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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한국 체육계 이대로 안 된다(上·체육계 부조리)
연이은 비리에도 ‘솜방망이’ 처벌… 문제는 ‘패거리 문화’
프로배구 선수 또 병역 비리… 프로축구 선수 등 10여 명도 연루
잊을 만하면 터지는 체육계 비리… 재발 조장하는 가벼운 처벌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스포츠계 구조… 가장 위에서부터 바꿔야”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30 00:07:00
최근 체육계에서 시작된 병역비리 의혹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혐의를 받는 관련자들의 종목은 배구와 축구에서부터 볼링·승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체육계는 병역비리와 승부조작 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못한 채 잊을 만하면 이런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어 체육계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차가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종 비리와 부조리에 묻혀 유소년이나 장애인 체육 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한국 체육계 이대로 안 된다’로 선정하고 체육계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최근 병역 비리에 연루된 OK금융그룹 배구단 소속 조재성 선수. (한국배구연맹 제공)
 
[특별취재팀=한원석 팀장|양준규·권현원·신성수 기자] 최근 프로배구를 시작으로 프로축구까지 연루된 병역 비리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체육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협회에서는 ‘무관용’ 입장을 밝혔지만 솜방망이 처벌 사례가 많아 의혹의 눈초리는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잊을 만하면 터지는 체육계 인사의 음주운전 사건 등을 두고 전문가들은 체육계의 폐쇄적 구조와 ‘패거리 문화’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유혹에 약한 스포츠 선수들… 병역 비리·승부조작 등 사건사고 수두룩
 
지난해 12월27일 프로배구 OK금융그룹 구단은 소속 선수인 조재성(27) 씨가 병역 비리에 연루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재성 선수는 이달 4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현재 조 씨는 모든 훈련과 경기에서 배제됐으며 올스타전 출전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OK금융그룹 측에서는 이 사건을 무관용 원칙으로 처리할 계획임을 밝혔고 한국배구연맹도 혐의가 밝혀지는 즉시 상벌위원회를 열 방침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K리그 전 구단에 병역 비리와 관련된 선수가 있는지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K리그 선수 1명이 자진 신고 후 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병역 비리에 연루된 선수들의 활동정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후 축구를 포함해 10여 명의 프로선수들이 병역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이 밝혀지며 파장이 더 커졌다. 해당 선수들은 뇌전증 증상을 연기해 병원에 실려간 뒤 허위로 진단받고 병무청 신체검사 재검사를 신청해 뇌전증 진단을 받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번 병역 비리에는 최근 구속된 군인 출신의 병역 브로커를 통해 면제 또는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사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계의 병역 비리 사건은 오래 전부터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04년 서울지방경찰청은 야구선수 51명이 브로커 2명과 짜고 병역 비리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당시 프로야구 8개 구단이 모두 연루돼 큰 파장이 일었다. 2008년에는 축구계에서 K리그 전현직 선수 15명, 한국 내셔널리그 35명, 구 K3리그 15명, 대학축구 및 일반인 27명 등 92명의 병역기피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병역 비리 외에 스포츠의 근간을 흔드는 승부조작과 심판 매수도 잊을 만하면 일어났다. 2011년에는 K리그 축구선수들이 불법 베팅 사이트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것이 적발됐다. K리그와 리그컵 경기를 포함해 21경기에서 승부조작 시도가 있었다. 결국 1차로 선수 4명이 구속되고 11명이 영구 제명됐고, 2차로 선수 40명, 브로커 7명이 축구계에서 영구 제명됐다.
 
이후 2012년에는 프로배구에서 도박 사이트와 연계된 승부조작이 적발되며 현역 선수 11명과 은퇴선수 4명이 영구제명됐다. 이후 프로야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진행됐다는 증언에 따라 수사가 진행됐으며 두 명의 선수가 영구 제명됐다.
   
