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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제국의 꽃’ [184] 비단잉어
아주 커다란 잉어로 살자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27 06:30:20
 
 
그런데 저 물고기들은 특별한 밥을 주어야 한대. 아무거나 먹으면 노랑 빨강 검정의 예쁜 무늬가 없어진다고 아빠가 그러셨어.”
 
아니, 무슨 식성이 그래? 궁궐에서 키우는 물고기라 아주 까다롭구나.”
 
재동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그 특별한 밥을 일본에서 구해 오셔. 엄마가 말해주셨는데 비단잉어는 아주 재밌는 물고기래. 우리 연못에 사는 잉어들은 아주 크잖아? 그런데 어릴 때부터 작은 어항에서 자라면 작은 물고기로 자란다고 하셨어.”
 
정말 신기하네. 집에 맞추어서 자란다는 거잖아. 해린이 네가 비단잉어라면 완전 거인 여자애가 되어 있겠다. 집이 크니까.”
 
애덕이 농담을 했다. 아이들은 쿡쿡 웃었다.
 
맞다. 이것들아! 내가 물고기 아닌 걸 감사해라. 물고기였음 니들하곤 상대도 안 되는 거대한 여왕 물고기가 되어 있을 거다. 너희들은 모두 내 밥이 되었을 거야.”
 
해린도 맞장구를 치고 들어갔다.
 
얘들아, 난 바다 건너 세상이 궁금해. 나도 넓은 곳에 가면 저렇게 아름다운 비단잉어로 살게 될까?”
 
보민이 진지한 음성으로 말했다.
 
에스더 언니가 미국에 갔지. 언니는 어떻게 지낸대? 너의 양엄마(로제타 선생)가 조선에 다시 오셨지 않니?”
 
해린이 되물었다.
 
조선 여인들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려고 밤에 잠도 안 자고 공부한다고 엄마가 그러셨어.”
 
나도 조선을 벗어나 공부해서 황금색 무늬의 멋진 비단잉어가 되고 싶어!”
 
애덕이 꿈꾸듯 혼잣말을 했다.
 
얘들아, 있잖아우리 이화학당 졸업하고 나서 함께 미국에 가서 공부할까?”
해린이 속삭였다.
 
아주 커다란 비단잉어로 살자고?”
 
보민이 말했다. 보민은 흥분해서 침을 꼴깍 삼켰다.
 
멀리서 해린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초록색 저고리에 진분홍 치마를 입은 우아한 부인이 어린 시종을 하나 데리고 건너편에서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해린은 뛰어가 엄마!’ 하고 부르며 허리를 감싸 안았다. 부인은 해린의 손을 꼭 잡고 아이들 쪽으로 걸어왔다. 아이들은 일제히 해린의 어머니에게 고개 숙여 인사드렸다.
 
엄마! 친구들이에요. 얘는 반장 보민이, 그리고 애덕이에요. 재동이구요.”
 
해린의 어머니 김씨 부인은 아이들을 진심으로 반겼다.
 
잘들 왔구나. 즐겁게 놀다 가렴!”
 
김씨 부인은 아이들을 내당으로 데리고 가서 시종에게 아이들의 간식을 챙겨 오도록 했다. 내당에 속한 서양식 응접실에는 약과와 식혜, 초콜릿 쿠키와 젤리, 곶감 등 조선식과 서양식의 푸짐한 간식 상이 차려졌다. 아이들은 황금빛 천으로 마감된 의자에 앉아 응접실의 벽난로와 뻐꾸기시계, 커다란 유리창에 걸린 와인 색깔 커튼을 신기하게 둘러보고 있었다.
 
해린이 넌 정말 좋겠다.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부모님이 계시잖아.”
 
애덕이 진심으로 해린을 부러워했다.
 
아버지는 딸이라고 해서 주눅 들지 말라고 늘 말씀하셨어. 이완용 대감처럼 공부 잘해서 바깥세상에 나가 많은 것을 배워서 조선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하시지. 아버지는 일본을 제일 좋아하셔. 그곳에 친구도 많고. 아마 나를 일본에 보내실 거야. 하지만 나는 미국이 궁금해. 에스더 언니처럼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 너희들도 같이 가줄 거지?”
 
아이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글 최문형 그림 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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