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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대유행할 때 창단을 결심한 것도 놀라운데 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서울시로부터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OTO). 단시간에 클래식의 참신한 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아드리엘 김 OTO 예술감독을 서울 성북동의 모 카페에서 만났다.
“아직 갈 길이 먼 게 사실이지만 많은 분의 도움으로 창단 이후 꾸준히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이 거둔 성과는 연주자 개개인의 뛰어난 역량과 팀워크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신생 오케스트라임에도 저를 믿고 기꺼이 참여해 준 단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음악밖에 모르던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창단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
“빈 국립음대 지휘과 시절,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하딩의 연습지휘자 자격으로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이탈리아 투어에 합류한 적이 있었다. 유럽 유수의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프리랜서 연주자들이 모여 최소한의 리허설으로 최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민간 오케스트라에 대한 비전을 마음속에 담아 둔 것 같다.”
기회는 2021년 찾아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국은 물론 유럽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수준급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서지 못 하게 되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오케스트라 창단을 실행에 옮길 때라고 결심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취지였다. 평소 문화예술 후원에 관심을 가졌던 ‘약업신문’이 오케스트라 창단 지원을 약속했다. 혼자서는 절대 못 했을 일이었다.
빠듯한 재정 상태에서 최소한의 스태프로 일을 하다 보니 본인이 발로 뛰어야 할 때가 많았다. 연습실은 있지만 의자와 보면대를 조달하기 위해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다행히 원하는 물건을 만났지만 스태프들이 일정을 낼 수 없어 홀로 판매자를 찾아가 수십 개의 의자를 끙끙대며 차에 실에 옮겨 실었다. 지금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OTO 공연에 함께했던 협연자 라인업은 대부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주자들로 구성되어있다. 매번 수준급 협연자를 섭외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평소 친분이 있었던 지인 연주자 위주로 섭외요청을 했는데 기꺼이 함께해주었다. 당시만 해도 오케스트라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참 감사한 일이다. 이후에는 OTO의 연주실력을 믿고 협연자가 오케스트라를 여러 군데 추천해주어서 공연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최근 협연자로 함께했던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김 예술감독의 예원학교 선배다. 김정원 피아니스트가 CBS 방송에서 주최하는 공연에 OTO를 소개해주어 공연이 성사되었고 앞으로 CBS와 함께하는 다양한 공연들이 예정되어 있다.
“세계 최고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2021년 피아노 부문 우승자, 조나탕 푸르넬과 OTO의 협연은 합이 너무 잘 맞아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감사하게도 한 인터뷰에서 OTO를 두고 ‘꼭 다시 함께하고 싶은 오케스트라’라고 말해주었다.”
협연자들이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믿고 주위에 소문을 내주는 것만큼 오케스트라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최고의 협연자들로부터 업무적으로 도움받고, 예술적으로 영감을 얻고 있는 OTO다.
OTO 참신한 프로그램의 바탕에는 클래식의 ‘동시대성’을 강조하는 김 예술감독의 철학이 깔려 있다. 그는 발레 ‘코레아의 신부’ 초연을 비롯해 막스 리히터와 같은 세계적인 미니멀리즘 작곡가를 소개하여 화제몰이를 한 바 있다. ‘과거의 음악’을 연주하는 클래식의 특성상 레퍼토리에 변화를 주기 힘든 현실에서 그야말로 파격을 단행한 것이다.
“레퍼토리의 외연 확장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새롭고 참신한 작품일지라도 관객에게 잘 어필될 수 있는 곡인지를 많이 고민한다. 한 번 연주되고 잊히는 게 아니라 꾸준히 무대에 올라서 클래식 정규 레퍼토리로 편입될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소개하고 싶다.”
지난번 연주했던 발레 음악 ‘코레아의 신부’는 비엔나의 격조 있는 왈츠와 폴카가 한데 어우러진 곡으로 관객이 한 번 듣고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곡이었다. 그의 예상은 적중해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
막스 리히터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곡가로 ‘막스 리히터 스페셜’이라는 타이틀로 OTO 주최 공연에서 선보였다. 이 공연 역시 반응이 아주 좋아서 김 예술감독은 한국 초연으로 그의 작품을 계속 소개하는 중이다.
“막스 리히터·아르보 패르트와 같은 미니멀리즘 계열의 작곡가들은 난해하다고 일컬어지는 현대음악 중에서 드물게 친밀도가 높다. 이런 것, 동시대성을 강조하는 게 우리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의 기량과 예술성은 자타 공인 세계적인 수준이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차이콥스키 콩쿠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콩쿠르를 한국인이 휩쓸고 있다.
그뿐 아니라 현재 세계적인 명문 악단에 수많은 한국인이 속속 입단하고 있다. 심사가 까다로운 악장·수석 자리들도 예외가 없다. 그야말로 한국 클래식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으로서 아드리엘 김은 OTO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비전이 있을까.
“OTO는 베를린 필하모닉 카라얀 아카데미 출신 연주자들을 비롯해 유럽 명문 악단에서 활동했던 훌륭한 연주자들로 구성되었다. 시간을 갖고 앙상블을 잘 다듬어간다면 앞으로 국제적인 수준의 민간 오케스트라로 성장할 것이다. 믿어 기다려주셔도 좋다.”
그는 현재 공연 기회를 더 창출하고 악단만의 사운드와 정체성을 갖추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재정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조금씩 기반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비현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OTO가 아시아 대표 민간악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비롯하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같은 성공적인 사립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게 꿈이다. 또 하나 작은 바람이 있다면 공연장을 직접 찾기 어려운 환우들에게 병원 내 적절한 공간에서 최상의 클래식 공연을 선보이는 일이다.”
현재 OTO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과 MOU를 맺고 ‘세브란스 더 클래식’을 진행 중이다. 24일에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과 MOU를 체결한다. 타인에게 받은 만큼 문화예술을 통해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케스트라 단원들 역시 공유하고 있다.
한편 OTO는 10월 오페라 라보엠 갈라 콘서트, 12월 월트디즈니사 창립 100주년 기념 콘서트의 아시아 초연을 앞두고 있다.
◆ 아드리엘 김 프로필=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대학에서 지휘·바이올린 전공, 석사학위 이수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현재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의 지휘자·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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