨어질까 우려됐었다”며 “당비휴가 시행되면 당직근무를 서는 당일에만 조금 피곤하고 이후 이틀은 숙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피로가 대부분 해소되고, 일정한 근무패턴으로 신체리듬을 계속해서 바꿔야 하는 단점도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비휴가 시범 시행 중이지 않은 곳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마다 출동거리, 출동횟수 등이 달라 업무 강도 역시 달라진다는 변동성 때문에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근무체계가 도입되기 어렵다는 점과, 휴가 등을 맘 놓고 사용하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내에서 21주기 체제로 근무 중인 한 소방대원은 “당비휴가 시행됐을 경우 한 대원이 휴가를 쓰게 되면 다른 팀이 들어와서 업무를 충원해줘야 하는 상황
”이라며 “인력 충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휴가를 쓰기 난감해지는 상황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원은 “출동이 적은 부서나 지역은 당비휴를 선호하겠지만, 본인을 포함한 후배, 동기들은 현재도 잦은 출동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데 24시간 내내 현장 업무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면 기존 체제가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안전’이 99%의 확률로 보장된다 하더라도 1%의 실패가 국민의 생명을 잃게 할수도 있기 때문에 시민의 안전이 걸린 예민한 문제를 노조의 주장대로 직원의 복지만을 위해 추진할 수는 없다”며 “소방당국 등이 시범 시행의 결과를 신중하게 분석해 내년 하반기쯤 시행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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