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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인 필자는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변호를 맡고 있다. 1970년 전태일 열사 분신 사건 이래로 평생을 진보 운동에 바친 장기표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기간에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자 아들의 성남시 대장동 개발회사 재직 의혹을 제기했었다. 공신력 있는 인물로는 최초로 이재명 씨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 이때부터 언론 보도의 봇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기표 원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기소되어 재판받는 고초를 감수하는 중이다.
그런 장기표 원장이 이번에 또 다른 운동을 시작했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를 발족시킨 것이다. 16일 광화문에서 출범식이 있었는데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들이 누리는 특권 철폐를 외쳤고 필자도 법률위원장 자격으로 동참하게 되었다.
운동본부는 특히 전관예우의 대명사 격인 법조계 전관예우에 대해 ‘유전무죄 무전유죄’ 폐습을 구조화하는 범죄임을 밝히면서 해결 방안으로 검사와 판사 선발 고시를 별개로 실시하고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운동 차원에서 제시된 해결 방안이기 때문에 급진적인 면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법조계 전관예우가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대등하게 다뤄질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다. 성남 대장동 사건 50억 클럽 인사들이 전부 고위 법조직 출신 변호사라는 것이 좋은 사례다.
필자는 전관 출신은 아니라서 전관예우의 실체를 직접 경험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전관을 선임해야 확실히 승소한다는 ‘신화’가 보편적이고 전관 변호사들 스스로 자신이 전관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소위 ‘대형로펌’은 사법연수원 각 기수별로 법원·검찰 출신을 최소 1명 이상 채용해 동기 판사나 검사의 사건에 이들을 투입하고 있는 중이다. 국민도 전관예우를 비판하지만 막상 자신에게 일이 닥치면 돈이 있는 한 어떻게든 판사·검사와 가까운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고 싶어한다. 이로 인해 재판과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금융·공정거래 같은 다른 분야 전관예우에도 면죄부 구실을 하고 있다. 이제는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한 때다.
법원의 전관예우 규제와 관련해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의 ‘해외의 전관예우 규제사례와 국내 규제방안 모색’이란 보고서에 해외 사례가 잘 정리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선출직 또는 임기제인 주 법원 판사는 물론 종신직인 연방법관도 사임·은퇴 후 변호사로 개업하는 사례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사회적 논란이 된 적은 거의 없다. 일본도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 개업하는 사례가 있지만 역시 사회문제화 된 적은 없고 오히려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영업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해서 손님이 별로 몰리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옆 이웃나라인데도 우리나라 현실과 너무 다른 점이 놀랍다. 독일도 판사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진 않지만 정년까지 근무 관행이 확고해서 변호사로 개업하면 동료 법관이나 언론의 비판을 받는다고 한다. 결국 세 나라는 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진 않지만 전관예우 같은 병폐 현상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상적인 모델이다.
반면에 중국·대만의 경우 연줄과 인맥을 중시하는 꽌시(關係)문화가 강해서 법관 출신 변호사들도 전관 경력을 홍보하고 의뢰인도 이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대만은 재직했던 기관 관련 사건 수임을 3년 동안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퇴직 후 2년간은 모든 법원 사건의 소송대리를 금지하고 재직한 법원 사건의 소송대리는 영구 금지한다.
영연방 국가들도 변호사 개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아일랜드나 홍콩·싱가포르는 퇴직 시 재직한 법원보다 상급 법원 사건의 소송대리만 허용하는데 이 정도면 대리할 수 있는 사건 숫자가 확 줄어 사실상 개업 금지로 봐도 무방하다. 캐나다는 재직했던 법원과 그보다 하급 법원의 사건은 퇴직 후 3년간 소송대리를 금지한다. 흥미로운 나라가 캐나다인데 3년간 금지에서 더 나아가 아예 모든 법원에서 소송대리를 영구 금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전관예우 폐해가 문제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전관예우’라는 개별 용어가 존재할 정도로 전관 개업으로 사법의 공정성 훼손 우려가 매우 심각하지만 퇴직 시 재직한 법원·검찰 관련 사건 수임을 고작 1년간 금지하는 데 불과하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비해 규제 수준이 제일 약한 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캐나다처럼 훨씬 더 강한 규제를 논의할 시점이다.
필자의 생각은 판사는 원칙적으로 영구 개업 금지, 검사는 최소 5년간은 개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사는 법조일원화라고 해서 현재 최소 5년 이상 경력변호사 중에서 임용 중이고 장기적으로 10년 이상 경력자로만 임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기에 법관 임용 조건으로 변호사 개업을 금지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개업을 허용하면 법관직이 변호사를 잘 하기 위한 경력 쌓기, 즉 ‘변호사 회전문’에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검사의 경우 퇴직 후 5년 정도 개업을 금지시키면 현직 때 가졌던 영향력이 정리될 수 있다. 검사들은 이 기간 동안 행정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간의 법무담당관이나 기업체 사내변호사로 근무한 후에 개업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견해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재 규제는 외국과 비교해도 너무 약하다. 이번 국민운동을 계기로 획기적인 규제 강화가 논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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