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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한국 체육계 이대로 안 된다 (下·대안)
반복되는 체육계 비리 근절 위해 “컨트롤타워 필요”
스포츠윤리센터, 징계 ‘요구’ 권한만 있어… “기능·권한 강화 필요”
2020년 이후 센터 전체 111건 징계요구 중 중징계 45건에 불과
스포츠단체 사용자 책임 강화·지도자 처우 개선 등 개혁 추진해야
권현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30 00:03:00
▲ 최근 체육계 일부에서 병역 비리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계묘년 새해 벽두부터 체육계가 비리 의혹으로 얼룩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특별취재팀=한원석 팀장|양준규·권현원·신성수 기자] 계묘년 새해 벽두부터 체육계 일각에서 제기된 병역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체육계가 또 다시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그동안 체육계에서는 병역 비리 의혹뿐만 아니라 승부조작, 폭력·성폭력 사건 등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주기적으로 발생해 왔다.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체육계 비리 등의 근절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포츠윤리센터 기능·권한 강화 필요성 커져
 
체육계에서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와 비리를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과 권한 강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체육계의 인권 침해와 비리 근절을 목적으로 설립된 스포츠윤리센터는 2020년 8월 기존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의 신고 기능을 통합해 공식 출범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국민체육진흥법’에 근거해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 등에 대한 신고 접수와 조사에 나설 수 있다. 또 실제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고발 및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윤리센터가 가진 권한은 직접적인 징계 권한이 아닌 징계를 ‘요구할’ 권한으로 제약돼 있는 실정으로, 실질적인 징계 결정 권한은 체육단체 등에 있다. 실제로 그동안 이뤄진 징계 수준이 스포츠윤리센터가 권고한 수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돼 왔다.
 
이러한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 및 권한에 대한 지적은 설립 이후 꾸준히 지적돼 온 사안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병훈 의원실이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설립 이후 스포츠윤리센터가 징계를 요구한 111건 중 실제로 징계가 이뤄진 것은 46건에 불과했다. 특히 스포츠윤리센터 측에서 사안이 심각하고 반복적으로 이뤄져 강력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중징계를 요구한 30건 중 자격정지 등의 중징계가 이뤄진 건은 13건에 그쳤다.
 
또한 전체 111건 중 ‘소속 체육단체 처리 중’이라며 소송 등을 명분으로 징계를 미루는 건은 56건에 달했다. △2020년 징계요구가 내려진 사건 중 9건 △2021년 징계요구 내려진 사건 중 36건 △2022년 징계가 내려진 사건 중 11건이 소속 체육단체 처리 중이라며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의원실의 설명이다.
 
이병훈 의원은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요구가 현장에서 무시당하는 것은 문체부의 의지 부족과 각 단체의 의도적 무시 탓”이라며 “스포츠윤리센터의 역량 강화와 조사권 강화, 징계요구의 강제적 관철을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사인력도 부족… “사건 조사관 16명에 불과”
 
또 다른 문제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인력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종성 의원이 스포츠윤리센터로부터 받은 ‘기한 내 사건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스포츠윤리센터에 접수된 754건 중 처리기한 내 처리되지 못한 사건이 지난해 8월 기준 59.1%(44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제30조3에는 스포츠윤리센터는 신고가 접수되면 접수일로부터 최장 150일 내에 사건을 처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임 의원이 ‘스포츠윤리센터 연도별 신고 및 조치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건당 평균 사건 처리기간은 201일이었고 심지어 608일에 거쳐 징계요청이 이뤄진 사례도 있었다. 임 의원은 “지나치게 긴 조사기간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고통을 안겨줄 우려가 있다”며 “조속한 사건처리를 위해 조사인력 증원과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2022년 10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류호정 의원도 지난해 10월1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은정 스포츠윤리센터이사장을 향해 “2020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센터에 접수된 전체 사건이 754개인데 사건 조사관은 16명밖에 안된다”면서 “조사 쪽 인원을 충원하는 방안밖에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다.
 
이에 당시 이은정 이사장은 “저희가 조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조사위원들에 대해서 지속적인 교육을 하면서 조사역량을 강화하고 있지만 조사 인력이 좀 더 충원이 된다면 신속하고 내실 있는 조사가 이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스포츠 단체의 사용자책임 강화’도 대안
 
전문가들은 ‘스포츠단체의 사용자책임 강화’도 체육 비리 근절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스포츠계의 부패 실태 및 관련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를 통해 “스포츠 비리에 관해 오직 가해자의 징계처분만으로 사건을 종료하는 것과 같이 개인적 책임으로만 치부해 소위 꼬리자르기식의 사건 마무리에 급급한 해결방안으로 그칠 것이 아니다”라며 “스포츠 비리 근절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서는 스포츠단체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해 스포츠 비리와 관련한 단체의 조직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소속 임원·지도자·선수 등의 비위행위로부터 스포츠단체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25조(징계대상)에 스포츠단체의 사용자책임에 관한 내용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위원회의 스포츠 비리 사건에 대한 조사 및 징계권을 규정하고 있는 해당 규정에 스포츠단체의 소속 회원의 관리 및 감독 책임을 신설하고 이를 어길 경우 위원회가 사실 조사 및 위반사항에 대해 소속 체육회 관계단체에게 징계처분을 내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연구원은 “스포츠단체의 사용자책임에 관한 내용을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신설해 스포츠 비리에 있어서 스포츠단체의 책임을 명시함으로써 스포츠단체 스스로가 소속 지도자, 선수, 임직원 등에 대한 지도 및 감독을 철저히 하고 차후에 발생할 수 있는 스포츠 비리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체육계 인권침해, 비리 신고의무자에 체육단체 임직원을 추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기존신고의무자로 포함돼 있던 체육단체 임직원을 법률상으로 추가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8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의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의4 제2항 중 ‘체육지도자’를 ‘체육단체의 임직원, 체육지도자’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18조의6 제3항에는 ‘누구든지 신고에 대한 조사 등에서 진술·증언하거나 자료를 제공함에 있어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 사실을 고의적으로 축소하거나 은폐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관련 처벌조항 역시 신설하자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김 의원은 제안 이유로 “누구든지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 행위를 축소·은폐하지 못하도록 법률에 명시하고 신고 의무를 위반하거나 사실을 축소·은폐한 경우 제재하도록 함으로써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를 근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체육계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스포츠윤리센터 권한 및 스포츠단체의 사용자책임 강화와 함께 체육 지도자의 처우 개선도 해결 방안으로 논의된다. (스포츠윤리센터 제공)
 
“체육지도자 처우 개선 문제도 해결돼야”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체육지도자 처우 개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부분을 비리 발생의 원인으로 짚기도 한다. 안정적이지 않은 생활이 일부 지도자들의 금전적 비리로 연결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체육단체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도자들의 처우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스포츠 비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며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사실 일부 지도자들이 돈을 받는 이유가 생활이 안정적이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다”면서 “최근 물가도 오른 상태에서 (현재 임금으로) 다인 가구를 먹여 살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런 상황에서 금전적 유혹을 견디지 못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체육인 인권 침해와 비위를 근절하고 ‘스포츠 윤리’를 강화하기 위해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이 2022년 8월 시행된 바 있다. 개정법에는 △체육인 징계 이력 확인 제도 확대 △승부조작 가담 체육인 제재 강화 △체육지도자 자격 제도 정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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