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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 사회적 공영장례 지원 비영리민간단체 ‘나눔과나눔’
“죽음 이후의 마무리… 누구나 존엄한 대우 받아야”
1인가구·핵가족화 등으로 무연고사망자 급증세
후원금으로 꾸려가지만 공영장례로 제도화 필요
김재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17 00:05:00
▲ 사회적 공영장례 지원 비영리민간단체 '나눔과나눔'의 박진옥(오른쪽) 상임이사와 김민석 팀장.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2021년 한 해 국내 무연고사망자 수는 3488. 10년 전인 2012년 사망자 수(1025) 대비 3배 증가, 연평균 14~15%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갑지 않은 이러한 증가세는 1인가구 증가 등의 여파로 향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지만, 대책을 위한 우리 법과 제도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나눔과나눔은 누구나 누려야 할 존엄한 삶의 마무리와 또 그것이 제도화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발로 뛰는, 서울시 내 유일한 사회적 공영장례 지원단체다.
 
우리에겐 무연고사망자 문제를 대비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나눔과나눔은 공영장례 지원뿐만 아니라 존엄한 삶의 마무리라는 장례 가치를 추구하고, 애도할 권리와 애도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인권단체이자 사회복지기관이에요. 모든 사람이 자기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사회를 지향하고 있죠.”
 
박진옥 상임이사의 설명이다. 2011년 설립된 나눔과나눔은 일본군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의 장례를 시작으로, 무연고자 또는 연고자가 있음에도 장례를 치를 여력이 되지 않는 이들의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비영리민간단체다.
 
공영장례의 사각지대 즉, 장례를 치러줄 연고자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소득이 없어 장례 진행이 어려움에도 공영장례 지원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저희는 상담을 해보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나눔과나눔 후원금으로 이를 지원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이들도 공영장례의 범주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장례상담, 법률자문뿐만 아니라 사전에 장례지원을 약속하는 결연장례를 지원하기도 한다. 홀몸어르신 등 향후 장례지원이 필요한 이들과 약속을 맺고 영정사진 촬영, 장례형태 등에 대해 논의한 뒤 평상시 관계를 유지하다가 돌아가신 후 장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무연고자 장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홀로 사는 어르신들과 이들을 돌보는 생활지원사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사회적으로 죽음이라는 주제는 쉽게 꺼내기 어려운 것이지만, 어르신들에게 있어 죽음, 장례는 곧 다가올 정말 중요한 문제이죠. 특히 홀몸어르신들에게 공영장례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결연장례를 약속하게 되면, 이분들이 저희를 만났을 때 내 마지막을 책임져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안심하세요.”
 
▲ 박진옥 이사가 지난달 공영장례를 통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한 이들의 이름을 살펴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이 같은 활동에는 제약도 많이 따른다고 한다. 현행 장사법(216)에 따라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이가 가족(배우자, 자녀, 부모 등)과 친척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나눔과나눔의 적극적인 정책제안활동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2020가족 대신 장례지침을 만들었지만, 이 역시 지침에 그치는 데다 기존 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많아 시간이 소요되고 사망 이후에나 신청할 수 있어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생 가족처럼 곁을 지키고, 병원비도 부담하고, 임종도 지켰는데 단지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연고 장례를 지켜봐야 하는 고인의 지인들이 많아요. ‘가족 대신 장례’ ‘내 뜻대로 장례제도가 향후 법률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과제예요.”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독일, 프랑스 등 흔히 말하는 선진국에서는 기본적으로 가족과 친척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생활동반자법(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을 통해 친구 등이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 법이 2014년 처음 논의된 적 있지만, 지금까지 법안 발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다.
 
그래도 2018년 나눔과나눔의 제안으로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가 논의됐고, 2019년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서울시라는 광역단체가 하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는 점이 고무적이에요. 그 전까지는 기초자치단체의 몫이었죠. 이로 인해 공영장례가 하나의 제도로 자리잡았을 뿐만 아니라 시민참여 등 활동들이 점점 제도화되기 시작했어요. 서울시를 시작으로 인천, 경기, 부산, 대구 등에서도 공영장례 관련 조례가 만들어졌기도 했고요.”
 
다만 우려되는 점도 여전히 있죠. 공영장례가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서울시처럼 시민참여와 가족·지인이 참여 가능한 공영장례 즉, 부고가 알려지는 공영장례는 지방에선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실질적으로 애도할 권리, 애도받을 권리가 보장되고 있냐는 것이죠. 취지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조문객이 많아지면 감시할 눈이 많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실하게 치러지는 장례를 방지할 수 있어요. 극히 일부겠지만 어느 지역에선 사진만 빨리 찍고 마는 형식적인 장례를 하는 업체도 있다는데 이런 일은 앞으로 정말 없어야겠죠.”
 
나눔과나눔은 조문객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공영장례 시민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1365 자원봉사포털을 통해 신청한 후 지정된 날짜의 공영장례식에 조문객으로 참관해 애도를 하거나 경우에 따라 대리상주를 맡을 수도 있다. 고인의 가는 길에 한 시대를 함께 한 사람으로서 명복을 빈다는 메시지를 담는 것이다.
 
▲ 박진옥 이사는 지금도 증가하고 있는 무연고사망자에 대한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하루빨리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카이데일리
 
박 이사는 다가올 미래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법과 제도가 개선돼 공영장례가 보편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증가하는 무연고사망자는 IMF 이후 가족 해체를 맞게 된 이들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죠. 이것 때문에 당장 무연고사망자가 증가하지는 않겠지만, 5년 또는 10년 뒤 어떤 결과물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으로 다가올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1인가구와 핵가족화가 증가하는 가운데 지금의 법과 제도라면 앞으로 무연고사망자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고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태어나 사는 동안 교육, 건강, 직업 등 여러 측면에서 인간답게 살 기본적인 권리들을 지원·보장받는데, 유독 죽음만은 돈에 의해 좌우되는 일이 많아요. 혹자는 죽음이 무()와 동일해 의미가 없다고도 하는데, 저는 삶의 마무리라는 측면에서 죽음 이후의 장례 자체는 그 누구도 차별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가족이 돈이 없어서 장례를 못하는 비극이 없어야 하고, 둘째, 가족이 아닌 사람이더라도 내가 원하는 사람이 나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하며, 셋째, 가족이나 지인이 없는 이들의 마지막은 시민 즉, 사회가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 저희의 최종 목표입니다.”
 
인터뷰를 함께 한 김민석 팀장은 최근 생활고에 시달려 유명을 달리한 수원 세 모녀사례를 예로 공영장례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수원 세 모녀 사고에 사회가 애도하며 많은 시민들이 빈소를 찾았고 유명인사들도 방문했었죠. 그런데 여러 기사에선 쓸쓸한 빈소’ ‘마지막까지 외롭고 쓸쓸한등의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고 두 번 다시 있어선 안 되는 일이지만 많은 이들이 함께 애도했기 때문에 이분들의 마지막까지 쓸쓸했다고 볼 수는 없겠죠. 공영장례는 죽음과 장례에 대한 불안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부분을 해소해주는 제도인데, 이 같은 표현이 서슴없이 사용된다면 공영장례를 생각하는 분들에게 부정적인 인상과 낙인효과까지 심어줄 수 있습니다. 장례지도사나 자원봉사 조문객분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고인이 어떠한 삶을 살았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단순히 공영장례가 외롭고 쓸쓸한 모습으로 비추어지지 않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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