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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업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국유기업으로 확산되는 등 중국 경제의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발(發) ‘제2의 리먼 브러더스’ 금융위기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부동산신탁회사 등 금융사를 엄습한 위기는 2021년 말 헝다그룹 디폴트 사태로 촉발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오랜 침체 탓에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등 부동산 업계도 잇따라 디폴트 위기에 빠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등은 비구이위안과 그 계열사 채권 11종의 거래를 중단했다. 비구이위안은 상반기에만 순손실이 최대 550억 위안(약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사업성이 크게 악화돼 채권 이자도 갚지 못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국유 부동산 기업 위안양(遠洋·시노오션)이 디폴트 위기에 몰려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일제히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기존 6%대에서 4%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더 깊어질 경우 부동산 시장의 신뢰가 추락하며 주택구매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이는 다시 유동성 축소로 이어져 더 많은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디폴트 위기를 겪게 된다. 실제로 6월과 7월 신규 주택 판매액은 각각 28.1%와 33.1% 급감하면서 중국 부동산 업계의 ‘도미노 디폴트’ 위기는 금융권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우리 수출의 25% 정도를 중국이 차지하기에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커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상저하고(上底下高)’ 흐름에 대한 정부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수출지표의 개선을 근거로 내놨지만 안이한 생각이다. 한국은 올 초만 해도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로 하반기(7∼12월) 수출 회복을 기대했으나 중국의 경기 부진이 길어지자 국내 실물경제 지표도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대중(對中) 수출은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철강·기계 등 국내 주력 업종에겐 직격타다. 이러다가 한국경제의 1%대 성장률이 고착화할까 걱정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상반기 83조 원에 이르지만 건전재정 기조에서 재정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제 운용에서 낙관적 전망은 금물이다. 중국의 경제 불안으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금 이탈 및 환율 상승 등이 우려된다. 한국은 지금까지 중국의 성장 흐름에 올라타 그간 경제 위기를 빨리 벗어났지만 중국이 불황에 빠지면 그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더구나 미국마저 경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린 바 있다. 이번에는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해 미 은행 70여 곳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고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무디스는 최근 10개 중소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US뱅크 등 대형 은행 17곳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예고했다. JP모건과 같은 대형 은행의 등급이 강등되면 동종 기관 등급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당국은 세계 G2(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의 위기가 몰고 오는 우리의 수출·내수 침체를 가정해 경제 전략을 재점검하길 당부한다.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하게 살피고, 규제 혁파와 산업경쟁력 제고 등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 회복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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