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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예요.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그 에너지를 적절하게 분출하기 위해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시대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글이 전해져 올 정도로 어느 시대·어느 나라도 피할 수 없는 화두가 청소년과 기성세대 간 세대 갈등이다. 최근 그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를 풀어 갈 열쇠로 청소년 문제에 천착한 전문가가 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를 만나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어떻게 품어야 할 것인지 들어 봤다.
권 교수는 청소년기를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라고 강조하며 청소년 시기의 적절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맞벌이 부모 등 다양한 이유로 혼자 청소년기를 보내야 하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청소년기를 보내고 더 나아가 그 순간이 미래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유능한 청소년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죠.”
청소년지도학과란
권 교수는 우선 전공분야인 청소년지도학과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또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교육학이나 심리학 등 어느 한 학문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분야를 종합적으로 적용해 사회 속에서 청소년들이 겪은 어려움이나 고민을 해결하고 도움을 주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저희 청소년지도학과의 목표예요.”
“전공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청소년지도라는 학문 자체에는 정해진 답이 없어 끊임없이 연구하고 청소년들의 변화에 계속 발맞춰 따라가는 등 다른 학문과의 차이점이 존재해요.”
권 교수는 약 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지도학과는 교육 관련 학과들의 지식에 더해 현장에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이론에 적용해야 하므로 꾸준히 학문이 변화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졸업 후에 청소년들을 건강하게 교육할 수 있는 지도사로 성장하는 거예요.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치는 다양한 청소년들이 우리와 함께하는 교육을 통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끌어내고 우리를 의지하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죠.”
청소년 시기의 주체는 청소년… 선택은 그들의 몫
“기성 세대는 항상 청소년들에게 올바르게 자라야 한다고 강조해요. 하지만 어른들이 말하는 올바름이란 무엇인지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어른들 말을 잘 듣고 좋은 학교·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 과연 이것이 올바르게 자라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청소년 시기의 올바른 교육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에 그는 ‘올바른 교육’이라는 표현보다 ‘건강한 교육 및 성장’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올바르다’라는 표현에 대한 기준이 학부모와 어른들에게 맞춰져 있어 아이들의 진로를 제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이들을 마주치며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을 억제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들의 시선에 맞춰서 맞지 않는 공부를 시키고 다른 길을 강요한다면 그만큼 아이와의 갈등도 심해지고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봐요.”
“저는 그래서 청소년 시기엔 진로를 정하거나 다른 중요한 과정에서 자유롭게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해요. 꼭 공부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본인이 하고 싶은, 흥미가 있거나 잘하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방향으로 성장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요.”
끊임없는 청소년기 범죄 논란…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최근 다양한 드라마나 프로그램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사회적으로 가장 큰 화제성을 가지고 있는 학교 폭력. 학교 폭력이라고 하면 청소년 시기의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주로 말한다. 과연 이런 교내에서의 폭력성과 범죄가 청소년 시기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에 대해 권 교수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청소년 시기는 누구나 겪고 지나가는 단계예요. 다만 다른 시기들과의 차이점을 찾아본다면 유일하게 방치가 시작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유년기에는 대부분 부모의 품에서 성장하고 기본적인 행동을 배우죠. 반면 성인이 되면 하나둘씩 독립을 하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자아가 형성되기도 해요.”
“그러나 청소년 시기가 가장 애매해요. 어느 정도 아이가 컸다고 생각되면 부모들은 아이를 조금씩 놓기 시작합니다. 오히려 청소년기의 넘치는 에너지를 가정에서 잘 조절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분출시켜 줘야 하는데 가정에서 그런 과정이 이뤄지지 않으니 아이들이 밖에서 에너지를 분출하고 때로는 그런 과정이 안 좋은 쪽으로 향하면 그게 학교 폭력이나 범죄로 이어지는 거예요.”
“학교 폭력이라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답은 없어요. 그러나 그 시기의 중요성을 부모가 먼저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나서야 하며 학교의 적절한 교육과 대응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사들이 학부모의 눈치를 보거나 아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학부모와 함께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고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청소년 지도학과의 프로그램… 미국 사례 본받아야
“2012년부터 3년간 ‘토요일 행복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었어요. 주말에 방임되는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을 모아 오전에는 중학생 1·2학년 친구들이 직접 공부를 가르쳐 주고 오후에는 같이 운동장에 모여 신체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초등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학업에 흥미를 잃고 그때부터 학교 부적응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현상을 막기 위해 중학생 친구들이 비교적 초등학생들과 비슷한 눈높이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많았던 활동이었어요.”
3년간 이어졌던 프로그램은 당시 시에서 지원해 주던 예산이 끊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한 모임의 어려움 등으로 자연스럽게 해체됐다. 당시 반응이 좋았지만 해체해야만 했던 상황에 아쉬움이 남았다는 권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는 ‘아메리칸스 프로미스’라는 재단이 있어요. 전직 대통령·부통령 등 정치인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지원을 하는 재단이에요. 사회에서 ‘리더’라고 불렸던 사람들이 모여 청소년 시기의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롤모델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을 보며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청소년…우리 모두가 안고 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
청소년 시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홀로 서기 힘든 시기에 주변의 도움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권 교수는 꾸준히 강조했다. 청소년지도학과를 이끌며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지만, 그는 아이들은 항상 옳고 그럴 수 있는 시기라며 그 시기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어른들이 책임을 지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소년을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가져야할 덕목을 꼽으라면 첫째는 ‘책임감’이죠. 우리 어른들 모두 겪었고 지나온 그 시기에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한지 답을 아는 사람들이니까 그 답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알려주는지는 어른들의 몫이에요.”
“미국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을 위한 제도가 잘 마련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전체 예산 중의 청소년 관련 예산은 0.02%도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단순히 교육을 위한 정책이 아닌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정책에 조금 더 힘을 써준다면 청소년 시기에 아이들에게 건강한 성장을 위한 지원이 되지 않을까요? 더불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학생 범죄 등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끝으로 권 교수는 청소년들이 그 시기를 잘 통과하도록 곁에서 어떻게 지원해야 할 지 어른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젊은 세대도 언젠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질 텐데 그런 젊은 층에 대해서도 청소년기의 아이들과 어떻게 함께하며 그 시기를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청소년’은 우리의 과거였고 우리나라의 미래인 만큼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존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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