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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정석<63>] - 커지는 국내 채권 시장
“예금·주식보단 채권”… 개인, 1년 전보다 채권 8배 많이 사들여
개인, 연초 이후 채권 4.2조 순매수… 주로 기타금융채 사들여
‘금리 정점론’ 기대감이 매수 심리 키워… 예금 금리 하락 영향도
레버리지·스트립·만기매칭·금리형 등 채권 ETF 관심 급증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25 00:07:00
▲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4일까지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4조1655억 원으로 전년동기(4653억 원) 대비 795.2% 늘어났다. 개인은 작년 9월 3조 원가량을 사들인 후 4개월째 순매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개미들’의 동선이 채권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올해 들어 40여일 만에 4조 원 가량을 채권 투자에 쏟아 부었다. ‘금리 정점론’에 따른 기대감이 채권의 투자 매력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예금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식처럼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도 주목받고 있다. 투자 전략을 안정적 또는 공격적으로 다양하게 수립할 수 있다는 평가다.
 
개인 채권 4.2조 순매수, 전년比 8배 ↑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4일까지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매수-매도)은 4조1655억 원으로 전년동기(4653억 원) 대비 795.2% 늘어났다. 이 기간 전체 순매수액이 13.7%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증가율이다. 개인은 작년 9월 3조 원을 사들인 후 10월 2조3135억 원, 11월 2조2491억 원, 12월 1조6094억 원 등 조(兆) 단위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종류별로 보면 카드·증권·캐피탈사 등이 발행한 기타금융채(1조5588억 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어 회사채(1조2102억 원), 국채(9502억 원), 은행채(2409억 원) 등의 순이었다. 기타금융채가 다른 채권과 비교해 단가(가격)가 낮고 수익률(금리)이 높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캐피탈채(A-)는 14일 기준 6%대 금리를 기록하며 4%대인 회사채(A-)보다 높았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캐피탈채 순매수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은 고금리 채권에 대한 욕구 때문으로 보이는데 A+등급 회사채와 비교해 등급이 높으면서도 금리도 높은 채권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할 수 있다”며 “금리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매수세가 기존 AA등급 중심에서 A~A+등급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에 대한 관심은 증권사의 채권 판매량에서도 나타난다. KB·NH투자·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키움·한국투자증권 8곳은 지난달 8조2930억 원의 리테일(개인 상대) 채권을 판매했다. 작년 1월보다 51.97% 늘어난 수준이다. KB증권은 1조1000억 원에서 1조8000억 원으로 63.63%, NH투자증권은 5배 이상,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2배 이상 급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의견이 채권 투자 매력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기준금리와 채권 가격은 역의 관계로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상승한다. 즉, 현 금리가 고점이라면 당장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고 향후 금리 하락으로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이에 따른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15일 기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까지 기준금리를 5.25~5.50%로 올릴 가능성은 47.3%로 전날(51.7%) 대비 3%p 하락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다. 
 
이는 3월과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p씩 올린 뒤 금리 인상을 멈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연준의 속도를 맞춰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예금 금리가 3%대로 하락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개 예금 상품의 기본금리(단리·12개월)는 평균 2.8%로 전월(4.4%) 대비 1.6%p 감소했다. 투자 매력도는 급감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812조2500억 원으로 전월(818조4366억 원)보다 6조 원 이상 줄어들었다.
 
