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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소위 ‘열불 나고 속 터지는’ 일이 많다고들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트레스가 만연한 시대에 화병은 남의 일이 아니다. 화병을 키우면 큰일이라는데 어떻게 다스려야할지 막막하다. 화병 관리에서 놓치기 쉬운 점은 화병을 감정 측면에서만 보기 쉽다는 것이다. 증상은 몸에 나타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마음에 풀지 못하고 쌓아 둔 것들이 한계에 다다르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말로 표출하지 못하고 참기만 하면 결국엔 ‘몸이 말을 하게’ 된다. 계속 방치하면 우울증·불안 장애·신체증상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신의 상태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병은 정신의학 분야에서 ‘문화 관련 증후군’에 속한다. 한국문화와 결부된 ‘한국인의 병’이라는 의미다. 1996년 무렵 미국 정신의학계에서 화병(hwa-byung)을 공식화하여 한때 국내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다룬 적이 있다. 한국 사회는 문화적으로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되어 적잖이 충격을 주었다.
화병의 핵심 감정은 ‘분노’다. 영어로도 ‘anger syndrome(분노 증후군)’이라고 번역한다. 억울함·분함·증오심 등을 장기간 억누르면 언젠가는 폭발할 수밖에 없다. 가슴 속에 ‘시한폭탄’을 장착하는 꼴이 되지 않으려면 적절히 다루며 살아야한다.
근래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성 화병 증상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짧은 기간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극도로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홧김에 폭력’, ‘홧김에 이혼’, 극단적으로는 ‘홧김에 자살’로도 이어진다고 하니, 급·만성 화병 관리는 건강한 개인과 가정, 사회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병 진단에 표준화된 척도인 ‘화병 면담 검사’(HBDIS)의 평가 문항을 기준으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 볼 수 있다. 핵심 신체 증상인 가슴 답답함, 열감, 치밀어 오름, 목이나 명치의 이물감, 이 4가지 중 3가지 이상이면 화병 위험군에 속한다. 또 핵심 심리 증상 2가지인 ‘억울함, 분함을 자주 느끼는 것’과 ‘마음의 응어리나 한’ 중에서 1가지 이상이면 집중적인 치료를 요한다.
이밖에 화병과 관련한 증상으로는 입과 목마름, 두통, 어지러움, 수면 장애, 가슴 두근거림, 잦은 화나 짜증, 초조함, 허무함, 자기연민, 잡념·하소연·한숨 증가, 집안일·직장일·대인관계 상의 곤란 등이 있다.
울화를 내려주는 전중혈 풀기 두 가지 팁
화병 상태를 몸에서 체크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전중혈을 손끝으로 눌러보는 것이다. 전중혈은 가슴의 좌우 유두를 연결하여 가로 선을 그었을 때 그 선상에 위치한 가슴뼈(흉골) 부위다. 우리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아이고, 기가 막혀!” 라고 외치며 주먹으로 치는 곳이 바로 전중혈이다. 심화(心火)·울화(鬱火)가 내려갈 수 있도록 전중혈을 뚫어주려는 본능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전중혈을 손끝으로 눌러보아 아프다면 다른 증상이 없어도 화병이 시작된 걸로 봐도 무방하다. 한의학에서 전중혈의 압통은 화병 진단의 지표다. 이 전중혈을 누르거나 두드려서 풀어주는 건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화병 관리법이다.
전중혈 풀기를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주먹을 가볍게 말아 쥐고 손목의 힘을 뺀 채 가볍게 두드려주는 것이다. 이때 코로 천천히 숨을 마시고 날숨에는 입을 벌려서 “하아~~” 소리를 내며 길게 숨을 뱉어준다. 잠깐씩, 자주 두드리다가 차차 시간을 1,2분에서 15분까지 늘려나간다.
전중혈을 풀어주는 두 번째 방법은 ‘가슴 열기 자세’다. 전중혈은 요가 전통에서 말하는 중심 에너지 센터 중 ‘가슴 차크라(Anahata Chakra)’ 구역이다. 요가 수련에서 가슴을 펴는 동작이 많은 것도 이 부위를 열어주어야 감정의 소통이 원활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가슴 열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등 아래에 뭔가를 받치고 누워있는 것이다. 씨앗 베개나 경침, 요가 블록 등 뭐든 좋다. 요가 매트를 돌돌 말아서 끈으로 묶어서 써도 된다.
도구를 날개 뼈가 끝나는 부분에 가로로 대고 누워서 팔을 옆으로 펼쳐준다. 이때 팔꿈치를 구부려 팔 전체가 알파벳 ‘W’ 자 모양이 되게 하면 굽은 등과 어깨를 펴 주어 가슴 구역이 열린다. 이 자세에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숨을 내쉴 때마다 울화가 내려간다고 상상하며 1회에 1분~최대 10분간 같은 자세를 유지한다.
가슴 속 불(火)을 다루지 않고 쌓아두면 그 불이 몸과 마음을 모두 태우게 된다. 이런 ‘기가 막힌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미리 전중혈을 두드리고 열어주자. 그동안 쌓인 울화를 틈틈이 몸에서 털어내는 것이야말로 몸 건강, 마음 건강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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