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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대한민국 관혼상제 신 풍속도(下)
달라진 결혼 문화… 집안 중심 결혼서 신랑·신부가 주인공으로
과거엔 집안 간의 결합… 결혼 당일 배우자 얼굴 처음 보는 경우 비일비재
함진아비·주례·폐백 등 전통 결혼 문화, 시간 갈수록 간소화·사라지는 추세
“신랑과 신부가 결혼식 주인공 돼야… 축제 느낌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아”
신성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04 00:05:00
▲ 과거에 집안 간의 의식으로 여겨졌던 결혼식은 현대에 와서 신랑과 신부가 주인공인 축제의 느낌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과거 결혼식은 단순히 신랑과 신부가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는 개념보다는 집안과 집안 즉 가문과 가문 사이의 결합을 나타내는 의미가 컸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 이후 핵가족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사회·경제적으로 여성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데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결혼 적령기를 맞으면서 새로운 변화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이제 결혼이란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즐거운 의식으로 통한다. 혼례의 변화상을 짚어보고 특히 과거로부터 달라진 점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해봤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혼인 문화 및 혼인의 의미
 
얼마전만해도 결혼은 매우 진중하고 엄숙한 의식으로 여겨졌다. 일정한 나이에 도달한 남녀는 반드시 결혼식을 치러야하며, 심지어 결혼 당사자인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혼 등 가문 간의 약속으로 일방적인 혼사가 치러지는 일도 적지 않았다.
 
특히 가문 간의 결혼식을 올릴 때는 결혼식 당일에야 평생의 반려자인 배우자를 처음 보는 경우도 생길 정도였다. 당사자 간의 마음보다 집안 사이의 의리와 이해관계를 중시했기 때문에 불거진 일일 것이다. 서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혼을 금기시하던 과거의 사회 분위기 때문에 억지로 평생을 함께 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과거에는 결혼식에 다양한 문화가 곁들여있었지만 요즘에는 그 마저 점차 사라져가는 분위기다. 함진아비와 폐백(幣帛), 그리고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주례(主禮)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함진아비는 혼인에 앞서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보내는 함(函)을 지고 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함 내부에는 혼인 서약서인 혼서지와 결혼 예복에 사용하기 위한 채단, 각종 예물과 오방주머니, 사주지 등이 들어있게 마련이다. 이 가운데 혼서지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취급됐기 때문에 함 뚜껑 위에 올려둔 채로 보내기도 한다. 과거에는 대부분 함을 전달하는 일은 하인을 시켰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신랑의 친척이나 가까운 친구가 ‘함진아비’가 되어 오징어 가면을 쓰고 신부 집 앞으로 찾아가 “함 사시오”라고 세 번 외치는 전통으로 변했다. 결혼 사실을 주변 이웃에 자연스레 알리는 효과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함진아비는 얼굴에 오징어 가면을 쓰거나 숯을 칠했는데 이는 잡귀와 악신을 물리친다는 의미로 두 사람의 행복을 비는 뜻이 담겨 있었다. 좋은 의미의 문화였으나 주로 저녁 이후에 방문하는 문화 때문에 동네에서 소음으로 인한 다툼이나 함진아비를 빙자한 도둑질 등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1990년대 언론을 통해 집중적으로 조명되면서 현재는 거의 사라진 문화가 됐다. 
 
폐백은 구고례(舅姑禮)라고도 하며 신부가 시댁에 와서 시부모를 비롯한 여러 시댁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혼례 의식의 한 과정이다. 이 의식은 혼례를 마친 후 행해지는 것으로 친정에서 준비해온 대추·밤·술·안주 등을 상 위에 올려놓고 시부모와 시댁의 어른에게 차례대로 큰절을 올린 후, 술을 올리는 것이다.
 
시부모는 며느리에게 절을 받고 치마에 대추를 던져주며 부귀다남(富貴多男)하라고 당부한다. 이때 신부는 시부모와 시댁 식구들에게 줄 옷이나 버선 등 선물을 내놓는다. 과거에 신부가 시댁으로 갔던 것과 다르게 예식장 등에서 신식혼례가 유행하자 예식장 내부에 폐백실 등을 마련하기도 했었다. 최근의 결혼식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식을 마친 후 바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 생략되는 추세다.
        
