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문가칼럼
[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35회> 제3전시실의 빛
3전시실이 훤하게 빛이 나더라고요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6 09:40:41
문화재청으로 제보가 들어왔다던데, 나소선 화가 작품이 불법 경매장에 돌아다닌다고. 우리도 조사 중이야. 조만간 미술관으로 연락 갈 거야.”
 
분명히 진욱이 말했었다. 소선의 그림에 대해서. 그렇다면 이 그림과 진욱이 무언가 연관이 있을지도 몰랐다.
 
실장님.”
 
위작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던지 인경이 미숙을 가로 막았다.
 
제가 보니까 나소선 선생님 다른 그림이랑 이 그림 낙관이 똑같아요. 낙관은 대표님이 가지고 계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위작일 수 없잖아요.”
 
지금 갑자기 이 중요한 그림이 퀵으로 보내져 왔다는 게 좀 이상해서 그런 거지.”
 
미숙은 선우가 손이 떨리도록 긴장하는 걸 처음 보았다. 선우가 그토록 찾던 그림인데 선우가 혹 실망하게 될까 봐 걱정돼서 한 말이었다.
 
선우는 소선의 그림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소선은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캔버스 뒷면의 종이 안쪽에 자신의 이름과 연도와 날짜를 직접 기록해 놓는다고 명환이 말해 주었었다.
 
일단 보관실로 잘 옮겨 놔 주세요. 자세한 건 제가 좀 더 알아볼 게요.”
 
 
 
 
선우는 급히 대표실로 들어왔다. 소선의 그림을 보면서 떨렸던 건 그 중요한 그림을 다시 찾아서만은 아니었다. 더 급한 게 있었다. 선우는 서랍 속, 진욱의 명함을 꺼냈다. 그리고 퀵서비스 영수증의 전화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진욱의 번호였다.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장난친 게 아니라면 진욱이 무사하다는 거였다.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은 믿어지지 않았다. 무사하면서도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는 게 좀 이상하다 싶다가도 한편 진욱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명환의 장례식에서도 그랬다. 선우는 진욱을 기다렸었다. 이미 오래전 헤어져 다른 길로 갔던 사람이지만 명환이 선우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아는 진욱이라 몇 마디 위로쯤은 해 줄 줄 알았다.
 
하지만 진욱은 하필 선우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잠깐 다녀갔다고 했다. 진욱이 그렇게 가 버린 걸 알고 나서야 비로소 명환의 부재가 뼛속까지 아리게 들어왔었다. 이제 정말 내 곁에 아무도 없구나 하는 그런.
 
솔직히 지금 선우의 기분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진욱이 무사하기만 하다면 그것보다 더 좋을 일이 어디 있을까.
 
오후 건축디자이너들과의 회의에서도 선우는 내내 겉도는 기분이었다. 전시실 가벽 문제도 지난번엔 공간이용도가 높은 이동식 가벽 설치를 주장했지만 결국 마지막엔 블라인드식으로 변경하는 데 동의하고 말았다. 무엇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대표님, 손님 오셨습니다.”
 
미숙이 들어와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들어오시라고 해요.”
 
지금 3전시실 관람 중입니다. 대표님 보시면 아신다네요. 직접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미숙은 선우가 일어서기도 전에 앞장 서 나가며 한마디 덧붙였다.
 
“3전시실이 훤하게 빛이 나더라고요.”
 
[: 이경희 / 그림: 도은민]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31
감동이에요
8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41(청담동) 세신빌딩 9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5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