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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됐다. 오랜 기간 경색되고 있는 한·일 양국이 친선 도모의 전환점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6·17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역사적인 한·일 관계 개선 모멘텀은 윤석열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채택한 데서 물꼬가 트였다. 아픈 과거를 잊지 않되 미래를 지향한다는 현 정부의 대승적 결단이 배경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격동하는 안보와 경제 환경에 한·일 두 나라가 함께 손잡고 시대적 요청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결과다.
핵 보유와 끊임없는 미사일 발사를 하고 있는 데서 보듯 북한의 도발에 한·미동맹 강화와 긴밀한 한·미·일 협력은 절실하다. 이 같은 국제 환경에서 윤 대통령이 먼저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방일하고, 12년간 중단됐던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계기를 만든 것은 의미가 크다.
안보와 함께 두 나라 간 경제교류를 복원해야 하는 과제가 중차대하다. 한·일 민간 기업 간에 상호 보완·경쟁을 통해 형성된 고효율의 경제 분업 구조를 재가동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일 경제인들이 자리를 함께하는 것은 뜻 깊다. 우리나라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게이단렌)는 17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을 개최한다.
윤 대통령도 BRT에 참석해 기업인 간 교류를 지원할 예정이다. BRT는 ‘한·일 경제협력 활성화’를 주제로 열린다. 한국에서는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을 비롯한 경제인 12명이 참석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필두로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가 한 자리에 모인다.
이밖에도 전경련 회장단인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 회장, 류진 풍산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도 참석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도 중견·중소기업 경제단체를 대표해 동행한다. 일본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 등 11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일 주요 기업인이 모여 경제협력 및 글로벌 현안 공동 대처방안에 대해 논의한다는 측면에서 자못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상호 투자 및 인력교류 확대 등 성과를 거두길 기대하는 바 크다. 어려웠던 한·일관계가 우리의 강제징용문제 해법 발표 이후 회복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양국 경제계의 협력 필요성도 높아진 것이다.
지난 5년간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문재인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전임 정부가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무효화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이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다. 양국이 같이 피해만 보는 ‘루즈 루즈(lose-lose) 게임’을 벌여온 꼴이다. 물론 수출규제의 조속한 해제 등을 위한 일본의 성의가 요청된다. 최근 김포-하네다 공항 간 하늘 길도 다시 열리면서 양국 간 재계 교류는 더욱 무르익는 분위기다
세계 시장에서 불확실성의 위기는 한·일 경제 협력이 필연임을 말해주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양국이 경제구조적 유사성도 크기에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다. 이제 양국 정부 차원에서 정치·경제·외교·문화 전반의 관계를 복원해 상생의 길을 걷길 당부한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지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임을 재인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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