▲ 최근 결혼식에서는 주례가 사라지고 신랑과 신부가 나란히 서서 서약서를 낭독하는 식의 결혼식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스카이데일리
 
주례는 예식을 주관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종교를 가진 신자의 경우 해당 종교의 종교인(신부·승려·목사 등)이 주례를 맡았다. 일반적인 결혼식의 경우 신랑이나 신부 측에서 주례 맡을 사람을 섭외하는데 보통 ‘은사’라고 여겨지는 선생님이나 평소 존경해오던 분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가 있는 남성이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주례를 맡은 사람은 결혼식의 전반적인 진행과 더불어 주례사라는 것을 했는데, 이는 결혼의 축하와 더불어 앞으로의 혼인생활에 대한 충고를 해주는 식이었다. 주례사의 특성상 길고 지루한 편이 많았으나, 현대에 와서 짧거나 재치 있는 주례사를 하거나 주례 자체를 생략하는 결혼식도 늘어나고 있다.
 
주례, 폐백 등 사라져… 신랑·신부 주인공인 결혼식
 
과거의 결혼식에 비해 현대에는 많은 부분이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함진아비는 사회적인 물의 등으로 사라졌고, 폐백과 주례 또한 결혼식의 간소화 또는 결혼식의 의미 변화 등으로 인해 사라지거나 생략되는 추세다.
 
예전에는 결혼이 가문 간의 중요한 의식으로 여겨졌으나 현대의 결혼식은 가문이 아닌 단순히 신랑과 신부의 사랑을 축복하고 서로의 결혼을 축하하는 의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예식 자체가 간소화되고 있고 다 같이 즐기는 축제처럼 즐거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A씨(32) 부부는 앞서 언급된 세 가지 문화가 본인들의 예식에서는 완전히 빠졌다고 귀띔했다. A씨는  “주례나 폐백 그리고 함진아비 등의 문화가 사라지거나 생략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신랑과 신부가 주인공인 하나의 행사인 만큼 가족 및 가까운 지인들과 정해진 시간 내에 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눌 시간도 부족한데 불필요한 과정까지 넣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의 결혼식은 화촉 점화와 혼인 서약, 축가의 세 가지 순서로 식이 이뤄졌으며, 식 간의 간격도 여유롭고 절차도 간소하게 진행돼 참여 하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A씨는 “앞으로 어떤 형태로 결혼식이 더 변화할지는 알수 없지만 결혼하는 부부의 추억을 만드는 하나의 의식으로 자리 잡아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옛날부터 전해오는 문화도 중요하지만 현대 사회의 결혼이 주는 의미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는 것에 대해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6월 결혼식을 올린 B씨(32) 부부 또한 '간소화 결혼식'을 치른 케이스다. 신랑이 입장한 후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신부가 입장해 신랑에게 신부 손을 넘겨주는 과거의 결혼식과는 달리 B씨 부부는 신부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춘 뒤 홀로 입장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B씨는 “8년의 연애 끝에 한 결혼이기 때문에, 오래 만난만큼 겹치는 지인도 많아 지인들과 우리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같은 결혼식을 치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신부가 춤을 추면서 입장하는 것은 아버지가 신랑에게 신부 손을 넘겨주며 덕담을 던져주는 일반적인 문화와는 달리 결혼식 자체가 얼마나 즐거운 의식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B씨는 “앞으로 주례가 있는 결혼식은 점점 더 줄어들 것 같다”며 “보여주기식 결혼이 아닌 신랑과 신부를 축복하는 축제 같은 결혼식의 문화가 새롭게 생기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최근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들은 신랑과 신부를 위한 축제로서의 결혼식의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카이데일리
  
끊임없이 변화하는 결혼식의 미래
 
집안 간의 약속이나 의식이 아닌 신랑-신부 중심의 예식으로 결혼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못하자 과거의 대면 문화가 더욱 시들해진 모양새다. 과거에 예식장 등을 빌려 수많은 하객 속에서 요란하게 식을 올리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결혼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가까운 친인척이나 친구 등만 초대해 진행하는 ‘스몰 웨딩’이 뜨고 있다. 아울러 예식장이 아닌 호텔처럼 특별한 장소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종류의 결혼식이 생겨날 것으로 관측된다.
 
김병관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식의 변화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사회 변화의 일환”이라며 “과거의 결혼식은 집안 간의 엄숙한 의식이었지만 지금은 신랑과 신부 중심인 축제로 변모했고 앞으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법적으로 부부가 됨을 의미하는 법적인 결혼이 아닌 사회적 문화로서의 결혼은 더 이상 과거의 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가족 중심의 결혼 문화는 앞으로 부부의 친구 및 지인 중심의 결혼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특히 “앞으로 생길 결혼식의 형태는 신혼부부의 상상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며 “사회적인 흐름에 따라 문화가 바뀌듯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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