▲ 전북 현대의 심판 매수 사건 당시 상대팀 팬들이 관중석에서 전북 현대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모습. (뉴시스)
 
승부조작으로 한국 체육계가 한바탕 뒤집어진 후에도 승부조작은 완전히 근절되지 않았다. 2016년 프로야구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다시 발생해 4명의 선수가 연루된 것이 드러났고 이 밖에 2명의 선수가 불법도박으로 처벌받았다.
 
박병헌 스포츠 칼럼니스트는 “스포츠 선수들은 현역 시절이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시기인데다가 비슷한 나이에 비해 벌 수 있는 돈도 많다 보니 유혹에 휘둘리기 쉽다”며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운동밖에 모르도록 자라는 경향이 있는데 운동이나 돈 외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도덕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체육계에서 발생한 사건 중 제대로 된 징계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된 경우도 있었다. 2015년 9월에는 안종복 전 경남 FC 사장이 2013년 8월부터 1년 동안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부탁하고 약 2000만 원을 지급한 혐의로 구속됐다. 2016년에는 전북 현대 모터스 소속 스카우터가 2013년 1월부터 10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해당 경기 심판에게 100만원 씩을 건네준 것이 드러났다. 해당 사건으로 경남 FC와 전북 현대의 리그 퇴출까지도 거론됐으나 둘 다 승점 삭감과 벌금으로 처벌이 마무리되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일었다.
 
프로야구에서도 심판이던 최규순 씨가 프로야구 7개 구단에게 금전을 요구했고 이 중 4개 구단이 돈을 건넨 것이 드러났다. 최 씨는 프로구단 외에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에게서도 돈을 받은 것이 드러났다. 특히 최규순 씨 사건의 경우 한국 야구위원회(KBO)가 언론사에 관련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중징계 요구 20건 중 12건만 징계… “제 식구 감싸기 문화가 원인”
 
각종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 확실하게 처벌하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로 넘기는 것은 예전부터 체육계의 문제로 지적돼왔다. 위에 언급된 사건 외에는 직접적인 처벌 없이 ‘엄중경고’ 등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여론의 비판을 받으며 이를 비꼬는 ‘킹중갓고’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실제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스포츠윤리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스포츠윤리센터가 징계 요구를 발송한 건수는 총 111건이었다. 이 중 49건에 대해 징계가 결정됐다. 징계가 결정된 49건을 분석해 보면 중징계가 20건이었으나 중징계를 요구한 20건 중 8건이 견책·경고·주의 조치 등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여기에 징계를 요구한 26건 중 16건 역시 단순 견책·경고·주의 정도의 가벼운 조치로 마무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의 배경에는 체육계의 ‘패거리 문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체육계에서 같은 학교 출신 또는 같은 팀 등의 학연·지연으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서현] ⓒ스카이데일리
 
2021년 한 배구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주축 선수이자 국가대표 자매로 인기를 얻고 있었던 이재영 씨와 이다영 씨의 중학교 동창이라고 주장하는 누리꾼의 학교폭력 폭로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폭행, 가혹 행위와 흉기를 가져와서 협박하는 등의 학교폭력이 일어났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이어 다른 피해자들도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글을 올리며 파장은 커졌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의 어머니이자 전 여자 배구 국가대표 선수인 김경희 씨가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 폭력을 묵인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후 프로 구단에서도 김경희 씨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측은 사과문을 게시했으나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선수들의 반성을 언급했을 뿐 징계나 처벌 등은 거론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여기에 체육회가 청소년기에 저지른 행동으로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체육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결국 흥국생명은 두 사람을 다시 선수로 등록하려다가 여론의 비판이 빗발치자 선수 등록을 포기하고 사과했다.
 
전문가들은 협회 차원에서 강력한 규정을 마련해 패거리 문화를 개선하고 잘못이 있으면 확실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수봉 명지대 경영대학원 스포츠경영 전공 교수는 “스포츠계는 선수 출신이 코치가 되고 코치가 감독이 되고 협회에도 선수 출신이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직적이고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며 “모든 조직은 위에서 바뀌어야 아래도 바뀌는 구조기 때문에 가장 위에 있는 협회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벌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봐주는 것 없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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