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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교조화하는 정치권
‘라스푸틴’의 망령이 지배하는 사회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21 00:02:30
 
▲장혜원 정치사회부 기자
종교와 정치의 결탁이 점입가경이다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한·일 정상회담을 오므라이스 굴욕외교’라며 20일 전북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촉구 시국미사에 나섰다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윤 정부 출범 이후부터 계속해서 윤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노골적인 정치 선동의 메시지를 정의로 포장해 내놓았다
 
최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보수 인사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후폭풍에 시달렸다.
   
무속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부모 묘소가 훼손당한 사진을 공개하며 흑주술로 저주하는 흉매테러를 당했다고 고발했으며,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국방부를 압수수색 하기까지 했다.
 
박근혜정부를 몰락시킨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는 최태민 목사의 국정개입 의혹이 있었다. 여론은 그를 약 110년 전에 제정 러시아를 뒤흔든 요승(妖僧) 라스푸틴이라 지칭했다. 라스푸틴은 러시아 제국에서 떠돌이 수도자 신분이었으나, 황제 니콜라이 2세의 황태자를 치료한 후 황제의 신임을 얻어 단박에 비선 실세로 올랐다. 그의 말에 놀아난 황제 일가족은 러시아의 몰락을 앞당겼다. 지지자들은 라스푸틴 최태민과 그의 딸 최순실의 농간에 권력자들이 놀아났다고 묘사했으며 라스푸틴의 망령이 재림했다고 혀를 찼다.
 
그의 망령은 아직도 한국 사회를 배회하고 있는 것 같다. 극단화한 종교적 교조주의에 빠져든 종교인들은 너나없이 감언이설로 가득한 교리를 앞세우며 십자가를 방패 삼아 정치를 구원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이다. 자신들과 메시아가 함께한다고 자임하는 이들은 대통령·당 대표·국회의원 등 이 사회의 지도층과 깊숙이 결탁해 이름을 알리고 세를 높이며 헌금을 걷고 후원자를 늘리고 있다. 언론에 이름을 싣고 명성을 얻어 간다. 취임 전부터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내외에 드리워진 무속 의혹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여당에서는 묻지마 친윤 팬덤’이, 야당에서는 수박 축출하는 개딸 팬덤이 겨루며 양극으로 진영화된 한국 정치의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지키기이재명 지키기에 나선 이들에게 배신은 곧 축출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은 3.8전당대회 국면에서 친윤(親尹)계에게 비윤으로 낙인찍혀 집단린치를 당한 끝에 물러났고, 반윤(反尹)을 자처했던 이준석 전 당 대표계였던 ···후보들은 전대에서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 대표의 최근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도 개딸들은 ‘찬성’ 표를 던진 배신분자 수박을 찍어 내자고 담합하며 주군 모시기에 단일대오로 결속했다. 법을 운용하고 입법하는 곳의 수장들이 유사종교로 팬덤화된 지지자들의 머리 위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꼴이다. 유명 정치인에게는 각종 종교인과의 결탁설이 양념처럼 따라붙는 이유다.
 
최근 기자가 만난 종교학자는 결국 민도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데, 이 나라 국민은 지도자에게 전지전능의 신을 바란다. 그래서 지도자를 신처럼 떠받든다. 이것이 제왕적 대통령제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다라고 밝혔다. ‘’으로 추앙받는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봤을 때 의탁할 곳이 어딜까. 자신을 진짜 으로 만들어 준다는 사이비종교가 아닐까. 국민이 먼저 신이 된 지도자를 버릴 때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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