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식품업계가 수출 전용 제품과 현지 생산기지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가 뚜렷해진 가운데, 해외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기업들에게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내수 시장은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된 데다 가격 탄력성도 낮아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실적 격차를 벌리고 있다.
과거 K-푸드는 아시안 마켓 중심의 틈새 상품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월마트·코스트코 등 글로벌 메인스트림 유통 채널로 판매망을 넓히며 위상이 달라졌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해외 사업은 초기 적자를 감내해야 했지만, 지금은 규모의 경제와 브랜드 인지도 상승으로 구조적인 흑자 모델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K-푸드 수출의 선봉에는 라면이 있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12억5000만 달러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10월 누적 기준 12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 확실시된다.
이에 라면 업체들은 생산 능력 확충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심은 미국 2공장 증설 라인을 가동한 데 이어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부산 녹산에 수출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양식품은 밀양 수출 전용 2공장에 이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북미·중국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오뚜기 역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팔도는 러시아·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 및 OEM 확대를 검토하며 라면 수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가공식품 전반으로도 현지화 전략은 확산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 두나버르사니에 자동화 공장을 구축 중이며, 내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를 유럽 시장에 본격 공급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자회사 슈완스가 사우스다코타주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며 북미 냉동식품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상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거점으로 현지 공장을 운영하며 고추장·소스류 등 조미식품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은 미국과 중국에서 두부·식물성 식품을 현지 생산하며 K-비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인도와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제과·빙과 제품의 현지 생산 확대를 검토하며 글로벌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베이커리 업계의 해외 투자도 활발하다. CJ푸드빌은 미국 조지아주에 뚜레쥬르 신공장을 건설해 시험 생산에 돌입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SPC그룹은 미국 텍사스에 제빵 공장을 건설 중이며, 말레이시아에도 공장을 세워 할랄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현지 공장 설립은 물류비 절감과 신선도 유지,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 개발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환율 변동, 관세·무역 규제 등 대외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도 크다.
업계에서는 K-푸드의 글로벌 인기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구조적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 생산과 수출 전용 전략이 결합되면서 수익성까지 개선되고 있다”며 “확대된 생산 능력이 K-푸드 성장 속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