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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이의 도시인문학
디지털 트윈 세상에 주어진 새로운 과제
디지털 속 쌍둥이 도시는 실제 도시 상황 예측·관리에 도움
4차 산업혁명, 현실/디지털 세계 경계 너머 도시 공간 재편
유영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14 10:56:45
 
▲ 유영이 도시공간문화 전문 칼럼니스트
 2154년, 에너지가 고갈된 지구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멀리 떨어진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인간에게 유해한 대기에 진입이 어려운 탓에, 판도라 행성에 사는 종족인 ‘나비(Na`vi)’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과 신경을 연결하는 방식을 택한다. 2009년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의 세계관이다.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인 주인공은 아바타를 통해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케 된다. 신경이 연결되었기 때문에 생각하고 느끼고 행하는 모든 것은 실제와 같이 느껴진다. 나비족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는 시간이 흐른 후, 판도라 행성은 더 이상 낯선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삶이 가능한 무대로 다가온다.
 
10여년 뒤 조금은 다른 영화가 개봉한다. 2018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우리에게 선보였다. 이 영화에는 판도라 행성이 아닌 가상현실 게임 세상인 ‘오아시스’가 등장한다. ‘아바타’보다 가까운 미래인 2045년을 배경으로, 가상현실에서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전신 촉각(햅틱) 슈트를 통해 게임에 접속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묘사된다.
 
우울한 현실과 달리 오아시스에서는 모두에게 가능성이 열려 있다. 현실 세계에서 경제적·사회적 한계에 부딪혀 지쳐 가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오아시스에 접속해 하루를 보내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다른 행성에서의 삶과 가상현실 속의 삶, 전혀 다른 시대와 세계관을 무대로 하는 두 영화는 매우 닮아 있다. 특정 장치를 통해 실제 느낄 수 있는 세계에 접속한다. 이곳에 사는 주인공은 실제 삶과 접속한 세계에서의 삶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근래 들어서 모두에게 익숙해진 메타버스적 삶이 두 영화에 다른 형태로 녹아 있다.
 
미래를 묘사한 영화 속 설정은 더 이상 상상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공상 과학 영화에 나올 법한 기술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실제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증강현실·혼합현실 등 보고 느끼는 경험에 관한 기술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다. 이 기술들은 세상을 인지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나아가 현실 속 도시를 가상공간에 디지털화하여 만드는 ‘디지털 트윈’ 기술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세상 속 쌍둥이 도시는 실제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데에 도움을 주며 상호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
 
스마트 시티는 사물인터넷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결성을 토대로 한다.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마누엘 카스텔이 이야기한 네트워크 사회의 확장된 버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누엘 카스텔은 네트워크 사회의 등장이 도시 형태를 변화시키며 장소를 넘어 흐름의 공간(space of flows)을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지식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는 네트워크와 흐름으로 구성되어 정보화 도시는 형태보다는 과정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모두 포용하지는 않으나 도시 공간의 창출을 형태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두며 이동성과 사회적 네트워크가 건조환경에 작용함을 강조한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 실제 공간을 데이터로 그대로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은 제조·항만·교통·에너지·스마트 도시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 Wikimedia Commons
  
공간을 연구하는 독일 사회학자 마르티나 뢰브 또한 현대 사회의 재편과 함께 바라보아야 하는 새로운 공간성을 언급하며 영역(boundary)을 넘어선 순환의 공간(flow)과 함께 공간 사이의 관련성을 중요시하는 네트워크 스페이스의 개념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도시 공간을 이야기하는 데에 물리적 용기로서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서 비물리적, 즉 인터넷을 비롯한 도시 네트워크라는 가상의 공간을 포함하는 도시 또한 언급되어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인터넷상에만 존재하는 별도의 공간이 아닌 실제 공간의 사물과 가상의 데이터, 다시 데이터와 현실 속 사물이 상호 연결되는 구조이다.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의 시대는 접속을 통해 이어지는 가상 세계를 구현하며 가상과 현실을 이원화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물리적 세계와 가상공간이 별개로 존재하는 별도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로봇 공학·인공지능·사물 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물리적인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경계를 넘나들며 도시 공간을 복합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현실 속 도시 공간에서 일어날 다양한 가능성을 구현해 보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다양한 기술 발전의 궁극적 목적이 더 나은 도시, 더 나은 삶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단만 다를 뿐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이상적인 도시라는 점에서 도시와 전원의 조화를 이상향으로 삼았던 19세기 전원도시론과 유사한 방향성을 갖는다. 결국 다른 세상 혹은 가상 세계와의 접목이라는 영화의 설정은 현재, 우리가 사는 도시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스마트 도시 관련 기술과 사업이 기술로서 점차 다양해지는 가운데, 이 기술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더 나은 도시’에 대한 고민은 잘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체쳐두고 해결책을 위한 방법론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의 이야기가 되었던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주인공의 고민처럼, 더 나은 삶에 대한 질문을 함께 논의할 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가상현실 속 지어지는 쌍둥이 도시에서 해법뿐만 아니라 더 좋은 질문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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