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성큼 내딛으며 아랫배로 걷자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강윤희의 자기돌봄 요가 에세이

성큼성큼 내딛으며 아랫배로 걷자

걷기는 코로나19를 완전히 쓸어내는 최고의 운동법

강윤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11 11:18:38

“아파도 걸어라” “아플수록 걸어라.” 요즘은 의료계에서도 환자들에게 걷기운동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여러 연구와 임상에서 그 효과가 속속 드러나기 때문이다. 걷기는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우울증, 뇌의 인지 기능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몸이 젊어진다.

일각에선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로 자주 걷기를 촉구한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도 가장 참여도 높은 종목이 ‘걷기’였다. 툭 트인 야외에서 걷는 것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하는 최고의 운동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자세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방법으로 걸을 경우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걷기 열풍 뒤에 따르는 후유증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준비 과정도 없이 무작정 만보기를 차고 걷기 운동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바른 걷기 자세가 아닌 상태에서 갑자기 걷는 양을 늘리는 것은 신체 불균형과 통증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발과 허리, 관절 등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산책하듯이 가볍게 걸어서는 운동 효과를 얻기 어렵다. “2년을 틈틈이 걸었는데 별 효과를 모르겠어요. 아픈 데는 여전히 아프고…”라는 하소연은 그래서 나온다.

반면 ‘잘’ 걷는 것은 우리 몸에게 주는 종합선물세트다. 걷기는 전신의 근육과 골격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걷게 될 경우 공간에 대한 감각, 균형감 등을 기르는 기회가 된다. 제대로 걸으면 체중 감량, 근력 향상 효과는 자동적으로 따라온다. 무엇보다 잘 걸으면 허리와 무릎이 편해진다.

서울대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에 의하면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허리 디스크(허리뼈 사이를 연결하는 구조물)가 더 두껍고 디스크 속 수분 함량이 높았다. 이는 요통의 주요 원인인 디스크의 충격완화 기능이 원활하고 구조가 튼튼해졌음을 의미한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6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루 40분, 주 3회 걷기운동을 하게 했더니 3개월 후 통증이 확연히 줄었다.

가장 효과적인 걷기 운동의 핵심은 ‘평소보다 보폭을 10센티 정도 늘려 걷는 것’이다. 앞뒤 발의 간격을 주먹 하나 크기만큼 더 벌려서 성큼성큼, 조금 빠르게 걷는다.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면서 성큼성큼 걸으면 자연스럽게 머리를 들고 전신을 세운 채 바른 자세로 걷게 된다. 걷는 방법을 바꿨을 뿐인데 자세가 바뀐다.

발에 지나친 압력 주면 발병의 원인이 되기도

이 성큼성큼 걷기를 돕는 방법 중에 ‘아랫배로 걷기’가 있다. 이를 ‘골반으로 걷기’나 ‘엉덩이로 걷기’로도 표현한다. 골반의 일부인 엉덩이 힘을 추진력으로 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이다. 앞을 향해 걷기 때문에 앞쪽에 있는 아랫배를 의식함으로써 뒤의 엉덩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방법은 한발 한발 몸이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아랫배 부분이 펴진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면 아랫배의 아래 부분인 좌우 고관절 부위도 펴진다. 이때 아랫배를 앞으로 내밀기보다는 다림질 하듯이 펴준다는 느낌으로 걷는 게 포인트다. 이렇게 되면 고관절 부위만이 아니라 허리도 펴지고 구부정하던 등도 펴게 된다. 자연히 뒤쪽 엉덩이에 힘이 들어간다. 발도 골반의 힘을 받아 앞으로 성큼 나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빠르게, 많이 걸으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극적인 운동 효과를 얻고자 하는 기대감 때문에 발에 무리한 압력을 주게 되어 오히려 발병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걷기는 전신 운동임을 기억하여 몸 전체의 적응성을 높여가면서 서서히 접근한다. 아랫배로 걷기를 통해 자칫하면 발에만 쏠리기 쉬운 의식을 몸 중심으로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하면 발에 실리는 하중을 줄여 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아랫배로 걷기에 도움을 주는 이완법이 있다. 잠 잘 때나 쉴 때 틈틈이 골반을 높인 상태로 눕는 것이다. 골반을 높이는 도구는 너무 푹신하거나 딱딱하지 않아야 한다. 메밀 씨앗 베게나 ‘요가 블럭’, 또는 무릎담요를 말아서 끈으로 묶어 써도 좋다. 요통이 있다면 허리까지 받친다. 이 방법은 구부정한 자세로 무너진 골반을 세워 주고 아랫배와 고관절 부위를 펴 주어서 바른 자세로 걷는 데 도움이 된다.

뇌 과학자인 셰인 오마라는 저서 ‘걷기의 세계’에서 “걷기는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단순하고 가장 경이로운 도구”라고 말한다. 보폭을 10cm 넓혀 성큼성큼 내딛고, 내게 맞는 속도로 빠르게 걷기를 통해 우리 안에 있는 ‘걷기 본능’을 깨우자. ‘걸음아 나 살려라’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하다 보면 틱낫한 스님의 표현처럼 ‘땅 위를 걷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강윤희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