주식시장이 여전히 ‘박스권’을 형성하는 점도 채권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했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한 달간(1월16일~2월15일) 1.1% 오르는 데 그쳤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올 들어 15일까지 10조291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4조2845억 원)보다 30%가량 감소한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용·유동성 리스크 완화를 위한 정책들의 영향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 종료 시그널 등이 개인들의 채권 투자 매수세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지만 고금리 수취 또는 중장기 자본차익을 기대하는 개인들의 채권 매수세는 당분간 계속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대형 채권 ETF 24개, 연초 이후 순자산 1조 늘어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식처럼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는 채권 ETF에도 뭉칫돈이 쌓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순자산 1000억 원 이상(15일 기준)인 채권 ETF 24종목의 합계 순자산총액은 5조5976억 원으로 작년 말(4조7091억 원) 대비 1조 원 가까이 불어났다. 이들 종목의 순자산가치(NAV)도 평균 8만685원에서 8만3931원으로 4.0% 치솟았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채권 ETF는 포트폴리오 분산효과와 유동성에서 장점을 갖는다”며 “만기를 항시적으로 유지해 단기·중장기 채권의 이자율 변동에 따른 자본손익을 향유할 수 있고 만기별로 포트폴리오를 구현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채권 ETF의 종류도 다양하다. 국채·회사채·단기자금 유형별로 나눌 수 있지만 투자 성향에 따라 접근할 수도 있다. 통상 듀레이션이 길면 공격적, 짧으면 안정적으로 본다. 듀레이션은 채권의 잔존 만기 평균기간으로, 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가격 변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레버리지 채권 ETF를 노리는 게 좋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의 일간수익률을 두 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추종하는 채권의 평균 만기가 15년이라도 30년 만기 채권과 같은 수익(또는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ACE 미국 30년 국채 선물 레버리지(합성 H)’, ‘KBSTAR 국채30년레버리지KAP(합성)’ 등이 대표적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는 ‘S&P Ultra T-Bond Futures’를 기초지수로 삼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상장된 미 국채 30년 선물을 투자한다. 듀레이션은 33.6년이다. KBSTAR 국채30년레버리지KAP(합성)는 국고채 30년 3종목으로 구성된 ‘KAP국채30년 총수익지수’를 추종한다. 듀레이션은 38.5년으로 채권 ETF 중에서 가장 길다.
 
스트립(STRIPs) 채권 ETF도 공격적인 투자에 적합하다. 스트립 채권은 채권의 이자와 원금을 분리해 여러 개의 ‘무(無)이표(이자지급표)채권’을 발행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정해진 기간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이표채권이 없다 보니 장기채의 스트립 채권 비율이 높은 편이다. 스트립 채권을 담은 ETF로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가 있다. 이 ETF는 ‘KIS STRIP 30Y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고 국고채 30년 종목의 스트립 채권 3종을 투자한다.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만기매칭 채권 ETF’를 고려할 만하다. 말 그대로 만기가 존재해 일정 기한을 넘기면 상장폐지가 되고 상장폐지 시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상품이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시장금리 변동에 상관없이 ETF를 산 가격에 해당하는 만기수익률(YTM)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자율 변동에 따라 중도에 매매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
 
KODEX 23-12 은행채(AA+이상)액티브, KBSTAR 23-11 회사채(AA-이상)액티브, TIGER 24-10 회사채(A+이상)액티브, ACE 23-12 회사채(AA-이상) 액티브 등 10종목이 증시에 상장한 상태다. 만기 시점은 상품명에 표시돼 있다. 예컨대 작년 11월 출시한 ‘KODEX 23-12 은행채(AA+이상)액티브’는 2023년 12월 상장폐지를 진행하는 1년 만기 상품이다.
 
금리형 ETF도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범(汎)채권 ETF로서 주목받고 있다. 흔히 ‘파킹통장 ETF’로도 불리는 금리형 ETF는 파킹통장처럼 매일 하루치 이자를 주가에 반영한다. 이자를 복리로 쌓을 수 있고 예·적금과 달리 투자금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는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듀레이션이 1일에 불과해 확정 이자를 매일 수취할 수 있고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피할 수 있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의 수익률을 추종한다. 듀레이션은 3개월로 조금 길지만 만기가 비슷한 국고채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증권가에선 채권 가격이 반등을 이어가는 구간으로 해석하며 채권 ETF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고 보고 있다. 장기채와 회사채 상품에 대한 초과 성과 기대가 높다는 전망이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효과로 높아진 이자수익 기대와 경기 리스크 반영 속 금리 하락 등 자본차익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는 환경으로 채권 ETF를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단기채의 경우 통화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강한데 높은 물가 수준에 대한 부담 등으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그널 확인까지는 가격 상단이 제한적으로 보여 경기에 민감한 장기물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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