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푸틴의 선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스카이&땅

[스카이&땅] 푸틴의 선물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22 06:30:30

▲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러 기간 중 러시아 전통 방한용 모자를 선물로 받고 있다. EPA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선물로 받은 방한모를 쓰고 있는 사진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10일 평양을 출발해 3박4일 동안 전용열차로 약 2700km를 달려간 김정은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엇을 내주었을까.

이번에 김정은이 러시아에 머물렀던 시간은 5박6일로 그의 외국 방문 중 가장 길었다. 체류기간 동안 김정은의 일정은 푸틴과 정상회담 외에 주로 군사시설 방문으로 채워졌다. 전투기 제조공장·조선소·군함 등 주요 군사시설을 둘러봤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크네비치 군용비행장을 참관할 때는 최신 극초음속 미사일 시스템 ‘킨잘’을 탑재한 미그-31을 살펴보며 킨잘에 직접 손을 대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방문에서 김정은·푸틴 사이에 아무런 합의도 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북·러 군사협력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두 정상은 선물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것이다.

귀국길의 김정은이 받은 선물꾸러미에는 자폭드론 5기·정찰드론 1기·방탄조끼, 그리고 열화상 카메라 대비용 특수군복 등 군사용품이 들어있었다.

정상회담 후 푸틴이 직접 김정은에게 선물한 것은 최고급 러시아제 카빈총과 러시아 우주인들이 사용하는 우주복 장갑이라고 한다. 군사·우주 분야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김정은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선물임이 분명하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푸틴의 선물에서 메시지를 읽곤 한다. 푸틴은 지난해 연말 벨라루스·아제르바이잔 등 친러 성향의 8개국 정상에게 금반지를 선물했다.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인간 왕들에게 반지 9개를 나눠 준 절대악 ‘사우론’을 흉내내 자신의 야욕을 드러냈다는 빈축을 샀다.

김정은도 이번에 푸틴에게 북한 장인이 만들었다는 카빈총을 선물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선물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탄약일 것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러시아가 북한이 상당한 수준으로 쌓아놓은 탄약 재고뿐 아니라 ‘생산 능력’ 자체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이번 회담이 김정은과 푸틴의 ‘위험한 만남’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박선옥 논설실장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